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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의 서양사람] 역사를 아는 여인

등록 2012-09-26 19:28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우리는 티치아노가 그린 초상화로 만토바 후작부인 이사벨라 데스테를 떠올린다. 총명하고 아리따운 20대의 자태인데, 사실 60대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원래 그림이 너무 늙어 보인다며 다시 그리게 했다. 이 일화만으론 이사벨라가 허영심 많은 귀부인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통치자로 만토바를 안정시켰고, 문학과 예술의 후원자로도 명성 높다.

만토바는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사이의 작은 도시로 존립 자체가 절박했다. 남편인 만토바 후작 프란체스코 곤자가가 베네치아의 포로가 되었을 때 이사벨라는 군의 통수권을 거머쥐고 3년 뒤 남편이 석방될 때까지 외침을 잘 막아냈다. 피렌체, 밀라노와 관련된 외교 문제도 훌륭하게 풀어냈다.

석방된 뒤 남편은 아내의 더 뛰어난 정치적 능력을 알고 모욕을 느껴 부부 관계가 소원해졌다. 남편은 처남의 아내인 악녀 루크레치아 보르자와 불륜에 빠졌다. 그들이 불장난을 지속하는 동안에도 이사벨라는 남편의 아이들을 낳으며 정숙한 아내의 몫을 다했다. 남편이 사망한 뒤에는 어린 아들을 대신해 섭정이 되어 만토바의 위상을 높였다.

이사벨라는 문화적 취향도 뛰어나 문인들과 격조 높은 서신을 교환했고, 당시 유럽의 패션을 이끌었으며, 여러 악기를 잘 다뤘다. 그뿐 아니라 문인과 예술가들도 넉넉하게 후원했다. 그가 후원한 그림 중에 <정숙함과 음탕함의 싸움>이 있다. 그것은 물론, 초상화에서 젊게 보이려던 욕망은 탕녀 루크레치아에 대한 못마땅한 속내의 표현이었을 게다.

“관대하고 고결한 이사벨라”, “최고의 여성”, “세계의 퍼스트레이디”라는 명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는 그리스어, 라틴어를 포함하여 탁월한 인문학 교육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어렸을 적부터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로마사였다. 올바른 역사 인식이 좋은 통치자를 만든다는 예이다. 멀지도 않은 과거를 부정하려는 대권 후보자에게선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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