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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담뱃값 인상 추진,어떻게 봐야 하나

등록 2013-02-28 19:39수정 2013-02-28 22:10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보건복지부도 담뱃값 인상을 거론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담뱃값은 2005년 이후 2500원 수준에 묶여 있다. 담배 한 갑이 순대 1인분보다 싸다. 가격을 올리면 흡연율을 낮출 수 있어 국민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찬성론자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가격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도움이 되기보단 서민 가계에 부담으로만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국민건강 위해 가격인상 필요하다

담뱃값 인상 흡연율 낮추는 데 도움
건강 불평등도 개선할 수 있어
마련된 재원 저소득층 위해 써야

대한민국은 아직도 흡연공화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성 흡연율이 최고 수준이고, 금연 정책은 타이(태국)·말레이시아·우루과이·브라질보다 훨씬 뒤떨어져 있다.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여전히 흡연자가 1000만명을 넘는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 여성의 흡연율이 올라가고 있다. 선진국 문턱에 있는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청소년들의 흡연을 막고, 성인 흡연자들이 금연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무엇일까? 청소년들에게 흡연의 중독성과 해로움을 교육하고, 실내금연을 의무화하며,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고, 금연 상담과 약물치료를 보험급여화해서 금연 시도자들의 문턱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정책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정책을 모두 시행한다 해도 담뱃값이 우리나라처럼 싸면 그 효과는 너무도 미미하다는 것이 많은 사례와 연구의 결론이다. 그러니 담배 한 갑이 캐나다나 오스트레일리아(호주)처럼 1만2000원, 미국 1만원, 일본 7000원 수준이 되지 않고서는 어떤 금연 정책도 흡연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떨어뜨리지 못한다.

흡연은 건강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행위다. 소득 하위계층은 상위계층보다 흡연율이 3배나 높다. 이 때문에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평균 수명도 짧아져 경제활동 기회가 적다. 흡연으로 소득 하위계층이 더 가난해지고, 건강불평등이 악화되는 것이다. 담배에 대한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소득 상위계층보다 하위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소득 상위계층보다 하위계층에 담배를 끊는 흡연자가 3배 이상에 이른다. 여기에는 청소년들도 포함된다.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일 뿐만 아니라, 건강불평등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담뱃값을 올리면 정부 수입은 대폭 상승한다. 담뱃값 인상의 일차적인 목적이 세수 확대는 아니지만, 현행 2500원인 담뱃값을 5000원으로 올리면 조세 수입이 약 3조2500억원 정도 증가한다. 이는 복지 관련 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 담뱃값 인상은 저소득층, 특히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 가계에 경제적 부담이 되므로,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취약계층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개선하는 데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이들의 금연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담뱃값의 역진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담뱃값 인상은 서민을 위한 정책이다. 따라서 이 정책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려는 시도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담뱃값이 물가지수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담뱃값이 인상되면 물가가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도 저소득층은 더 많은 담뱃세를 부담하고 있고, 담뱃값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흡연이 더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담뱃값 인상은 역진적이 아니다. 다만,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담뱃값 인상을 가장 심하게 반대하는 집단은 담배회사다. 담뱃값 인상이 담배 수요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담배회사의 전략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을 낮추고 서민들을 위한 복지 정책에 박차를 가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김철환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교수


서민가계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가격 비탄력적인 담배의 특성상
가격 올라도 흡연율 감소효과 낮아
외려 ‘불평등 상품’ 될 가능성 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나아가 김재원 의원은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을 통해 담뱃값 인상을 거론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담배 제조사와 지방재정학회는 물가연동제 도입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된 지 불과 17년, 그동안 담배소비자들은 국민건강 증진이란 명분 때문에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번엔 담뱃값 인상 추진으로 박근혜 정부의 유일한 증세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물가상승률은 임금상승률을 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담배상품의 대폭적인 가격 인상은 가계의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격에 비탄력적인 담배의 특성 때문에 값이 대폭 오를 때만 일시적으로 흡연율에 영향을 줄 뿐, 시간이 흐르면 그 효과가 반감돼 결국 서민가계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담뱃값을 많이 올린 선진국뿐 아니라, 2004년 말 국내 담뱃값 인상 후 흡연율 변화를 보더라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설사 흡연율 하락에 영향을 준다 하더라도 담배가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소비 여부가 결정되는 대표적 ‘불평등 상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문제다.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행복추구권 및 흡연권에 대해 국가가 담배가격으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의문스럽다. 대책 없이 서민계층의 흡연을 막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2004년 이후 매년 담뱃값 인상이 거론될 때마다 소득의 역진성, 물가상승 유발로 인한 서민경제 악화 등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급진적인 담뱃값 인상 정책은 현실화될 수 없었다. 정부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외제 담배 밀수와 청소년 범죄, 서민 부담 증가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인정하며 일방적 가격인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등 정부와 국회의 대안 없는 약속을 위해 일방적으로 담배소비자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에 불과한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 감소’와 ‘세수 확보’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아니라, 지난 정부 5년간의 가장 큰 실패요인인 ‘국민과의 소통 부족’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일 뿐이다. 정부와 국회는 담뱃값 인상의 합리적인 대안을 국민들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또한 지금껏 정부의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일방적인 규제정책을 바꿔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선행된다면 담배소비자들도 담뱃값 인상에 대하여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국가의 발전과 국민건강 증진, 비흡연자와 청소년의 담배로부터의 보호, 기본적인 흡연권 인정 등을 통해 담배소비자로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담배가 아무리 유해한 상품이라 해도 헌법적으로 흡연권 및 담배 소비가 보장되고 있는 현실에서 대폭적인 담뱃값 인상은 결국 주된 소비계층인 서민들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흡연율의 문제는 소득 분포별로 따지고 보면 고소득층의 경우 일반적으로 흡연율이 감소하고 있다. 또한 지역별로도 부유한 지방정부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흡연율이 낮다. 결국 담배가격 인상을 추진할 때도 이러한 소득별, 지역별 흡연율의 차이를 고려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경수 한국담배소비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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