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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만으론 북핵문제 해결 어려워
강력한 응징으로 북 정권 압박해야 20년을 끌어 온 북핵 문제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핸들을 뽑고 달리는 자동차처럼 북한은 핵무장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결국 문제의 시작과 끝은 김정은 정권의 선택과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핵무기냐 체제 생존이냐를 선택하도록 만들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출구가 열릴 것이다. 현 남북관계는 2차 세계대전 직후 미-소 관계와 유사하다. 당시 미국은 동맹국이었던 소련의 강경책에 당황했으며 비둘기파와 매파로 나뉘어 격한 논쟁을 벌였다. 이때 하나의 외교전문이 모스크바로부터 날아든다. 소련의 강경책은 외부 환경 때문이 아니라 바로 스탈린 체제 내부문제이며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외부와의 갈등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유럽을 부흥시켜 함께 소련을 포위해야 한다는 봉쇄정책을 주창한 조지 케넌의 ‘긴 전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후 40년이 걸렸지만 결국 미국은 커다란 군사적 충돌 없이 소련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북핵 문제의 기저에는 왕권적 1인 지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있다.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위협과 핵무기가 모두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핵무기는 처음부터 포기할 수 없는 정권의 보물이었다. 김정은 정권은 한국과 미국이 먼저 공격해오지는 않을 것이고, 중국은 그들을 포기하지 않으며, 국제연합(유엔) 제재는 견뎌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외부의 압살에 대항하는 자위적 핵 개발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들 스스로 만들어 낸 위협의 굴레일 뿐이다.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은 이러한 근본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 곧,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보유한다 해도 변하지 않으면 결국 망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위기의식 없는 대화만으로는 결코 풀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북핵 불용의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 핵을 보유한 채 평화협정과 경제 보상을 얻어낼 수 있다는 환상을 깨뜨려야 한다. 일각에서는 평화체제를 먼저 논의하면 핵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의 변화가 담보되지 않은 평화협상은 시간과 돈만 낭비할 뿐이다. 동시에 잘 조율된 효율적인 제재를 통해 북한 주민이 아닌 김정은 정권을 압박해야 한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할 경우에는 강력한 보복이 있을 것임을 알리고 실제로 이행해야 한다. 도발을 계속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정권교체를 당할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할 때 체제의 무능과 한계를 일깨울 수 있다. 출구전략은 더 중요하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물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전쟁의 비극만은 피해야 하기에 ‘핵을 포기해도 체제가 존속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협상안이 마련돼야 한다. 경제지원과 교류협력, 그리고 진정한 신뢰구축을 통해 체제 생존의 길을 열어주는 프로그램, 이것이 박근혜 정부가 이야기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중국과 함께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지혜가 곁들여져야 한다. 끝으로 국민적 단결이 필요하다. 안보불감증을 털어내고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로 뭉치며 북한 문제에 자신감을 갖게 될 때 진정 튼튼한 대북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생존의 문제에는 여야도 보혁도 없다. 오천년 역사를 이어온 국란극복과 통합의 정신은 지금 이 순간 더욱 절실하다. 신범철 국방연구원 북한군사 연구실장
남북 간 화해협력관계 구축이 절실 군사적 수단으로 북 억제한다면
피해 감수하고 도발할 땐 효과 없어
관계 개선 통한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와 한반도 긴장 고조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연일 남과 북은 전쟁 불사를 외치고 이미 말로는 전면전 상황이다. 북한의 도발 위협과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안보 태세를 강화하고 대북 억지력을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나라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단호함을 보이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의 도발을 막아내는 사전적 억지와 실제 도발 상황에서의 단호한 응징은 군사적 수단으로 상대방의 의지를 꺾는 ‘소극적 평화’의 방식이다. 연평도 포격 이후 우리 군은 시종일관 소극적 평화를 통한 군사적 대응에 주력해왔고, 지금의 긴장상황에서 강 대 강의 전쟁 불사 의지를 반복하는 것 역시 동일한 맥락이다. 그러나 군사적 수단에 의한 소극적 평화는 말 그대로 ‘불안정한 평화’다. 군사력으로 전쟁 발발을 억제함으로써 평화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갈등의 원인이 온존한 탓에 이런 평화는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슬람 세력의 테러 위협에 대해 군사적 우월성과 단호한 응징으로 아슬아슬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강요된 평화일 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그래서 이런 평화는 결코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안보 담론의 군사주의적 접근이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쟁을 억지하는 소극적 평화는 반드시 갈등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적극적 평화’와 함께 추구되어야 한다. 갈등을 잠복시키고 억누르는 불안정한 평화가 아니라, 갈등의 근본 해결을 통해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대안적 접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군사적 수단으로 북의 도발을 억지하는 것은 북이 응징을 감수하고 피해를 무릅쓰고라도 도발할 경우에는 통하지 않는다. 북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도발을 강행해야 할 정치적 동기와 이유가 있는 한, 소극적 평화의 불안정성은 언제라도 깨지기 쉽다. 이스라엘이 안보의 모범국가일지언정 평화의 모범국가가 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안정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상대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가능하다. 적대관계를 협력관계로 전환하고 갈등과 증오를 화해와 공존으로 바꾼다면 군사적 수단이 아닌 관계를 통한 안정적 평화가 가능해진다. 이명박 정부 이후 반복되고 있는 남북의 군사적 긴장 고조도 사실은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상호 적대관계에 기초하고 있다. 이를 화해협력의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근본적 처방이 된다. 또한 지금의 정전체제를 안정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 역시 적극적 평화의 해법이 된다. 전쟁을 일시 중단한 과도기 상황에서 남북의 갈등은 곧바로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기로 확대된다. 전쟁을 완전 종료하고 평화적 관계를 제도화하는 평화협정이야말로 상호 군사력에 의존한 불안정한 평화에서 관계 전환을 통한 안정적 평화로 진전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안정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에 우리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9·19 공동성명에도 명시돼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한층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노력과 의지를 우리가 먼저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문제는 평화이고 해법도 평화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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