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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정권교체는 ‘민중중심 민주정당구조’로 / 허인회

등록 2012-11-21 19:30수정 2012-11-22 14:56

 1987년 이후 정치개혁은 많은 진전이 있어왔다. 어디서나, 누구나 모바일 등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정치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는 정치 엘리트들의 권력다툼일 뿐 무관심과 혐오의 대상이다.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져도 투표율이 낮으면 정권교체는 불가능해진다. ‘87년 체제-시민 민주주의 체제’의 많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오늘의 민중에게 머나먼 이유는 무엇인가? 대안은 형식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민중 생활 중심 민주주의’에 있다.

 우리 헌법에는 사안을 유권자가 직접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 대표자를 뽑아 권한을 위임하고 그 대표자가 유권자에게 책임지는 대의민주주의, 언론·출판·집회·결사 등의 인권과 기본권을 헌법으로 규정하는 입헌주의,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등이 기본 구성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헌법에선 민주주의 국가라고 규정되어 있는데도 민중들은 왜 자신이 민주정치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기본권적 자유와 인권이 사실상 제한되고, 삶의 요구가 정치권으로 전달되는 통로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는 거의 실행이 불가능하며, 대의 대표자들은 선거 기간 외에는 유권자에게 책임지지 않고 소수의 이익 실현에만 힘쓰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벌어진 여러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한 진보정당의 공간 축소는 민중들의 삶의 요구를 수렴할 창구를 더더욱 좁혀 놓았다.

 약 10년 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제기한 “민주주의는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하는 다원주의와, 각각의 가치를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열린 정당 제도를 필요로 한다”는 말은 지금 더욱 절실하다. 대안은 있다. 기층민중조직의 강화와 정당 구조로의 연결이다. 이는 참여정치의 ‘충분조건’이다. 민중 스스로의 조직이 없다면 ‘자본’이 그들을 쉽게 포섭할 수 있는 권력 측근 세력에게 민중이 반드시 농락당한다. 김대중, 노무현 두번의 민주정부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사실이다. 지금 국회의원 중에는 시민운동가들이 많이 있지만 노동·농민 현장 단위에서 ‘파견’된 후보는 단 한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두번 경험했듯이 민중 자신이 조직화되어 생활적 요구를 제기하고 이에 답변하는 관계구조가 없는데 여러 정당과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심상정, 이정희 등 대통령 후보들에게 민중들이 무슨 연관성을 느낄 수 있겠는가?

 나는 민주인사들이 여의도로 가기보다는 자신이 갈 수 있는 삶의 현장으로 ‘하방’하고 그곳에서 정당구조와 연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선거가 코앞인데 한가한 소리나 한다는 반론이 있겠지만, 정권교체는 단일화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투표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미 민중들의 현장 조직이 무력화되어 있고, 민중들은 정치를 혐오의 대상으로 여기는데 여의도에서의 조직 활동이 얼마만한 효과가 있겠는가?

 야당들은 상향, 하향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지역과 부문에서 민중들의 삶의 조직과 연계하여야 한다. 민중들의 이야기를 선거본부에 전달하고, 후보 캠프가 직접 민중들에게 응답해야 한다. 각 정당은 선거 때마다 선거본부의 ‘직능 위원회’를 액세서리 조직, 상층 포섭 조직으로만 이용해 왔다. 그 무슨 공약을 발표한들 민중조직에서 생활적 요구가 토론·제출되지 않고, 의사구조에서 민중조직들이 들러리에 그친다면 민중들의 투표 참여는 불가능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단일화 통합 조직 안에 노동위원회, 농민위원회, 비정규직위원회, 자영업자위원회, 철거민위원회, 해고자위원회, 환경위원회, 군사지역 주민위원회, 남북경협사업자위원회 등 다양한 삶의 요구를 담는 조직을 중심으로 세워야 한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민주주의자들은 지역과 부문으로 즉시 하방하자! 기층민중조직이 정당의 정치적 의사결정구조에 연결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 이유가 있어야 민중이 정치에 참여하고 투표장으로 갈 수 있다. 이것이 새로운 정치개혁이다.

허인회 ㈜녹색건강나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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