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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완전국민참여경선제 도입 추진, 어떻게 봐야 하나

등록 2012-11-15 19:29

최근 주요 대선 후보들이 정치개혁 방안의 하나로 국민참여경선제 카드를 꺼내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여야가 동시에 국민참여경선으로 공직 후보를 선출하는 것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치참여와 정당정치를 둘러싼 논쟁을 가열시켰다. ‘국회의원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줘 참여민주주의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찬성론과 ‘정당의 권한과 기능을 약화시켜 정당정치와 대의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국민참여 통해 정당정치 발전에 도움

국민참여경선은 후보 선출과정서
유권자 참여 보장해 책임정치와
의회민주주의를 촉진시킨다

국민참여경선제는 당원과 유권자들이 공직후보 선출 과정에 직접 참여해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는 공천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이 이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해 노무현 후보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바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1년 국민참여경선제를 18대 대선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제안했다. 많은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위해 대선의 경우 본선거의 선거일 전 120일 이후 첫번째 토요일에, 그 밖의 선거는 본선거의 선거일 전 40일 이후 첫번째 토요일에 실시하고, 경선관리는 선관위가 위탁받고 비용은 전액 국고로 부담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나온 박근혜 후보의 반대와 일부 학자들의 반대로 실천되지 못했다.

완전국민경선제도의 필요성과 효과는 무엇일까? 첫째, 후보 선출 과정에서 유권자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정당민주주의를 촉진한다. 둘째, 국민경선으로 선출된 의원들은 회복된 자율성을 기반으로 당 지도부와 ‘보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국민의 뜻에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책임정치와 의회민주주의를 활성화한다. 셋째, 특정 인물이나 정파가 당을 사당화하는 폐쇄적인 정당구조에서 벗어나 ‘유권자 정당화’를 통해 정당의 개방적 기반을 확대함으로써 정당 발전에 기여한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우려와 오해도 많다. 상대 당 지지자가 약체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역선택’의 문제, ‘조직 동원’의 문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든 정당 동시경선, 선거인단 수 확대 등의 방안으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완전국민참여경선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정당약화론’의 오해는 심각하다. 완전국민경선을 실시할 경우 정당의 정체성과 정당 책임정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후보자의 선출 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여 ‘유권자와 소통하는 개방된 정당구조’를 갖자는 국민적 염원을 부정하는 시대역행적인 논리이다. 또 사실상 정당개혁을 거부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다. 특히,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정당’을 다층적 수준의 정당기능론(조직으로서의 정당, 정부 내 정당, 유권자 속의 정당)에서 보지 않는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그렇다면 다층적 수준의 정당기능론에서는 이러한 ‘정당약화론’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완전국민참여경선 반대론자들과 같이 당원의 계급적 기반과 이념을 상징하는 ‘조직으로서의 정당’의 비중이 큰 대중정당 모델(계급정당·이념정당)을 정당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표준모델로 삼는다면, ‘정당의 약화’가 정말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의원과 유권자를 상징하는 ‘정부 내 정당’과 ‘유권자 속의 정당’의 연계를 강조하는 ‘네트워크 정당 모델’에서는 정당의 약화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모델에서는 ‘조직’을 줄임으로써 오히려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공천 과정에 유권자의 참여를 보장하여 대선 후보들과 유권자들을 연계시켜 더 많은 유권자들의 참여가 확대된다면 그만큼 쇠퇴하고 있는 ‘조직으로서의 정당’ 기능을 대신해서 다른 두 기능의 비중이 커져 당의 토대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비교정치


정당 후보지명방식 획일화하겠단 발상

후보공천 방식은 각 정당의 몫
모든 정당이 똑같을 필요 없어
다양성 보장이 민주주의의 핵심

현재 대선에 출마한 유력 후보 3인은 정당의 국회의원 공천권을 ‘국민에게 되돌리자’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 방안으로는 ‘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주장하며, ‘역선택’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한날한시에 모든 정당이 이를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도 추진할 것이라 한다. 그런데 정당정치와 유권자가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런 인식과 대안은 진지한 재고가 필요하다.

정당의 공직후보자 지명을 그 정당의 당원이나 대의원이 아니라 ‘국민’이 하게 한다는 건, 일견 그럴듯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참여하고 싶은 혹은 참여할 수 있는 ‘국민’은 누가 될 수 있을까? 본선에 해당하는 법정 선거일에도 투표권 행사가 어려운 유권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불안정했던 정당정치의 역사 때문에 지지 정당이 없는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반수가 넘는다. 이런 조건에서 정당의 공직후보자 지명 행사에 정당과 정치인의 동원 노력이 없이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일반 국민’은 얼마나 될까?

지난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 과정은 현재 각 후보가 공천제도 개혁방안으로 내놓은 ‘완전 국민 참여 경선’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동원 논란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완전 국민 참여 경선제’ 주장이 가정하는 바와 달리, 평범한 유권자들은 정당의 당내 경선까지 챙겨 가면서 살아가기에 일상이 너무 바쁘고 피곤하다. 이런 유권자들을 당내 경선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무리한 동원 노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선 당밖에 있는 일반 유권자들까지 동원해 낼 수 있는, 더 큰 조직력을 가진 정치인일수록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현직자이거나 오랫동안 지역에서 영향력을 가져온 지역유지들일 가능성이 높다. ‘완전 국민 참여 경선제’의 찬성자들이 원하는 결과가 이것일지는 의문이다.

현재 논의되는 안의 더 큰 문제는 법제화를 통해 모든 정당의 후보 지명 방식을 획일화하겠다는 발상이다. 개별 정당 차원에서 그 방식을 선호한다면 지금까지처럼 당헌, 당규를 통해 스스로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다른 문제를 낳는다. 정당의 후보 지명 방식은 정당의 정책과 노선에 더 잘 부합하는 후보를 공천하기 위한 집단적 노력이다.

당원투표를 하든, 대의원투표를 하든, 전략공천을 하든, 국민참여경선을 하든, 그것은 그 정당이 선택할 문제이지만, 모든 정당이 하나의 후보 지명 방식만을 채택해야 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마치 모든 정당의 조직노선은 똑같아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던 2004년 정당법 개정 과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정당이 어떤 조직전략을 가질 것인지, 어떤 후보자 충원방식을 가질 것인지는 그 정당의 색깔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유권자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정당들 가운데 선택할 권리가 있다.

정당 민주주의는 ‘국민’을 이 당, 저 당의 표준화된 후보 지명 과정에 불러들임으로써 가능한 게 아니다. 서로 다른 색깔의 노선, 정책, 조직, 공천 제도를 가진 다양한 정당들이 자유롭게 경쟁함으로써, 유권자들이 더 넓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정당 민주주의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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