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논쟁

[논쟁] 기초연금 재원마련,해법은?

등록 2013-01-24 19:22수정 2013-01-25 09:41

기초연금 재원 마련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화하고 연금액을 두 배로 올리는 대신, 추가로 드는 재정을 국민연금기금에서 충당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이를 찬성하는 쪽은 세금을 걷어 기초연금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들어 과도하게 쌓인 기금을 활용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에 손을 대면 기금이 고갈될 우려가 커지므로 조세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국민연금기금에서 충당해야

기금 없어도 연금 지급 가능한데
‘기금고갈론’ 지나치게 불안 키워
과대 연기금 쌓아둘 이유 없어

현재 400조원이 쌓여 있는 국민연금기금은 2040년대 초반 2465조원까지 늘어나다가 2060년경에 완전히 고갈된다. 막대한 국민연금기금을 이용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들의 연금을 좀 올리고 연금 못 받는 분들에게 용돈이라도 좀 드리자는 제안에 대해 정부의 대답은 항상 이렇다. “국민연금기금 고갈 시기가 빨라져 국민들이 불안해한다.”

연금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노후소득보장제도가 될 수 있는 수많은 개혁안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제안이 받아들여지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연금은 최저생계비 수준도 안 되는 ‘용돈연금’으로 전락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국민연금기금 고갈’이라는 여덟 글자의 막강한 위력 때문이다. 이 말 한마디면 어떤 개혁방안도 통하지 않는다. 기금고갈론은 연금 내실화를 무력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못 받나? 기금이 고갈됐다고 연금을 안 주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대다수 선진국들은 기금 한 푼 없이도 넉넉한 연금을 주고 있다. 가령 노인에게 줄 연금이 20조원 필요하면 그해에 20조원을 젊은 사람에게 보험료와 세금으로 걷는다. 독일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천문학적인 연금기금을 쌓아두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스웨덴, 캐나다 5개국밖에 없다.

당장 국민연금기금을 허물어 쓰자는 얘기는 아니다. 적정한 적립금을 쌓아두는 것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기금고갈론이 국민연금의 노후보장 기능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데 있다. 기금 고갈을 우려하여 연금의 존재 목적인 충실한 노후보장을 포기하는 것은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는 것이다. 공적 연금은 노후보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기금과 재정 안정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기금이 고갈되면 노인을 부양해야 할 후세대의 허리가 휘어지기 때문에 계속 적립을 해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근거가 희박한 주장이다. 적립된 국민연금기금을 조금 써 기금 고갈 시기가 2050년으로 10년 앞당겨진다고 하자. 그럼 2050년에 기금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우리 자식들은 보험료와 세금을 걷어 전체 인구의 40%가 되는 1900만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총액이 얼마나 될까? 20만원으로 인상된 기초연금을 노인 전체에게 주고 여기에 국민연금 지출 비용까지 합하면 국내총생산(GDP)의 9.8%가 된다. 선진국들은 2010년 노인인구가 15%일 때 이미 지디피의 10%를 연금으로 지출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2050년에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돼도 우리 자식들이나 손주들이 경제적으로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복잡한 논리는 빼고 상식선에서 생각해보자. 선진국 진입이 눈앞에 있다는 나라가 세계 최고의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라는 치욕적인 수치를 갖고 있다. 반면 지디피의 31.2%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연금기금을 쌓아두고 있다. 추운 겨울에 피골이 상접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돈이 없어서 냉방에서 찬밥 먹고 사는데 자식들은 옆방에 주체하기 힘든 금은보화를 쌓아놓고 방이 덥다고 속옷만 입고 지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건 너무 불합리하지 않은가!

국민연금기금 고갈이라는 망령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지 않는 한 제대로 된 노후소득보장제도를 결코 만들 수 없다. 하물며 보편적 복지국가의 꿈, 그건 진보의 일장춘몽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세금 걷어 조달해야

국민연금기금 고갈 막기 위해
지급액 이미 33%나 낮춰놓고
국민연금 전용하겠다는 건 모순

인구 고령화와 노인빈곤층의 확대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씩 지급하기 위한 기초연금 도입은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로 이뤄지고 있는 기초노령연금과 마찬가지로 조세를 통해 마련하는 방법이 있고, 기초노령연금분은 계속 조세로 하고 나머지는 국민연금기금의 일부를 충당하는 방법도 있다. 완전히 연금보험료로 충당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현재로서는 논의 거리가 될 수 없다. 연금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올해에도 3조2844억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이 이루어진 뒤에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첫째 안과 둘째 안의 선택 문제가 남는다.

무슨 방안이든 선택을 할 때는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기초연금이 갖는 목적을 먼저 고려하여 그 목적에 맞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게 좋다. 연금이란 소득이 있을 때 보험료를 납부하다가 노후나 사고, 질병으로 장애를 입거나 사망했을 때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노후소득보장제도이다. 기초연금도 연금의 하나라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면 대부분 보험료로 이뤄진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을 활용하자는 안은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기초연금이란 기초연금-국민연금-개인연금 등 3층 연금체계에서 전국민 공통의 1층 부분의 연금을 말한다. 즉 모든 국민에게 노후에 정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적 연금이다. 재원조달 유형을 보면 북유럽 복지국가와 캐나다 등 전액 조세로 지급하는 국가와 영국·일본 등 사회보험을 주체로 하는 국가로 구분된다. 현재 과도기로서 국민연금기금 활용안이 나오는 것이 얼핏 일리는 있어 보이지만, 사회복지제도의 근간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연금제도의 틀을 지켜나가면서 필요한 재원을 해마다 조세로 충당하는 게 원칙에 맞는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저부담-고급여 구조에다 연금 지급 시기도 빠른 문제 등을 제기하는 연금재정 고갈론을 잠재울 수 없다. 특히 정부가 국민연금기금 고갈을 막겠다며 2007년 지급액(소득대체율)을 33%나 낮춰놓고, 기초연금 인상 재원을 국민연금기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2012년 11월말 현재 연금급여 등 지출 81조4000억원을 제외한 기금적립금은 387조4000억원으로서 올해 국가 예산 342조원을 넘는 규모이다. 게다가 2043년에는 2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국가경제 발전과 양극화 해소에 활용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공적 재원이다. 따라서 적립기금을 기초연금 급여에 쓸 게 아니라 취업서비스 확대, 출산 인센티브 제고 등 연금 가입자를 위한 각종 서비스를 사회투자전략 차원에서 강화하여 일자리 창출과 출산율 제고에 활용함으로써 연금재정의 안정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모름지기 제도의 변화는 사회 합의를 전제로 한다. 노후 기초생활 보장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체제 유지 비용이자 세대 통합 동력이라는 관점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토대로 박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김용준 총리” 발표에 빵터진 기자실, 무슨 일?
이동흡 ‘관행’ 주장에 헌재 “대부분 재판관, 특정업무비 공적 사용”
책임총리 대신 의전총리로…박근혜 ‘직할통치’ 신호탄
영국 “우리가 호구냐” EU 탈퇴 국민투표 선언
‘황색 돌풍’ 리나, 샤라포바 눕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간첩 싹 잡아들이라 한 것” 누가 믿을까? [2월5일 뉴스뷰리핑] 1.

윤석열 “간첩 싹 잡아들이라 한 것” 누가 믿을까? [2월5일 뉴스뷰리핑]

[사설] 속속 드러난 ‘윤석열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2.

[사설] 속속 드러난 ‘윤석열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헌법이 구타당하는 시대 [세상읽기] 3.

헌법이 구타당하는 시대 [세상읽기]

윤석열 파면되면 국힘 대선후보 낼 자격 없다 4.

윤석열 파면되면 국힘 대선후보 낼 자격 없다

민주주의 흔드는 ‘레드 콤플렉스’ [하종강 칼럼] 5.

민주주의 흔드는 ‘레드 콤플렉스’ [하종강 칼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