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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절감에도 도움 안 돼
예고했더라도 과감하게 유보해야 최근 서울지역 9개 대학 입학처장들과 진학지도협의회 소속 교사들을 중심으로 ‘선택형 수능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택형 수능 방식으로는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사실 선택형 수능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되었다. 수능 3년 예고제에 따라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가 ‘2014년 수능 개편 방안’을 발표했을 때,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늘고 사교육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는 3년 뒤 시행될 제도 앞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안 그래도 복잡한 대입 전형에 수능까지 A, B형 두 가지로 나뉘면서 입시는 더욱 복잡해졌다. 수능 10개월을 앞두고 학교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장기적인 계획 아래 학년별로 학생을 가르치지 못하다 보니 2013년 입시가 마무리된 뒤에야 선택형 수능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는 한 서울지역 교장의 말처럼, 선택형 수능의 개념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학교가 대부분일 것이다. 선택형 수능의 가장 큰 문제는 애초 취지와 달리 수험생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애초 교과부가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에서 A, B형의 선택형 시험을 도입한 것은 자신의 학력수준과 진학할 대학에 따라 난이도를 선택하도록 해 수험생의 부담과 사교육 의존도를 크게 낮추겠다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최근 한 입시전문업체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선택형 수능으로 학습 부담이 ‘줄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4.7%로, ‘늘었다’(40.2%)와 ‘그대로다’(55.1%)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또 사교육비 부담에 대한 질문에서도 ‘늘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36.4%)은 ‘줄었다’고 답한 응답자(1.9%)에 견줘 훨씬 높게 나타났다. 선택형 수능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A형과 B형, 결국 우열반 도입 없이는 해결이 안 된다. 그러나 이는 교육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또다른 비판을 불러올 것이다. 또 이동수업이 필수인데 교과과정 보완만으로 충분한 것인지 묻고 싶다. 선택형 수능으로 사교육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원화된 수능으로 대학은 물론이고 고교 서열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A형보다 어려운 B형을 선택한 학생 비율에 따라 고교 서열이 매겨지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A·B형에 따라 등급이 나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선택형 수능은 A·B형을 놓고 ‘눈치작전’식 유형 선택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두 유형의 난이도 차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어느 유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능 등급과 이에 따른 대학 합격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수험생들이 마지막까지 유불리를 따져가며 유형 선택에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선택형 수능을 치르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다. 선택형 수능에 대한 비판에 ‘왜 여태 가만있다가 이제 와서 문제제기를 하느냐?’는 식의 비아냥거림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3년 전 예고를 했으니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실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혼란만 가중시키는 정책이라면 과감히 물리는 것이 맞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
유보하면 국민 혼란 더 가중돼 교육현장 어려움·우려 공감하나
시행유보 주장엔 동의 어려워
수능 3년 예고제 원칙 지켜져야 올해 처음 시행되는 선택형 수능의 유보와 관련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예정대로 치르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논란이 잦아들고 있다. 최근 서울 9개 주요 사립대 입학처장들은 대학입시가 더욱 복잡해지고, 사교육이 성행할 가능성과 준비 부족 등을 지적하며 11월 시행 예정인 선택형 수능의 실시 유보를 주장해 교육계 안팎에서 찬반양론을 촉발한 바 있다. 새로운 수능체제에 따른 일선 고교와 대학의 준비 부족과 어려움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선택형 수능 자체를 유보하고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첫째, 약속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수능 3년 예고제를 바탕으로 수능 기본계획 및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이미 발표되었고, 불과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수능을 되돌릴 경우 나타나는 정책신뢰도의 저하, 학교현장의 혼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당해 연도에 입시제도를 바꾼 사례 또한 찾아보기 힘들고, 유보될 경우 선례로 남아 비슷한 일이 재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둘째, 시행에 따른 문제점 못지않게 유보의 문제점 또한 크다는 것이다. 고교와 교육청은 A, B형에 따라 이미 편성한 교육과정을 변경해야 하고 교과서도 새롭게 구매해야 한다. 또 대학은 언어, 외국어 A, B형 관련 최저학력기준, 가산점 등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전면 변경해 공표해야 한다. 더불어 수능 출제 방향을 재수정하는 것은 물론 이미 발간된 교육방송(EBS) 수능 교재를 폐기하고, 짧은 기간 안에 새로운 교재 및 강의를 개발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재학생과 재수생 간의 유불리 논란 등 법률적 시비 또한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물론 선택형 수능을 유보하자는 주장은 그만큼 대학 및 고교 현장의 준비 부족과 어려움이 크고 고3 수험생이 새로운 제도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방증일 수 있다. 현재 고교 교사들은 방학 중에도 자격 및 직무연수, 새 학기 준비에 더해 선택형 수능 준비를 위한 교과과정 편성으로 고민이 깊다. 따라서 이제는 선택형 수능 유보 논란에서 벗어나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집중할 때다. 선택형 수능 도입에 따라 불안감을 느낄 학생, 학부모의 사교육 컨설팅 의존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교과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상담 콜센터의 확대 운영, 좀더 자세한 정보 제공 노력이 요구된다. 교육과정 편성과 학생 진학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고교에 교사 연수, 컨설팅 제공 등 실질적인 지원도 해줘야 한다. 비록 지난해 고2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차례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예비평가, 두 차례의 시·도교육청 주관 수능 연합학력평가가 치러졌다고는 하나 출제 방향에 대해 여전히 학생과 학교현장의 답답함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인수위가 선택형 수능 유보 논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선택형 수능 유보 논란을 거치면서 교육적·사회적 합의를 통해 좀더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확인되었다. 차기 정부는 대입제도 단순화의 공약을 넘어 고교 수업 내용 기반의 문제은행식 국가기초학력 평가 실시, 대학 자율로 전공별 내신 반영 과목 채택, 국가 수준의 공익형 입학사정관 거버넌스 확보 및 운영 지원 등 바람직한 대입제도 마련에 나서길 기대한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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