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상현|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이사장
여수에서 홍정운 학생이 현장실습 중 잠수 작업을 하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한달 가까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의 합동조사가 이루어지고, 사업주는 구속되었으며, 교육부의 실습기업 조기 점검 등이 발표되었다. 초기 대응을 하는 시간은 충분히 지났다. 이제는 파악한 문제를 토대로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할 때다.
학생들의 요구처럼 현장실습 폐지가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실습기업과 졸업 후 취업기업의 노동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경북 포항에서는 안전줄 없이 지붕 위 작업을 하던 청년 노동자가 추락사했고, 그 전달에는 보조 작업줄 없이 건물 외벽 청소를 하던 청년 노동자가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모두 직업계고(특성화고) 졸업생으로, 고졸 청년 노동자의 죽음은 반복되고 있다. 현장실습이 폐지되어도 고졸 청년 노동자의 위험한 노동환경은 달라지지 않는다.
‘학습중심 현장실습’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실습생의 노동자성을 부정한 것이다. 기업에서 노동과 함께 이루어지는 현장실습의 특성을 무시하고 학습권만을 강화하겠다는 결정이었다. 이후 교육부는 노동법령 일부 규정을 적용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실습생은 노동자가 아니라면서 노동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모순적인 방향이었다.
그 결과 실습생은 최저임금 보장 등의 내용이 빠진 노동법 일부만 적용받게 되었고,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인 책임과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유지하되, 실습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근본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 다른 노동자들과 같은 노동환경에서 실습하고, 노동 제공으로 사업주의 이익 창출에 기여하는 실습생에게도 노동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이 적용된다면 최저임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기업들은 현장실습에 참여할 수 없는 것처럼, 노동법을 지킬 수 없는 기업들의 현장실습 참여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과 노동자 지위의 동시 인정이 법적으로 문제 되는 것도 아니다.
실습생의 노동자 지위는 노동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기업의 법 준수와 안전보건관리는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영역이다. 교육부나 학교에는 전문적인 영역이 아니며, 권한도 영향력도 부족하다. 노동부가 실습기업에 대해 사전 점검을 사업화하여 추진해야 한다. 특히나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작은 규모의 사업장에 대한 집중 관리와도 연계된다.
학교에서의 체계적인 노동교육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실습생 스스로 자신의 권리와 부당함을 인식하고 부당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는 것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일회적 교육으로는 불가능하다. 2022 교육과정 개정 때 노동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총론에 노동을 명시해야 한다.
오는 7일, 직업계고 학생들이 거리로 나선다. 현장실습 대책과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요구한다고 한다. 학생들이 거리로 나오는데도 아직까지 교육부가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과 요구를 듣고자 하는 노력을 확인하지 못했다. 반복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만들지 않기 위해 교육부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목소리에 적극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학생들이 겪는 현실과 그 요구를 분명히 파악하고 대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