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국회의원 수 축소, 정치개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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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잇속만 챙기는 국회의원들
수가 적어 ‘밥값’ 못하고 있나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주국가에서 국민을 주권자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국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자들의 구성체이므로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은 국회의 의사이자 동시에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법률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는 것을 법치주의라 하고, 이는 민주주의의 근본이념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민주국가에서 국회는 매우 중요하고 본질적인 존재다. 이처럼 국회가 중요한 곳임에도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자는 주장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까닭은 무엇인가? 태업국회, 파업국회, 폭력국회, 자기 잇속 챙기기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극에 달한 탓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자는 주장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회의원 수를 줄여 비효율적인 정치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라는 점이다. 물론 국회의원 수를 정할 때에는 국민의 정치비용부담, 효과적인 의정활동, 그리고 국민 대표성의 확보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감성적으로 접근하거나 포퓰리즘적 여론몰이로 추진해 나가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국회의원 1명당 국민의 수가 멕시코 21만명, 일본 26만명, 브라질 37만명, 미국 70만명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16만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인구·국내총생산·정부예산과 공무원 수 등을 고려할 때, 346~379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들 주장은 어느 것도 설득력이 없다. 국회의원 정수 문제는 다른 나라와의 비교 또는 학술적 연구를 통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국민들의 의사와 시대정신에 따라 결정되는 정치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자고 하는 이유는 다른 선진국들과 수준을 맞추기 위한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 100명을 줄여 해마다 3000억원의 세금을 절약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국회의 군살빼기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정치조직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라는 시대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회의원의 수를 더 늘리면 그 특권도 사라질 것이라는 낭만적인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세력이 커지면 그 기득권은 더욱 공고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지역에 바탕을 둔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로서 거시적 안목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의정활동을 하기보다는 지역 현안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역이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것과 직능·직역·계층 등을 기반으로 대표를 뽑는 것 중 어느 것이 대표성을 더욱 밀도 높게 담보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적 상황은 교통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그리고 지방자치의 성숙과 지방분권의 확대로 인하여 지역 대표성의 중요성은 상당히 감소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까닭에 국회의원의 수, 특히 지역구 의원의 수는 줄이되 비례대표의 비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비례대표 공천 시스템에서는 비례대표를 늘려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직능·직역·계층 등을 실제로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당의 비례대표로 공천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당정치 위축시키는 위험한 발상 정치가 민의 반영 제대로 못했지만
국회의원 수 줄이기는 해법 아냐
행정부 견제·감시도 어려워져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교수
무미건조한 대선 정국에 활기를 불어넣은 쟁점이 하나 있다. 바로 안철수 후보가 제시한 ‘국회의원 수 축소’ 방안이다. 학계, 정치권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이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우리나라 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의 수는 16만2868명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34곳 중 미국, 일본, 멕시코를 제외하면 4번째로 많다. 최근 안철수 캠프에서 국회의원 수 축소에 대해 ‘기득권·특권’을 내려놓으라는 의도를 갖고 일하지 않는 의원을 퇴출하자는 취지였다고 밝힘으로써 논란은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하다. 그러나 국회의원 수 축소에 대한 실천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다행이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에서 몇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축소’를 통한 개혁 방안은 정치에 효율성이라는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는 방법으로 정치의 목적을 왜곡시킨다.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시민권과 같은 공공성을 보장·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용이 불가피하게 투입되는데, 기업과 같이 이익극대화라는 효율성 논리로 접근하면,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한 사회의 공공성은 약화될 것이다. 이는 정치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학자인 로버트 달이 지적하듯이 민주주의 체제의 특성은 “국민들의 요구에 지속적으로 반응하는 체제”인 것이다. 오늘날 정치혁신의 목적도 반응성의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정치가 국민의 뜻과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에 정치 불신과 혐오가 심화되었다. 따라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반응성의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수를 줄인다면 다양한 이해와 요구들이 정치적으로 대표되기보다는 자원동원력을 독점한 소수의 이해와 요구만이 정치적으로 대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소수의 이해를 대변하는 의원들의 권한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셋째, 국회의원 수 축소는 비대해지고 전문화된 행정권력을 통제하는 국회의 기능을 축소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이라는 권력분립의 원리를 보장하기 어렵게 할 것이다. 물론 한국 사회에선 민주화 이후에도 3권분립의 원칙이 잘 지켜진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대통령과 집권당 사이의 관계를 포함한 정당정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행정권력이 전문성과 체계적 조직력에 기반을 두고 거대한 공룡조직으로 변한 탓도 클 것이다. 아무리 전문성을 갖춘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해도 국회의원의 수를 줄인다면 국회의 대정부 통제와 감시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혁신의 목표는 민주정치의 제도화에 있다. 즉, 국민의 의사와 뜻에 따라 정치가 이뤄지고 어떠한 세력도 정치로부터 배제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는 민주정치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효율성이라는 경제 논리가 아니라 공공성이라는 정치 논리로 정치를 바라봐야 한다. 이 공공성의 논리에서 정치혁신의 우선적인 방안은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일이다.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는 국민의 의사를 좀더 비례적으로 대표할 수 있으며, 개별 의원이 아니라 정당이 주체가 되는 책임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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