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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복지·통일 3대 기조 그대로
좌-우 논란은 자칫 공리공담 될 것 민주당 강령정책분과위원장으로서 이번 강령·정책 개정 작업은 매우 뜻깊고 보람 있었다. 특히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강령·정책 개정이 공론화 과정과 민주적 수렴 절차를 거쳐 이뤄진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생각과 입장의 차이를 넘어 합의를 이룬 민주당 의원들과 당원들의 성숙함에 대해 깊은 존경을 표한다. 강령·정책 개정안의 기본 방향은 그동안의 진보적 가치와 기조는 전혀 훼손되거나 변형됨이 없이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서 볼 때에 다소 취약하거나 오해되는 부분을 보완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우클릭’, ‘정체성 혼선’ 등의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주요 사항으로는 첫째, 민주당의 그동안 3대 정책 기조였던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와 통일” 부분은 명확하게 그대로다. 다만 “경제민주화와 함께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 활동에 대한 존중과 지원”, “보편적 복지를 통한 복지국가의 완성 추구 및 복지와 함께 선순환하는 질 좋은 성장 지향”,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 실현” 등을 덧붙였을 뿐이다. 둘째, 종전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모든 통상정책을 국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를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모든 통상정책에서 국익과 국내산업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며, 피해 최소화 및 지원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적극 마련한다”로 개정한다. 현재 80여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거나 협상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포괄적으로 “모든 자유무역협정”으로 한 것이고, “전면 재검토” 부분은 비현실적이란 비판을 수용해 삭제했다. 상대국에 대한 재협상 요구는 주권국가로서 당연하고 언제나 가능한 것이므로 굳이 명기할 필요성이 없었다. 셋째, 북한 인권과 관련해 “인도적 지원과 남북 화해협력을 토대로 해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북한 주민의 민생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는 부분을 신설했다. 북한 인권 문제가 새누리당 등으로부터 반북 대결주의를 조장하기 위한 정략적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고 “인도적 지원과 남북 화해협력을 토대로”를 명기했다. 그 외 전문 등의 “노동차별 해소와 노동인권 확장을 위한 노동운동과 시민주권의식 및 정의의 열망을 담은 시민운동을 계승함”, “노동자의 권익이 보장되며,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존중받는 청년” 등의 항목과 내용은 그대로다. 단지 전문의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촛불 민심” 등만 삭제했는데, 이는 정당의 헌법인 강령 전문이란 격과 형식을 고려했을 뿐이다. 강령·정책 개정은 총선·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지만, 정당이 늘 민심을 살피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며 종전의 노선이나 정책을 한 치도 바꿔서는 안 된다고 고집 피울 일이 아니다. 진보-보수, 좌-우 논쟁이 지나치면 자칫 공리공담으로 흐르고 국민들로부터 정치 혐오의 대상이 된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념적 색깔이나 노선보다 곤궁한 삶과 우리 사회의 결함을 해결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끔 하는 진정한 의지와 능력을 정치권에 갈구한다. 민주당은 강령·정책 개정을 계기로 더욱 국민의 뜻과 요구에 부응해 실사구시적으로 노선을 정립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실현할 것이다. 이상민 민주통합당 의원
강령·정책 수정은 민주당의 퇴보 ‘노동’ 소외된 강령전문 노동자 외면
현재 ‘불편할 만큼’ 진보적이지 않아
강령·정책 수정 새 지도부에 맡겨야 지난 시기, 정당들은 국민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강령·정책의 스펙트럼을 백과사전만큼 넓혀놨다. 특히 보수 정당은 보수성을 감추는 데 이를 적극 활용해 왔다. 돈 안 드는 일이니, 실천 의지도 없으면서 국민들에게 죄의식 없이 중구난방 미사여구를 삽입했다. 거창한 계획표를 침대 머리에 붙여놓고 쳐다보지도 않는 무책임한 자세였다. 문제는 당의 강령·정책은 결코 가벼이 다룰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정강정책은 개혁적 색채가 강화됐던 것은 분명했으나, 국민들이 ‘강령·정책’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기에 불편할 정도로 진보적이었다고 할 수도 없다. 통합 주체들은 ‘자기 성질’ 죽이고 개혁·진보적 국민들은 물론이요 보수적 국민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진정성 있고 실천 의지가 담보된 강령·정책을 만들고자 애썼다. 그러기 위해 토론하고 양보했다. 5월4일, 1년여 만에 민주당은 정강정책을 개정하려 한다. 민주당답게, 야당답게 진일보한 강령·정책을 위한 수정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퇴보한 정강정책 수정안을 갖고 논쟁하고 있다. 무상의료·무상급식·무상보육·반값등록금은 핵심 정강정책에서 사라졌다. 또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근본적 개혁’ 의지는 후퇴했으며, 강령 전문에서 민주당이 노동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상징적인 표현도 삭제됐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 진보적 정책은 70%에 이르는 국민이 지지한 정책이었으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핵심 정책이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정신의 계승’은 민주당과 한국노총의 통합을 가능하게 했으며, 노동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당이 1800만 노동자에게 보내는 존경과 애정의 표시였다. 노동이 빠진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는 생각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데도, 노동자·농어민·청년 등 기층 조직의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오히려 통합 정신을 훼손하면서까지 ‘구’ 민주당으로 회귀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개정 과정에서도 방법은 허술하고 절차는 반민주적이었다. 강령·정책 개정은 새 지도부가 할 일이다. 설령 차기 지도부의 부담을 덜자는 취지이더라도 현재처럼 논란 속에 강령과 정강정책 개정을 강행하는 것은 차기 지도부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비상대책위가 욕을 먹더라도 ‘총대’를 멜 것은 메어야 한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총대’ 메는 것보다 해서는 안 될 것이 ‘월권’과 ‘오판’이다. 결국 정치는 사람의 문제인데, 국민들과 지지층의 비판은 들끓는데 이를 책임있게 뒷받침할 리더십이 부재한 탓에 애꿎은 강령·정책이 두드려 맞는 형국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민주당은 제왕이 떠난 자리를 지지층의 거대한 힘으로 함께 헤쳐나가는 리더십 학습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는 많은 토론이 있을 것이고 언론에는 분열로 그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인내가 필요한 대목이고, 더욱 왕성한 참여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우리는 화려한 겉포장(당명, 로고)으로 국민들을 현혹하는 정당에 맞서 실속있는 내용물(실천하는 정강정책)을 국민들에게 드리고자 당 안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다. 그것이 60여년 정통 야당을 새롭게 변모시킬 힘이요, 통치자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정당에는 없는 야당의 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용득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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