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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실내 마스크, 학교와 군대에서 먼저 벗어볼까

등록 2022-05-11 14:46수정 2022-05-12 02:35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첫날이자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금화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체육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첫날이자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금화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체육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김현철 | 의사·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4월18일 대부분의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풀린 데 이어 5월2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해제됐다. 이제 사실상 마지막 남은 방역수칙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으로 간주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하는 순간이 우리가 기나긴 팬데믹으로부터 진짜 해방되는 날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이 이미 실외는 물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없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전염병연구소장은 모든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며 “이제 미국인 스스로 위험성을 따져보아 이에 맞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며 시민 자율성을 강조했다.

팬데믹 기간 정부가 시민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식사 시간과 모임 인원 등 삶의 규칙을 정부가 정하고 따를 것을 강제했다. 전시 같았던 팬데믹 초기에는 이해할 수 있는 조치였지만, 이런 정책이 2년이나 지속됐다. 그 결과 시민의 자율적 삶에 큰 흠집이 생겼다. 방역수칙을 지켰는지 따지며 서로를 비난하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죄인 취급을 받아야 했다. 약간의 추가 피해가 있을 수 있다 해도, 실내 마스크 착용도 이제 시민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학교와 군대부터다. 우선, 30대 미만 젊은층의 코로나19 치명률은 매우 낮다. 영국과 미국 자료를 보면, 20대 미만 청년층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질 가능성은 독감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성적은 더 좋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숨진 10대 청소년은 단 8명이다. 젊은층 감염이 고위험층인 노인 감염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할 수도 있겠지만, 기우에 불과하다.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감염자와 선행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 20살 미만 청소년이 60대 이상 노인을 감염시킨 경우는 전체 감염의 0.6%에 불과했다.

더구나 우리나라 30살 미만 젊은층의 40%가 이미 확진됐다. 항체검사 결과가 나오면 더 분명해지겠지만, 실제로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교실 모든 학생이 확진된 경우도 많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정점을 지난 만큼 대규모 감염은 새로운 변이가 나오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런 만큼, 독감이 유행하던 시절에도 강제하지 않던 마스크를 젊은층에 강제할 필요는 없다. 이들은 코로나19에 확진돼도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으면 대체로 괜찮다. 아프면 집에서 쉬고, 많이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된다. 아이들에게 코로나19 전수검사를 반복하는 것도 불필요하다. 무증상 아동·청소년은 감염 사실을 알게 돼도 별로 달라지는 게 없으니 모르는 게 약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기간 마스크 착용은 아이들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이 문제다. 이 나이대 아동에게는 사회성 발달이 중요한데, 표정을 읽는 능력은 사회성을 기르는 데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마스크 착용은 아이들 간 상호작용에도 제약을 준다. 많은 나라에서 이미 교실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이유다.

학교와 군대에서 전면적인 마스크 착용 해제가 부담스럽다면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된다. 사회성 발달이 꼭 필요하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낮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실시해보자. 군대도 일부 부대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애보고, 점차 늘려갈 수 있다.

젊은층부터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연습을 시작해보자. 적어도 이들은 바이러스를 향한 과도한 관심으로부터 해방돼야 한다. 매년 고위험군에는 예방접종을 독려하고, 건강한 시민은 개인위생에 맡기고 특별히 신경 쓰지 않던 독감 관리방식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역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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