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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중기적합업종 선정, 어떻게 봐야 하나

등록 2013-02-14 19:17수정 2013-02-14 22:14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점·음식점 등 16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점포 수와 동네빵집과의 거리 제한 규제를 받게 된 프랜차이즈형 제과업계에서는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기업과 골목상권이 상생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필요하다는 것이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규제가 자영업자의 창업 선택권을 제한하고 이미 진출한 자영업자의 기득권만 강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대기업·중소상인 상생 위해 필요

무너져 가는 골목상권 살리고
영세 자영업자 보호하려면
무분별한 가맹점 확대 규제해야

동반성장위원회가 2년6개월 만에 14개 생계형 서비스 분야에서 중소상인 적합업종을 지정했다. 동반성장위가 출범하고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기업과 적합업종 지정을 놓고 씨름을 벌이는 사이에 이미 많은 대기업이 자영업자의 적합업종에 진출했다. 만시지탄의 아쉬움이란 이런 늑장대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나마 소모성 자재(MRO) 등 많은 품목이 빠지고 4개 업종에만 사업 축소가 포함됐으며, 나머지 10개 업종에서는 확대 자제 및 진입 자제가 주된 내용이어서 범위와 효과도 제한적이다.

중소상인 보호는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는 수준이다. 그 범위나 내용이 왜소함에 비해 재계의 반발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다. 소모성 자재, 운송, 유통, 제과, 외식업 등 생계형 서비스 분야에서는 재벌 3세들의 세금 없는 대물림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자영업자들의 생존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어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의 시금석이 되고 있는 분야이다.

재계는 이번 결정이 2005년 폐지된 고유업종 제도의 부활로 철 지난 대책이라고 비난하지만, 중소상인 적합업종은 서비스업 위주의 비교역재 분야로 과거 제조업 고유업종 분야와는 성격이 다르다. 중소기업에서 출발한 중견기업들도 발을 묶는다는 비난이 있지만, 막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 아님은 명백하고 중소기업에서 출발한 기업이라도 대기업으로 성장하여 경제력 집중 현상이 생기고 그 결과 다른 많은 중소상공인의 생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면 경제력집중 견제의 정책 대상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파리바게뜨, 카페베네 같은 프랜차이즈업체도 확대·진입 자제 대상으로 하면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본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무분별한 가맹점 확대는 주변의 독립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기존에 영업지역을 확보하고 있던 가맹점주들의 생존도 위협하고 있다. 가맹점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가맹계약에서 가맹점주의 영업지역으로 정한 구역에 새로운 가맹점을 설립하는 것을 불공정행위로 규제하고 있다.

적합업종 지정이 국내 대기업만 규제하고 외국 기업은 자유무역협정(FTA),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때문에 규제할 수 없어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적합업종 지정이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을 차별하는 것인지, 노동·환경 보호 등의 공익적 목적이 있는지 등의 법률적 심사를 거쳐 이들 협정 위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지 외국 기업에 규제 효과가 미치면 무조건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서유럽이나 미국의 대도시에서도 대형마트의 동네상권 진출을 규제하고 영업시간 규제를 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적인 중소상인 업종 보호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제도이다. 오히려 재계가 이제 시작하는 중소상인 적합업종 지정에 이렇게 과도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과연 동반성장위의 적합업종 지정권고가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다. 재벌과 대기업이 중소상공인 적합업종에 진출 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동반성장위가 취할 수 있는 조처는 사업조정제도에 회부하는 정도이다. 지난 대선에서 야당 후보는 중소상공인 ‘적합업종 보호 특별법’ 제정을 공약했고, 박근혜 당선인도 적합업종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공약한 만큼 재계가 계속 반발한다면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골목상권 보호 효과 기대 못해

자영업자 창업 선택권 제한하고
기존 점포에만 역으로 혜택 쏠려
소비자 후생 외면해 얻는 게 뭔지

현재 청년실업 문제와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의 급증으로 한국 경제의 당면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더욱이 엔화 약세는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의 기반마저 흔들고 있어 미래 경제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산업 등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적용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첫째,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의 창업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점이다. 국세청(2008년) 자료를 보면 자영업의 창업 대비 폐업률은 84%나 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기업을 퇴직했거나 독립적으로 사업을 했지만 경쟁력이 없어 실패한 자영업자 출신들이다. 이번에 적합업종에 선정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이들 베이비부머 은퇴자나 실패한 자영업자 출신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들이다. 출점을 제한하게 되는 동반성장위의 이번 결정은 생계를 위해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수많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과 재기를 꿈꾸는 자영업자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역차별이다.

둘째, 프랜차이즈에 대한 적합업종 선정은 높은 자영업 폐업률을 더욱 조장할 뿐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음식·숙박 업종의 경우 창업 5년 뒤 생존율이 29%에 불과한 데 반해, 정보공개서에 5년간 등록된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 생존율이 85% 이상이나 된다. 다시 말해 이번 결정은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에 가맹하여 생존하겠다는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시장진입을 막는 반면 기존의 자영업자 중 살아남은 20%의 경쟁력 있는 점포들에 대한 기득권을 보장하는 역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동네빵집’의 기준을 묻고 싶다. 대기업 브랜드에 가입한 가맹점사업자들은 100% 자기 자본을 투자해서 가맹본부와 별도의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이다. 나홀로 힘들게 운영되는 개인 점포들은 오히려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통해 단합하고 뭉쳐야 생존할 수 있다. 동네빵집 중에는 그 지역에 뿌리내려 프랜차이즈 가맹점보다 매출이나 수익이 더 많은 점포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소수의 부자를 보호하려고 생계를 위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고자 하는 다수의 서민을 상권에 못 들어오게 한다는 일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넷째, 적합업종 선정 논의에서 소비 주체인 소비자 후생은 어디로 갔는지도 묻고 싶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소비자들은 소비에 있어 브랜드를 중시한다. 소비자 후생을 선도하는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선호되게 마련이고, 이러한 소비자 선호는 점포의 생존력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 후생을 도외시하는 이번 결정으로 얻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은 청년층과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에 대한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패한 자영업자들의 재기를 위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국가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대안은 국민 스스로 먹고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복지를 늘리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프랜차이즈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은 경쟁력이 없는 생계형 소상공인 및 예비 소상공인에 대한 방관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정부에서는 고용창출 효율과 자영업 생존율을 높여주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프랜차이즈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할 것이다.

박주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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