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리의 깃발
당신이 높이 건 깃발은
찬란했습니다. 그
깃발을 내리려는 사람들 때문에
당신은 괴로워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도적맞은 줄을 모르다가
그것을 안 뒤에 슬퍼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즐겨 입던 간편복과 밀짚모자
그것조차 빼앗길 것을 알고
또 괴로워했습니다. 당신은 이를 악물고 전신으로 버텨왔습니다.
날마다 쓰러져가는
깃대를 바라보며
자신을 지키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다가
온몸을 던져 깃발을 지킨 당신
이제야 우리들은 압니다.
당신의 사랑과 열정과 고결함을
당신은 우리의 깃발입니다.
우리들 가슴마다
당신이 그처럼 사랑했던 찬란한 그 깃발이
영원히 펄럭일 것입니다. 한상수/대전대 명예교수
유서 정말 가셨을까요
이제 편히 가시라요
민초들 주름살
그렇게 밟고
이렇게 가셔야 하였는고 큰 도둑놈들아
지역 귀신들아
그래 잘 보냈는고 언제나 놈들 들판-
바람이 불어도
결코 꺼지지 않는 촛불을 켜려
작은 등불이 꺼지고 말다 원망마라
포괄적 살인자들
한때는 … 백성인 것을 고뇌하지 마라
절망하지 마라
누구도 탓하지 마라 바보 님아
사람이 사는 세상을
부엉이바위에서도
이렇게 온몸으로 만들고자 하셨나요! 정종연/시인
부엉이 바위 5행시 부, 부엉이 바위야
엉, 엉겅퀴처럼 노무현 대통령을 죽이다니
이, 이 바보 부엉이 바위야
바, 바로 네가 나쁜 녀석이야
위, 위로 올라가서 너를 부숴버리겠다 이주헌/서울 강북구 인수초 4년
장대비 속 비석 경남 김해시 진영읍
해인사 스님들이 분향소 앞에서 독경합니다.
하안거를 잠시 접고 삼백여 스님이 뙤약볕 아래 천수경을 올립니다.
뜨거웠던 생 식히고 한 조각 인생으로 엮으시라 금강반야경으로 달래줍니다. 조문하는 줄은 더욱 길게 이어집니다.
아이 무등 태운 아빠도 보입니다.
유모차에 갓난아이를 태운 채 터벅터벅 따라가는 엄마도 있습니다.
다정한 연인은
눈물 그득 머금은 채 손을 꼭 잡고 조문 행렬에 서 있습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문상하는 사람들 얼굴을 땀과 눈물로 뒤범벅이게 합니다. 국회의장과 몇몇 인사들과는
실랑이와 몸싸움으로 격렬해집니다.
국회의장은 다리 건너 상황실로 몸을 숨깁니다. 갑자기 후·두··둑…
소나기인가 봅니다.
그치지 않고 더 굵어지며 장대비로 이어집니다.
아이 무등 태운 아버지도 손 꼭 잡은 연인도
장대비를 피하지 않습니다. 스님들의 독경이 뜨거움을 식히게 하는 모양입니다.
눈물 닦지 말라고 비가 내리는 모양입니다.
슬픔 감추지 말고 마음껏 드러내라고 장대비가 오는 모양입니다. 눈물 닦지 않겠습니다.
장대비 맞으며 서 있겠습니다.
자기를 잊어버리라던 사람이
참 좋은 스승님으로 나타나
우리 마음에 비석 하나 세우셨기 때문입니다. 들풀/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국은 슬프다 어쩌면 이 나라가 이리도 각박하여
일국의 국수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워
앞산 쳐다보며 몸을 던지게 하였는가? 이국 생활 거의 반세기가 다 되었건만
아직도 우리 조국 절절한 애정으로
내 머리카락 희도록 살아왔건만,
이다지도 어처구니없는 조국이던가
한탄하며 울고 싶어라. 이국의 공직 생활 30여년을 은퇴로 마치고
부푼 가슴 안고 어머님 같으신
노쇠하신 시골 누님 뵈려 왔더니,
“삼촌, 노대통령께서 자살하셨답니다.”
“이놈아, 그게 무슨 소리냐?” 아, 하늘이 무너지고 가슴이 아파라!
세상에, 국가의 원수였던 사람이
무슨 일을 그리도 잘못했기에
아름다운 생명을 벼랑 끝에 던져야 할 만큼
몰아세웠단 말인가?
좋은 양심의 사람은 그리 당해야 하는가? 한국은 슬프다.
한국은 가엽다.
오! 나의 조국 한국은 예의가 없는 나라다. 나는, 나는
뿌리내리고 지금 사는 나라에 가서 무슨 말로 국수의 자살을
변명한단 말인가?
국가의 원수를 자살시킨 삼류국민, 아니 미개인 국민이었던
나는 벙어리가 되어야 하는가? 김광선/미국 일리노이주 거주 교민
사람이 지나가네 언제나 그렇듯이
여기저기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그 안에 사람은 없습니다
당신은 그 이유를 아셨나요? 아직 못다 한 이야기는
먼 산 바윗등에 남았지만
사람이 살고 지나는 곳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의미를 당신은 아셨습니다 당신이 편히 잠든 오늘도
이곳에선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권랑/울산시 남구 신정4동
찬란했습니다. 그
깃발을 내리려는 사람들 때문에
당신은 괴로워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도적맞은 줄을 모르다가
그것을 안 뒤에 슬퍼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즐겨 입던 간편복과 밀짚모자
그것조차 빼앗길 것을 알고
또 괴로워했습니다. 당신은 이를 악물고 전신으로 버텨왔습니다.
날마다 쓰러져가는
깃대를 바라보며
자신을 지키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다가
온몸을 던져 깃발을 지킨 당신
이제야 우리들은 압니다.
당신의 사랑과 열정과 고결함을
당신은 우리의 깃발입니다.
우리들 가슴마다
당신이 그처럼 사랑했던 찬란한 그 깃발이
영원히 펄럭일 것입니다. 한상수/대전대 명예교수
유서 정말 가셨을까요
이제 편히 가시라요
민초들 주름살
그렇게 밟고
이렇게 가셔야 하였는고 큰 도둑놈들아
지역 귀신들아
그래 잘 보냈는고 언제나 놈들 들판-
바람이 불어도
결코 꺼지지 않는 촛불을 켜려
작은 등불이 꺼지고 말다 원망마라
포괄적 살인자들
한때는 … 백성인 것을 고뇌하지 마라
절망하지 마라
누구도 탓하지 마라 바보 님아
사람이 사는 세상을
부엉이바위에서도
이렇게 온몸으로 만들고자 하셨나요! 정종연/시인
부엉이 바위 5행시 부, 부엉이 바위야
엉, 엉겅퀴처럼 노무현 대통령을 죽이다니
이, 이 바보 부엉이 바위야
바, 바로 네가 나쁜 녀석이야
위, 위로 올라가서 너를 부숴버리겠다 이주헌/서울 강북구 인수초 4년
장대비 속 비석 경남 김해시 진영읍
해인사 스님들이 분향소 앞에서 독경합니다.
하안거를 잠시 접고 삼백여 스님이 뙤약볕 아래 천수경을 올립니다.
뜨거웠던 생 식히고 한 조각 인생으로 엮으시라 금강반야경으로 달래줍니다. 조문하는 줄은 더욱 길게 이어집니다.
아이 무등 태운 아빠도 보입니다.
유모차에 갓난아이를 태운 채 터벅터벅 따라가는 엄마도 있습니다.
다정한 연인은
눈물 그득 머금은 채 손을 꼭 잡고 조문 행렬에 서 있습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문상하는 사람들 얼굴을 땀과 눈물로 뒤범벅이게 합니다. 국회의장과 몇몇 인사들과는
실랑이와 몸싸움으로 격렬해집니다.
국회의장은 다리 건너 상황실로 몸을 숨깁니다. 갑자기 후·두··둑…
소나기인가 봅니다.
그치지 않고 더 굵어지며 장대비로 이어집니다.
아이 무등 태운 아버지도 손 꼭 잡은 연인도
장대비를 피하지 않습니다. 스님들의 독경이 뜨거움을 식히게 하는 모양입니다.
눈물 닦지 말라고 비가 내리는 모양입니다.
슬픔 감추지 말고 마음껏 드러내라고 장대비가 오는 모양입니다. 눈물 닦지 않겠습니다.
장대비 맞으며 서 있겠습니다.
자기를 잊어버리라던 사람이
참 좋은 스승님으로 나타나
우리 마음에 비석 하나 세우셨기 때문입니다. 들풀/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국은 슬프다 어쩌면 이 나라가 이리도 각박하여
일국의 국수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워
앞산 쳐다보며 몸을 던지게 하였는가? 이국 생활 거의 반세기가 다 되었건만
아직도 우리 조국 절절한 애정으로
내 머리카락 희도록 살아왔건만,
이다지도 어처구니없는 조국이던가
한탄하며 울고 싶어라. 이국의 공직 생활 30여년을 은퇴로 마치고
부푼 가슴 안고 어머님 같으신
노쇠하신 시골 누님 뵈려 왔더니,
“삼촌, 노대통령께서 자살하셨답니다.”
“이놈아, 그게 무슨 소리냐?” 아, 하늘이 무너지고 가슴이 아파라!
세상에, 국가의 원수였던 사람이
무슨 일을 그리도 잘못했기에
아름다운 생명을 벼랑 끝에 던져야 할 만큼
몰아세웠단 말인가?
좋은 양심의 사람은 그리 당해야 하는가? 한국은 슬프다.
한국은 가엽다.
오! 나의 조국 한국은 예의가 없는 나라다. 나는, 나는
뿌리내리고 지금 사는 나라에 가서 무슨 말로 국수의 자살을
변명한단 말인가?
국가의 원수를 자살시킨 삼류국민, 아니 미개인 국민이었던
나는 벙어리가 되어야 하는가? 김광선/미국 일리노이주 거주 교민
사람이 지나가네 언제나 그렇듯이
여기저기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그 안에 사람은 없습니다
당신은 그 이유를 아셨나요? 아직 못다 한 이야기는
먼 산 바윗등에 남았지만
사람이 살고 지나는 곳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의미를 당신은 아셨습니다 당신이 편히 잠든 오늘도
이곳에선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권랑/울산시 남구 신정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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