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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포기 전에는 핵무기만이 억제수단
결국 미국 전술핵 재배치 협상 나설 때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핵무기가 서울로 향하면 서울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다수 국민들은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과 언론조차 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핵무장과 관련해 회의적 시각을 보인다. 현재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래 최대의 위기 국면에 처했다. 핵무장한 북한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에 국론을 모아야 할 때다. 군사적 응징은 제2의 한국전쟁을 각오해야 해 비현실적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자위적 핵무장을 하는 방안 역시 외교적 고립과 경제 제재를 불러올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북한이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핵무기가 정권 유지의 수단이 아니라 독’이라는 실용적 인식을 하는 정권이 들어서면 자진 포기가 가능할 것이다. 그때까지 한국은 북한 핵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핵무기에는 핵무기로 대응해야 한다. 이는 동서 냉전의 교훈이기도 하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유일한 억제 수단은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반입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근원적으로 북한의 핵 공격 욕구를 차단시킬 것이다. 남북 간 전략적 균형으로 재래무기에 의한 국지전 도발 가능성도 현저히 줄 것이다. 혹자는 전술핵 재배치는 핵 확산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북한에 의해 이미 핵 확산이 야기된 시점에서는 기존의 미국 핵 자산을 대북 핵 억제에 일시적으로 이용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오히려 전술핵 재배치로 한국은 자체적 핵무장의 필요가 없어진다. 따라서 재배치는 국제사회의 비확산 정책에 결코 역행하는 것이 아니다. 통일된 한반도는 반드시 비핵화돼야 한다. 전술핵 재반입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비확산이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인 오바마 정부는 현재의 핵우산으로도 한국 방어에 충분하다며, 주변국 우려를 고려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5월 하원 군사위원회는 “서태평양 지역 재래식 및 핵무기 추가 배치의 전략적 가치와 실행 가능성”을 타진하는 법안을 채택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1월2일 이에 서명했다. 사실상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무장은 비확산 정책에 대한 정면도전이라 미국을 설득할 논리는 충분하다. 한반도에 반입 가능한 전술핵무기 대상은 하와이와 괌 등지의 700~800기와, 나토 회원국 5개국에 배치된 게 있다. 나토 회원국들에 배치된 미군 전술핵 240기는 모두 전투기 투하용인데, 28개국 중 독일을 위시한 24개국은 유럽에서 이를 철수시키자는 입장이다. 전술핵 철수를 주장하는 독일·네덜란드·벨기에에 각각 20기씩 미군 전술핵이 있다. 1998년 미국은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전술핵 30기를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2002년 핵태세 검토보고서에서도 ‘불량국가’의 하나인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계획하고 있었다. 미국의 대북 핵 전략을 고려할 때 전술핵 재반입은 협상 여하에 따라 가능하다. 정부는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반도 전략 환경이 급변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전술핵 재반입을 위해 물밑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김동명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시대착오적인 핵무장론 한국은 모범적 국제규범 준수국
핵우산, 한미 연합 억지력으로 충분
핵배치하면 북한처럼 취급될 것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뒤 핵 개발과 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천명했다. 17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진정한 대화는 미국의 핵전쟁 위협을 막을 수 있는 핵억제력을 충분히 갖춘 단계에 가서야 가능하며 핵억제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확대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북한이 핵 개발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그 대책으로 자위적 핵무장론, 전술핵 재배치론 등이 다시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동안 고개를 들더니 요즘 다시 이런 논리가 분출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 보유를 더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핵 개발을 저지할 효과적 수단이 부재한 것이다. 여당 중진 의원들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동등한 억지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우리도 핵무기 보유국이 돼 안보적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나아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우리도 폐기한다는 조건부 핵 보유를 통해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논리다. 핵무장론이 일견 도발 위협에 지친 답답한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외교·안보 정책은 냉정해야 한다. 작금의 상황에서 자위적 핵무장론, 전술핵 재배치론은 실현 가능성이 적다. 첫째,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 규범을 준수하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핵 보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1990년대 초 전술핵 철수도 이런 맥락에서 진행됐다. 우리는 핵 이용국과 원전 수출국으로서 모범적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다.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는 순간 우리는 북한과 똑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다. 둘째, 미국이 우리의 핵무장을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을 경계한다.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와 핵무장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당장 일본의 핵무장 등 동아시아의 핵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것이다. 미국도 우리의 핵무기 보유를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를 압박하는 기제로조차 사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셋째, 우리의 핵무장으로 북한이 과연 핵 보유 의지를 꺾겠는가 하는 것이다. 오히려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삼을 것이다. 자기들이 받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우리에게도 동등하게 부과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더욱이 미국과의 통 큰 협상을 시도하는 북한이 우리의 핵무장에 놀라 군축을 시도한다는 것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 결론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물론 이런 사태까지 오게 된 책임은 북한한테 있다.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지력이 한반도 안보를 충분히 담보하고 있다. 북한이 전쟁 운운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지만 한-미 연합 억지력은 북한의 협박을 이겨낼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 이런 안보적 바탕 위에 이제 대화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북핵을 어떻게 다룰지, 개성공단을 어떻게 정상화할지, 한-미 정상회담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 없이 핵무장을 하겠다는 비현실적 주장으로 소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쉽고 촉박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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