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내놓은 텀블러(다회용컵). 스타벅스코리아 누리집 갈무리
스타벅스가 최근 3년 반 동안 1126만개의 텀블러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텀블러를 산 셈이다. 스타벅스는 ‘일회용컵 없는 매장’을 운영하는 등 친환경을 내세웠지만, 텀블러의 판매량과 품목이 지나치게 많아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스타벅스가 2019년부터 지난달까지 판매한 텀블러는 약 1126만개였다. 연도별로는 2019년 약 266만개, 2020년 약 298만개, 2021년 약 303만개, 2022년 9월까지 약 259만개로 나타났다.
스타벅스가 판매한 텀블러 종류도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는 머그컵과 액세서리류 등을 제외한 텀블러만 연평균 448종을 판매했다. 2019년 404종, 2020년 373종, 2021년 557종, 2022년 9월까지 460종이었다. 이 수치는 같은 종류여도 색상이나 크기가 다른 텀블러는 각각 집계한 것이다.
또한, 스타벅스는 계절이 바뀔 때나 기념일마다 엠디(MD·특별기획)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텀블러뿐 아니라 머그잔, 가방, 돗자리 등이 포함된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만 ‘라인프렌즈+스타벅스 엠디’, ‘홈앤피크닉 엠디’, ‘가을 엠디’ 등 14종류가 출시됐다. 지난 7월22일에는 업사이클 파우치 등을 포함한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은 엠디’를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엠디 상당수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스타벅스가 ‘친환경’을 내세우는 것과 모순된다고 환경단체는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텀블러가 일회용컵에 비해 환경에 좋으려면 수백번 이상 반복 사용해야 한다”며 “일회용컵을 대체하기 위해 텀블러 하나를 오래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스타벅스가 텀블러를 지나치게 많이 출시하면서 사람들이 수집하고 소비하도록 조장하는 것은 환경에 악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도 “스타벅스가 매달 새로운 엠디를 출시하고 지나치게 많은 텀블러를 판매하는 것은 플라스틱 생산만 늘릴 뿐 환경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텀블러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소비자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텀블러를 더 사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2018년 국내 커피전문점 브랜드 중 가장 먼저 종이빨대를 도입했고, 현재 전국에 일회용컵 없는 매장 36곳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텀블러를 가져갈 경우 400원을 할인해준다.
이학영 의원은 “스타벅스가 종이빨대, 일회용컵 없는 매장 운영 등을 홍보하면서, 연간 400여종이 넘는 텀블러를 300만개씩 판매하는 것은 스타벅스 친환경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케 할 수밖에 없다”며 “무분별한 엠디 상품 생산을 줄이고, 스타벅스 고객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다회용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벅스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배출한 일회용컵 배출량은 10억2290만개로, 연평균 2억458만개에 달한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