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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업 통상환경 개선에 도움
산업 전담 부처가 통상 담당해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으로 통상기능이 15년 만에 다시 외교부처에서 경제부처로 돌아오게 됐다. 통상기능 이전으로 관계부처는 물론이고 정치권 및 학계의 찬반 논의가 분분하다. 그렇다면 15년 전에 외교부로 보냈던 통상조직을 다시 경제부처로 돌려놓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통상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국내 무역규범을 국제기준에 맞추고 개방하는 노력이 시대적으로 요청됐다. 이를 위해 통상교섭본부를 두게 되었고, 여러 나라와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여는 등 우리의 경제영토를 넓힐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비효율과 엇박자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간에 쫓기며 협상을 타결하다 보니 국내 산업 주요 당사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막바지에 미국이 자국 자동차의 수입 확대를 요청하거나 의료기기 및 정밀기계의 개방 확대를 주장했던 것도 그러한 사례 중 하나다. 아세안(ASEAN)이나 인도와의 협정 체결 효과가 크지 않은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통상조직 개편안은 우리 산업의 이해를 제대로 반영한 통상을 수행하고자 하는 새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본다. 산업과 통상이 융합될 때 통상 정책에서 교섭, 이행 대책에 이르기까지 일원화된 체계를 유지하여, 통상의 전문성을 높이고 우리 산업의 입장을 충실하게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허·표준·지식재산권·기술장벽·투자 등 새로운 통상 이슈에 대응하는 것도 산업과 함께 계속 호흡을 맞춰온 부처가 담당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우리 기업이 느끼는 ‘손톱 밑의 가시’나 ‘신발 속의 돌멩이’를 더 잘 빼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는 중남미 같은 신흥시장이 새롭게 우리 통상의 중심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통상 확대만 요구해서는 그들과 협력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그들은 우리의 발전 경험을 배우고 싶어 하고, 산업과 자원 분야에서 우리의 협력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따로, ‘산업·자원 협력’ 따로가 아니라 이 둘을 한 틀에 묶어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산업형 통상시스템은 미래 통상수요에 적합한 체제이다. 새로운 시스템의 또다른 이점은 산업통상부가 갖고 있는 무역 관련 해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네트워크를 이용하면서 우리 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통상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은 우리 중소기업들한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외국의 사례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리의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많은 나라에서 산업 부처에서 통상을 담당하고 있다. 아이가 크면 새로운 옷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새로운 통상환경이 펼쳐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의 통상도 예전에 입던 옷을 계속 고집할 이유는 없다. 이제는 산업과 통상이 결합되는 새로운 산업형 통상시스템이 제대로 뿌리내리고 작동할 수 있도록 뜻을 모아야 한다. 신달석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제조업 전담 부처론 총괄 어려워
열린 형태의 별도 독립기구 필요 통상교섭 기능의 이관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통상교섭본부가 반발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국을 자유무역협정(FTA) 허브국가로 만들었다는 그들만의 자부심에 빠져 체결 이후는 나 몰라라 하고, 타 부처와의 조정이나 국민과의 소통에 소홀하다는 지적 등에는 귀를 닫아왔다. 국민은 협정의 실익을 체감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이번 개편안을 반겨야 할까? 새 정부가 출범하면 당면하게 될 통상 이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투자자-국가제소제’(ISD) 개정 협상 및 론스타와의 힘겨운 소송, 쌀 관세화 협상 등 하나같이 굵직굵직한 사안들이다. 이들 사안은 현 지식경제부 소관업무를 훨씬 벗어난다. 국내 경제 전반은 물론이고 나아가 법제도와 보건사회정책과도 밀접한 연관을 지녔다. 앞으로 전개될 한-중, 한-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역내 포괄적 동반자 협정(RCEP), 미국이 ‘아시아로 전략축 이동’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은 또 어떤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단지 통상현안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따라서 산업부로의 통상업무 이관을 골자로 하는 현 개편안은 앞으로 통상현안의 성격과 미래 국가발전 방향을 고려할 때 재고해야 한다. 개편안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짚어보자. 첫째, 최근의 자유무역협정은 ‘포괄적 자유무역협정’(comprehensive FTA)을 특징으로 하는바 제조업 관련 분야는 일부에 지나지 않고 1차산업과 서비스·투자시장, 각종 무역규범 조율에 이르기까지 실로 방대하다. 단적으로 한-미, 한-유럽연합(EU) 협상이나 현재 진행중인 한-중 협상에서도 한 부처가 단독으로 협상분과를 맡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둘째, 그간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이 기왕에 국내 경제와 선순환하고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사회통합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제도 선진화나 투자자-국가제소제와 같은 부작용 해소도 마찬가지다. 셋째,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전환기적 위기상황에 비춰 볼 때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추구해야 할 전략적 이익은 경제적 이익 못지않게 긴요하고 절박하다. 가령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선정한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ASEAN)으로부터 개성공단에 투자를 유치해 이곳을 남북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굳건한 역내 경협의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 또 역내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평화와 공동번영으로 가는 동아시아 거버넌스 구축의 토대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듯 경제와 비경제를 넘나들고 국내외를 아우르는 복합대외전략수단을 어떤 개별 부처가 잘 다룰 수 있겠는가. 나는 지금의 통상교섭본부에 ‘자유무역협정 국내대책본부’를 통합하고 각 부처와 전문가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열린 형태의 통상독립기구 설치를 제안한다. 이는 통상정책의 전후 및 대내외 정책간 연계 강화에 유리한 조직 형태다. 자유무역협정을 복합대외전략수단으로 활용하려면 현재 대외경제장관회의로 되어 있는 통상교섭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미국과 같이 국가안보실(신설 예정)로 이관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사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런 중대 사안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와 쌍방향 소통이 아닐까.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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