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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중고생 촛불집회 참가를 막으라고? / 신연식

등록 2008-05-08 20:59수정 2008-05-08 21:05

왜냐면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라고 그토록 우려하던 아이들이 모처럼 공동체 문제에 나섰다. 교육기본법에도 민주 시민으로 육성할 것을 못박고 있다. 보호와 선도라는 이름의 단속은 그만!

촛불집회는 이미 우리 사회에 정착된 문화다. 미국 쇠고기 수입협상 파동에 따른 촛불집회에 중고생의 참여가 두드러졌다고 한다. 그러자 예의 교육과학부가 나섰다. 5월7일에 16개 시도 교육감 회의를 열어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의 집회 참가를 막도록 지시하고 나섰다.

언제까지 ‘보호’와 ‘선도’라는 이름 아래 단속과 처벌에 나설 것인가?

우리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이 땅의 학생들이 앞장선 일이다. 3·1 만세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의 주역이 대부분 청년 학생들이다. 당시 유관순 열사의 나이는 만 16살이었다. 윤봉길 의사는 겨우 11살 나이에 3·1 운동이 일어나자 식민지 교육을 거부하며 보통학교를 자퇴했다. 4·19 혁명에서 보듯 민주화의 주역 또한 학생들이었다. 옛날 아이들은 똑똑했고, 지금 아이들은 철부지인가. 접하는 정보의 양만 보더라도 비교가 되지 않을 텐데 말이다. 더는 아이들을 정치적 무뇌아로 보는 시각은 거둬야 한다.

이른바 ‘요즘 아이들’에 대한 걱정 중 하나가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들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어른들은 아이들을 입시 경쟁으로 몰아넣고 공동체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이기적인 아이들이라고 혀를 찼다. 그렇게 우려하던 아이들이 모처럼 공동체 문제에 나섰다. 이 ‘어린 철부지들’이 누구의 선동에 휘둘려서 그런다고 강변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것은 자기의 일에만 눈을 박고 ‘우리의 문제’에는 눈을 감으라는 말이다. 교육기본법에도 학생을 민주 시민으로 육성할 것을 못 박고 있다.

일찍이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요체에 대하여 설파했다. 자공이 정치에 관하여 물으니, 공자가 정치란 경제(足食), 군사(足兵) 그리고 백성들의 신뢰(民信之)라고 답했다. 자공이 만약 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하느냐고 묻자, 군사를 버려라(去兵) 하고,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찌 하느냐고 묻자 경제를 버려라(去食)고 답했다. 그러면서 백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설 수 없다(無信不立)고 가르쳤다.

이번 쇠고기 수입 협상 파동도 언뜻 보면 먹거리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실은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 문제다. 군부독재 때나 그랬듯이 떠도는 괴담과 유언비어를 처벌하겠다고 나설 일이 아니다. 귀신을 잡으려고 포도청 군사 출동하는 격이다. 숨기고 감출 게 아니라 모든 걸 밝히고 시인할 때만이 여론이 바로 서는 법이다. 입막음을 위한 미봉책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진심 어린 노력을 보여야 할 때다. 정부는 더는 변죽이 아니라 본질을 궁구해야 한다. 위정자들은 논어 안연편의 가르침을 다시 읽을 일이다.


이제 학교에는 곧바로 공문이 하달될 것이다. 먹거리의 안전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힘없는 저희들의 선생은, 학교를 사교육 시장에 내어주게 될 처지에 몰린 무기력한 선생은 0교시와 심야 자율로 무한 경쟁에 내몰린 제자들에게 공문의 내용을 앵무새같이 읊으며 어떤 얼굴로 아이들의 눈을 바라볼 것인가?

신연식/서울 서초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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