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칼럼을 읽고 /
진보언론을 주창하는 <한겨레> 30일치에 실린 조문의 형식을 띤 김종철 선생님의 글은 쉽게 무시하고 넘어가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사회문화적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균형감각을 갖춘 공적 인물에 대한 평가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슬그머니 국민적 열기에 편승해서 자신들이 했던 비난과 모욕을 덮고 업적과 계승을 부르짖는 것이 균형감각을 잃은 것이라면, 큰 맥락에서 보지 않고 단편적 사실이나 결과만을 놓고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는 것은 더 편파적인 것 아닐까요? 어느 문명사회의, 어느 선진국의 공인에 대한 추모글이 공보다 과에 무게가 실리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무리 공인의 삶이었다 해도 고인의 업적과 뜻을 먼저 기리는 게 추모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쓰셨지요.
“‘대통령 하기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거나 ‘권력이 국가에서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본심이야 어쨌든 그는 서툴고 경솔한 일처리 방식으로, 아마도 역사상 최악의 정권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큰 정권의 탄생에 기여했고, 그 때문에 마침내 자신도 희생되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어떤 부분은 공감도 갑니다. 하지만 이걸 알아주십시오. 그게 인간 노무현이셨습니다. 대통령으로서는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도 말아주십시오.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이 달랐어야 한다는 말은 왜 퇴임 대통령이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짓느냐는 말과 같으니까요. 인간 노무현의 화법과 대통령 노무현의 화법이 같은 인간이 그분이었으니까요. 정치에 무관심했지만 이제야 소중함을 알았다고 고백하는 추모객들처럼 선생님도 시간을 갖고 조금 다른 각도로 세상을 봐주시기를 부탁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남들에게 균형을 요구하기 전에 자신부터 치우침은 없는지 엘리트의 자만심은 없는지 살펴보기를 감히 부탁드립니다.
진호열/경기 김포시 사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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