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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이 남에게 피해를 줘선 안 돼
실내 전면금연 실시도 앞당겨야 흡연 탓에 병에 걸린 사람을 매일 진료하는 의사로서 누구에게나 금연을 권한다. 흡연은 자유이고 흡연자의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흡연자의 담배 연기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흡연하면 문제가 없다. 사람이 드문 곳에서 흡연을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는다. 흡연자는 이런 곳에서 담배를 피우든지, 따로 정해진 공간에서 흡연하면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쓰는 실내에서는 안 된다.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원치 않아도 그 연기를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간접흡연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실내금연은 현재 유엔(UN) 회원국 가운데 180여개국에서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2005년 비준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도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협약인 이 규약 제8조에는 “모든 사람은 담배연기 노출로부터 보호돼야 한다. 모든 실내 작업장, 실내 공공장소, 대중교통 및 옥외 공공장소는 금연구역이어야 한다”고 돼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최국 자격으로 오는 12일부터 17일까지 178개국이 참여하는 담배규제기본협약 세계대회를 연다. 그런 나라가 약속한 규약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음식점은 물론 술집 역시 금연이 필요한 실내공간이다. 아일랜드를 비롯해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의 일부 주, 프랑스 등에서는 술집도 금연구역이다. 비흡연자들과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술집이라고 모두 흡연자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흡연권과 혐연권이 충돌할 때는 비흡연자의 혐연권(담배 연기를 맡지 않을 권리)을 존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고, 세계적으로도 기본 에티켓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100㎡ 미만의 작은 식당은 2015년까지 계속 흡연해도 되는 장소가 돼버렸다. 어린이와 임신부를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가 어떻게 선진국이 되겠는가? 이명박 정부는 금연 정책과 관련해 낙제점을 받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금연 관련 예산은 3분의 1 넘게 줄었고 담뱃값 인상이나 효과적인 금연 광고 등 적극적인 금연 정책이 없었다. 결국 2007년 45.0%까지 떨어졌던 성인남성 흡연율이 2010년 48.3%로 되레 늘었다. 다음달 8일부터 시행되는 실내금연 확대조처 또한 너무 힘없는 정책이어서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큰 업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100㎡ 이상의 영업장으로 실내금연을 강화해도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역시 해당되는 업소가 소수인 탓이다. 결국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업소를 실내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조처가 시행되는 2015년이나 되어야 가시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정부와 국회는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가? 정부와 국회는 타이, 말레이시아, 브라질, 우루과이보다 못한 금연 정책을 바꾸기 위해 법을 개정하는 운동에 나서야 한다. 담뱃값 인상과 실내금연의 전면적 실시를 앞당겨야 한다. 다시 올라가고 있는 흡연율이 떨어지는 때가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김철환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교수
흡연자·비흡연자 공존할 수 있어
흡연권 전면박탈은 정당성 없다 인간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결정할 수 있고, 이런 판단에 기초해 자율적으로 생활을 영위한다. 흡연 역시 개인의 자율적 판단의 영역으로 담배가 금지약물이 되지 않는 한 원천적으로 흡연을 금지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판단과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흡연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물론 국가는 국민의 건강한 생활을 보장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법률로써 흡연권을 제한할 수 있고,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조례로 다수인이 모이거나 오고가는 관할구역 안의 일정한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오는 12월8일부터는 휴게소 건물뿐 아니라 부속시설과 통로, 계단까지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또한 150㎡를 넘는 대형 음식점도 전면 금연구역에 포함된다. 영업장을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으로 나눠서 운영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100㎡ 이상의 음식점은 2014년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그 이하의 작은 음식점은 2015년부터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대중음식점으로 분류된 술집과 커피점 등 휴게소도 포함된다. 금연구역으로 운영하지 않는 업주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흡연에 대한 제한은 헌법의 핵심적인 가치와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더욱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모든 음식점에서 흡연을 못하도록 하는 것은 영업주의 영업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또 100㎡ 이하의 소규모 음식점에는 흡연과 금연을 영업주가 선택하여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슷한 예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작은 디스코텍 같은 곳에서 금연을 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소규모 영업장이 아닌 100㎡ 이상의 음식점은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따로 구분하여 영업하도록 하는 것이 흡연권자와 혐연권자의 권리를 상생시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헌법상 보장된 흡연권자들의 기본권이 크게 훼손되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금연구역 지정 시설을 최소화하고 흡연자들이 흡연할 수 있는 장소를 길거리에도 설치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흡연시설이 없는 강남대로의 전면적인 금연구역 지정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 또 중·고등학교에도 흡연 장소를 마련하여 흡연권을 보장하고 흡연예절을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흡연시설만 설치하면 혐연권자들의 건강권과 생활 불편 해소를 보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흡연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고, 침해의 불가피성도 없으므로 위헌이고 무효인 것이다.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시설에 대해서도 금연표지의 부착 및 관리를 명확히 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과태료 금액은 서민들이 부담 없이 지불할 수 있도록 2만원 정도로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정부와 보건당국은 흡연자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독단적인 금연정책보다는 사업장 및 공공장소의 흡연실 설치에 대한 지원 및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각종 법률적 보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금연정책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갈등을 최소화하고,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일방적인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최용기 창원대 법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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