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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하천등급 따른 치수정책이 ‘냉천 홍수피해’ 근본 원인

등록 2022-09-19 18:41수정 2022-09-20 02:07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리 냉천이 불어나면서 바로 옆 식당 건물 바닥과 마당이 유실돼 있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리 냉천이 불어나면서 바로 옆 식당 건물 바닥과 마당이 유실돼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김원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태풍 ‘힌남노’로 포항 냉천이 범람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8명이 숨졌고 포항제철소가 침수됐다. 지난 9월6일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구룡포에는 319㎜의 비가 내렸고, 특히 오전 6~7시 사이 110.5㎜의 비가 집중됐다. 매우 강한 비가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앞서 치수정책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냉천은 지방하천이다. 이에 따라 80년 빈도 홍수에 대응할 수 있게 하천을 정비했다. 이를 초과하는 시간당 110.5㎜ 강우에 하천은 넘칠 수밖에 없다. 2012~2019년 ‘고향의 강 정비사업’에 이어 2019~2020년 추가 정비가 이뤄졌지만, ‘80년 빈도’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하천설계기준은 국가하천은 200년 이상, 국가 및 지방하천 주요 구간은 100~200년, 지방하천은 50~200년 빈도 홍수에 대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하천치수정책의 근간을 이루지만, 잘못된 기준이다. 치수의 기준을 하천변의 보호받아야 하는 지역의 중요도가 아니라 하천등급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천에 제방을 쌓는 이유는 하천이 아니라, 하천변 사람이 사는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천등급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천변 지역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결국 치수기준도 이를 따라야 한다. 하천등급은 중요도가 아니라 관리 목적으로 정한 것일 뿐인데, 어느 순간 이 단순한 기본을 잊어버렸다.

냉천은 포항시내 중심지를 흐른다. 왼쪽으로 포항제철소, 오른쪽으로 포항경주공항이 있다.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그러나 지방하천이라는 이유로 80년 빈도 홍수에 맞춰 정비가 이뤄졌다. 만약 하천 주변 중요도를 고려하면 ‘500년 빈도’ 정도 기준이 적용됐어야 했다. 단순하게 하천등급만을 고려해 안전도를 낮게 정한 것은 치수정책의 근본적인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1993년 미시시피 대홍수를 겪고 치수정책을 변경했다. 중요 지역, 국가기간시설 등에는 기존 100년 보호 빈도를 500년으로 상향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하천등급이 아니라 하천변 보호지역의 중요도를 치수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2016년 태풍 차바 때 냉천 상류에는 200년 빈도 이상의 비가 내렸다. 2018년 태풍 콩레이 때도 80년 빈도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 등급이 낮은 하천에도 큰비는 언제든 내릴 수 있고, 도심 작은 하천이 되레 더 큰 피해 위험을 안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에 도심을 흐르는 지방하천이 많다. 대부분 80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이번 냉천 홍수피해는 언제 어디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19년 개정된 하천설계기준에는 하천등급과 관계없이 인구밀집지역, 주요 국가기간시설 지역은 500년까지 보호 수준을 상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중요한 지역은 보호 수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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