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방준식 | 영산대 교수·노동법학자
하루 근로시간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그것도 대법원이 솔선수범(?)해 연장근로를 주 단위로 계산하는 시대착오적 판결을 내렸다. 이것은 하루 근로시간을 10시간 내지 11시간으로 제한해 장시간 근로로 인한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활시간을 확보하자는 제안(한겨레 2021년 10월19일치 ‘노동자에게 생활시간을 허하라’)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하루 근로시간의 제한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하루 11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이 심장마비로 사망할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견줘 67%나 높기 때문이다. 둘째, 하루 근로시간이 10시간을 넘기면 인간의 노동 효율성도 떨어진다. 셋째, 육아와 돌봄 등 개인의 가정생활을 만족시켜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넷째,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과 같은 개인의 사회생활을 통해 삶의 행복감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저녁이 있는 삶’, 즉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이라는 관점에서 필요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미칠 영향은 비록 극단적일 수 있지만, 하루 21시간을 근로시켰다가 11시간을 쉰 뒤 다시 21시간을 근로시킬 경우도 생길 수 있게 됐다. 하루 근로시간을 입법적으로 제한하지 않은 결과다.
1953년 근로기준법을 처음 제정해 근로시간을 규제한 것은 장시간 노동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데 입법 목적이 있었다. 더욱이 최근 선진국에서는 노동자 개개인의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위한 생활시간까지도 확보해 근로자의 시간 주권을 보장하는 추세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기왕에 대법원 판결이 나왔으니 이제 사회적 합의와 입법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즉, 1일을 단위로 하는 최장근로시간 규제가 필요하다. 현재 근로기준법이 기본적으로 1주를 단위로 근로시간을 규제하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자 개개인의 하루 생활리듬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 노동자의 생활시간 확보와 기업이 요구하는 근로시간의 유연화에 대해 각각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1일 단위의 최장근로시간 규제가 입법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우선적으로 한 독일에서는 근로시간법에 1일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근로시간법 제3조 제1문). 다만 6개월 내지 24주 이내에 1일 평균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1일 근로시간은 10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근로시간법 제3조 2문). 이러한 독일 근로시간법의 1일 근로시간 제한을 본보기로 해 우리나라도 최장근로시간인 주 52시간에 맞춰 1일 10시간 내지 11시간의 근로시간 제한을 입법할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