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소수가 모두의 생계 수단을 점유하기에 소수가 다수를 소유한다. 국가는 부자들, 회사, 은행가, 땅 투기꾼, 노동 착취자들 위주로 통치된다. 생계 수단의 소유와 통제라는 대다수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가 최저점에 머물러 있는 한, 남성에도 여성에도 인권은 없다. 인류의 대다수는 나머지 극소수가 편히 살도록 기업의 박해로 말살된다.”
우리의 불편한 현실을 적시하는 것 같은 이 말은 헬렌 켈러가 자서전에 썼던 내용이다. 우리에게 켈러는 시청각 장애를 감동적으로 넘어선 인물로 부각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장애인은 물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다. 사회당 대통령 후보 유진 뎁스를 도왔던 켈러는 여성 참정권 운동에 열성이었고, 인종차별과 아동 노동과 사형제도에도 격렬히 반대했다. 그런 견해가 드러나자 신문의 논조가 변했다. 장애를 극복한 켈러를 과도하게 칭찬하던 한 신문의 편집자는 “사회주의라는 켈러의 실수”의 원인이 장애에 있다는 글까지 썼다. 켈러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눈과 귀가 먼” 신문 배후의 자본을 옹호하는 편집자를 비판했다.
켈러의 위대성은 자신이 겪는 고통을 다른 사람들에게 반복시키지 않으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왔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앤 설리번이라는 시각 장애를 가진 선생님이 있었다. 켈러는 글자가 어떤 사물을 가리킨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 달의 좌절 끝에 한 손엔 시원한 물을 흘러내려 보내고, 다른 한 손엔 ‘물’이라는 글자를 써서 설리번은 어린 켈러가 마음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선생님의 배려심이 함께 전달된 순간이었다.
사제지간을 넘어서는 그들의 관계는 평생, 그리고 그 이후까지 이어졌다. 설리번은 켈러의 저술 활동을 도왔고, 맹인을 돕기 위한 40여개 국가의 해외 강연에 동반했다. 1968년 켈러가 사망한 뒤 그의 유골은 30여년 전에 작고한 스승 앤 설리번의 묘소 옆에 안치되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 6년간 쇼하던 돌고래들, 바다에 풀려나자마자…
■ ‘디아블로3’이 뭐길래? “새 샤넬백이 12년만 나온 것”
■ 귀지 파지 마세요, 귀에 양보하세요
■ ‘나경원 기소청탁’ 밝힌 박은정 대검서 감찰
■ ‘성폭행 혐의’ 고영욱, 피해자 2명 더 있다
■ 6년간 쇼하던 돌고래들, 바다에 풀려나자마자…
■ ‘디아블로3’이 뭐길래? “새 샤넬백이 12년만 나온 것”
■ 귀지 파지 마세요, 귀에 양보하세요
■ ‘나경원 기소청탁’ 밝힌 박은정 대검서 감찰
■ ‘성폭행 혐의’ 고영욱, 피해자 2명 더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