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철 환경부차관이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첫날인 2일 오전 세종시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음료를 구입하고 일회용컵 회수기를 이용하여 컵을 반납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왜냐면] 김재영 |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장
몇년 전 공개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바다거북이 사진과 그 빨대를 제거하는 영상을 기억하는지. 이 한편의 사진과 영상이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과 공분을 일으켰고 많은 국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제한과 금지 조치가 이어졌다.
사실 플라스틱에 희생되는 해양생물의 사례는 차고 넘치며, 바다에 플라스틱 쓰레기섬이 존재한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바닷속에 가라앉거나 미세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양까지 생각하면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규모는 상상조차 어렵다. 플라스틱이 상업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채 100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랍다.
어떻게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버려졌을까. 플라스틱은 다루기 쉽고 견고해 각종 재료로 쓰기에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제로 플라스틱’이 궁극적인 목표라 할지라도, 우선은 적게 사용하고 사용 뒤 제대로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숙제가 너무 과하면, 피할 핑계를 찾거나 차라리 포기하게 된다.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분리와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들을 쓴다. 예치금이나 보증금은 소비자의 적극적 분리배출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며, 부담금이나 환경세는 환경에 유해한 성분을 포함하거나 자연에서 분해가 쉽지 않은 물질을 포함하는 제품의 가격을 높여 소비 자체를 줄이는 방법이다. 두가지 모두 폐기물 관리에서 흔히 사용되는 정책수단인데, 그 정책 성공여부는 금액이 얼마나 적절하냐에 달려 있다. 분리배출의 수고를 감수하기에 너무 낮은 예치금이나 부담을 느끼지 않는 부담금은, 효과는 없고 엉뚱한 결과를 낳는다.
물론 예치금과 부담금에는 당연히 저항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성과 더불어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나 탄소중립 등 가치를 평가하는 시대다. 결과적으로 평가의 틀도 바뀐다.
2020년 법이 만들어져 시행을 앞둔 1회용컵 보증금제를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하지만 시행하기도 전에 없던 일로 하는 건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다행히 지난 9월 정부는 당초 전국을 대상으로 계획했던 컵보증금제를 제주와 세종에서 우선시행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컵보증금제인 만큼,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이 제도의 근본적 목표가 1회용컵 사용을 줄이는 것인지, 1회용컵 재료를 재활용하는 것인지 명확히 설정하고 그에 합당하게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올 2월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 참석한 175개국은 2024년까지 플라스틱의 전주기를 다루는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제정하기로 결의했다. 플라스틱 오염 협약은 국민 삶의 방식과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환경부 뿐 아니라 모든 정부부처가 협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2년에 이미 1회용컵 사용금지를 기업의 자발적 협약으로 시행했고, 2018년에는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했다. 피할 수 없다면 떠밀려서 할 일은 아니며, 더욱이 대한민국은 국제적 역할과 책임을 외면할 위치도 아니다.
무분별하게 남용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지구생태계를 돌고 돌아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매주 신용카드 1장 무게의 플라스틱을 먹는다고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이듯,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행동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