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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부산엑스포 유치에 낭비한 예산,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등록 2023-12-05 09:00수정 2023-12-05 17:03

프랑스 파리 로베르샤팡티 스포츠센터 외벽에 한복을 입은 아동이 부산 세계박람회를 응원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부산시 제공
프랑스 파리 로베르샤팡티 스포츠센터 외벽에 한복을 입은 아동이 부산 세계박람회를 응원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부산시 제공

[왜냐면]
이은지|
광고마케터·프랑스 파리 거주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근래 파리 길거리에서 반가운 광고판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바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최종 후보 도시였던 부산에서 엑스포를 유치하겠다는 광고였다. 유치위원회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지원으로 샤를 드골 공항의 디스플레이, 버스 정거장의 포스터, 버스·택시 랩핑(출력한 광고 필름을 겉에 입히는 방법) 등 다양한 옥외 매체로 2030 부산 세계박람회의 슬로건인 ‘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를 홍보했다.

옥외 광고는 보통 목표로 하는 소비자 집단이 클 때 사용하는 광고 매체다. 광고 운영 기간, 소비자 집단의 연령, 관심사 등을 세분화해 목표로 삼고 동일 집단에 반복 노출이 가능한 디지털 광고와 상반되게 옥외 광고는 광고의 대상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반대로 불특정 다수에게 동시에 노출이 가능한 이점이 있으므로 지역 인구 전체에 전반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에 좋은 매체다.

지난 11월28일 파리에서 열린 173회 국제박람회기구(BIE) 정기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지가 결정됐다. 이 총회에서 182개 가입국은 1국가 1투표의 원칙으로 개최지 투표에 참여했고, 부산은 예상보다 저조한 29표를 받으면서 엑스포 유치가 불발됐다.

광고 마케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부산 엑스포의 옥외 광고는 의아한 부분이 많았다. 투표권을 가진 200~300명(한 국가의 대표는 최대 3명까지 가능하다)이 파리에 머무는 며칠 동안 광고를 보여주기 위해 한 달 이상, 파리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광고를 송출했다. 더욱이 이미 부산이 후보지임을 알고 있는 회원국 대표들에게 옥외 광고와 같은 단순 이미지 노출이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을 것이다. 한국 광고비를 기준으로 1억원 단위가 넘는 예산을 광고의 최종 목표(2030 국제 엑스포 부산 개최)와 부합하지 않은 곳에 낭비한 셈이다.

국제적인 망신이 될 뻔했던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를 각종 기업의 후원으로 겨우 봉합한 지 넉 달이 지났다. 그리고 코로나19 뒤 나아질 줄만 알았던 경제 상황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가자 지구 사태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의 첫 세계박람회(등록 박람회)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외교 활동을 했던 것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응원할 일이었다. 하지만 국가들이 경제 침체기를 대비하는 시기에 선정 가능성에 대한 검토나 정치·외교적 전략 없이 다른 나라에 예산을 쏟아부은 건 그야말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제 부산 엑스포 유치전은 끝났다. 이 같은 예산 낭비가 더 이상 반복하지 않도록, 유치위원회의 철저한 예산 집행 보고와 전략 반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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