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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필요한가

등록 2012-10-25 19:18수정 2012-10-26 08:24

[논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필요한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필요한가
대한민국 검찰은 막강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검찰에 이런 권한을 준 것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검사선서)는 뜻에서다. 그러나 그동안 검찰은 정치권력에 편승하며 국민 위에 군림해 왔다. 이에 최근 문재인·안철수 두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고비처) 신설 카드를 꺼내들었다. 검찰 개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찬성론과 외려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검찰견제, 부정부패 척결 위한 최선책

고비처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정치검찰 개혁에 큰 도움 될 것
정치적 중립성 우려 문제 안 돼

이윤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는 청와대, 국회의원, 판사, 검사 등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전담하는 상설 국가기관이다. 고비처 신설 논의가 등장한 배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통제받지 않는 강력한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만이고, 다른 하나는 사교육비 부담, 하우스푸어 등으로 고통을 겪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수억, 수십억 단위의 공직비리, 금융비리 사건이 계속 터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겪은 허탈함과 박탈감이다. 수사의 주재자로서 기소권까지 독점하고 있는 검찰권력의 일부를 분리하여 고위공직자와 관련된 부패척결만을 전담하는 새로운 기관에 주자는 고비처 구상은, 검찰권에 대한 견제와 고위직 비리의 척결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논리적으로 정교하게 결합하고 있다.

사실 고위공직자 비리의 수사를 전담하도록 예정된 조직은 검찰 내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그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대검 중수부라는 시퍼런 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운용에 있어서 살아 있는 권력에는 약하고 죽은 권력에만 강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검 중수부는 권력형 비리 사건들에 대한 수사능력을 정권 말기에 가서야 대부분 보여주었다. 결국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불신은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지는 경우에 이를 정부의 사정기관인 검찰이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특별검사를 별도로 임명하여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고비처가 신설되는 경우에는 동일한 역할을 하는 대검 중수부의 존재 의의에 대한 의문이 발생할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권력자가 아니다. 성실히 살아온 다수의 국민들로 하여금 소외감, 상실감을 느끼도록 하였던 공직비위, 부정부패를 정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척결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기 위하여 국가 법체계 내에서 그 조직적 위치를 어떻게 정하고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독립성을 보장할 것인지, 고비처의 인적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떠한 법적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참고로, 국제형사재판소의 검찰은 국제사회가 부여한 권한을 힘없는 아프리카의 국가들만을 상대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국제 여론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당연히 고비처의 수사 대상은 기존의 검찰과 경찰이 건드리려 하지 않았던 권력들을 향하여야 할 것이다.

고비처는 새로운 권력기관의 탄생에 불과하며 정권으로부터 독립하여 고위직 비리를 처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검찰 인사권을 정권으로부터 독립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도라는 지적이다. 기존의 검찰 수뇌부가 인사권자인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모든 이유가 고비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검찰의 인사권을 독립시키면 검찰에 대한 기존의 통제시스템조차 작동하지 않게 되며, 이는 검찰의 민주적 통제 요구와 배치된다. 고비처가 결국 정치기관화할 것이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말자는 주장은 언제가 죽을 것이기 때문에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검찰개혁도 문제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리와 부패의 수준은 우리 경제의 진정한 성장동력이었던 국민의 건전한 근로의식을 잠식하는 정도에 이르렀으며, 이것이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이다. 부패 수사만을 전담할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하여야 할 때이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

대정치적 중립 보장·견제 어려워
‘옥상옥’ 기구 추가 설치보단
정권이 검찰 정치적 이용 말아야

김주덕 변호사·전 경희대 법대 교수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유력한 야권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의 실체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설립 취지인 부패 척결 및 검찰권 통제 측면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첫째,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될 수 없다. 공수처장은 국회와 대통령이 관여해 임명하게 돼 있다. 복잡한 정치적 셈법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 공수처장이 임명권자의 의중에 따르거나, 자신이 임명된 정치적 배경을 고려해 수사 대상자를 선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부패 수사 및 기소 기관을 설립하겠다는 취지와는 정반대로 검찰보다 더 정치적인 수사기구가 등장하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둘째, 공수처장은 국회 출석, 탄핵 외에는 마땅한 견제 수단도 없다. 검찰 통제를 위해 수사권은 경찰에 부여하고 검찰은 기소권만 갖도록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전속적으로 갖는 무소불위의 공수처를 탄생시키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또한 공직비리는 상당 부분 민간부문의 부패와 연계되는데, 이를 무 자르듯 잘라 공수처와 검찰이 나눠 수사를 하게 되면 수사의 역동성을 훼손시켜 부패 범죄인들이 빠져나갈 기회만 주게 된다.

셋째, 공수처는 그 설립 취지와 달리 사찰기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새로 설립된 공수처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수사 성과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를 위해 적법절차를 무시하는 인권유린 행위를 하거나 집권세력의 친위대로 변신해 수사 대상자에 대한 상시적인 미행, 감시 및 사찰활동을 일삼는 등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행위를 자행할 위험이 크다.

넷째, 공수처를 통해 기소 권한을 나누어 갖게 하는 것은 국가 구성 원리 또는 근대 형사사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 범죄기소 여부 또한 근대 형사사법 제도가 태동한 이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가소추주의에 따라 검찰이 통일적으로 행사해 왔다. 기소권을 갖는 공수처를 신설하면 이러한 근대 형사사법 제도의 대원칙이 허물어지게 된다. 나아가 기소권이 분점되면 소추기관과 재판기관이 맞대응해야 한다는 탄핵주의 원칙상 공수처에 대응하는 특별법원도 설립돼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다섯째, 공수처만 설립하면 부패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최근 국민권익위의 부패인식도 조사에서 보듯, 응답자의 40%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부패 원인으로 부패유발적 사회문화를 꼽았다. 이에 반해 강력한 부패전담기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4.6%에 불과했다. 또한 지금까지 많은 국가예산을 들여 시행했던 특별검사 제도도 부패범죄 척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 공수처도 특별검사와 마찬가지로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결국 대선 후보들은 공수처 공약 대신 앞으로 대통령이 되면 어떤 경우에도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으며,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게끔 정치적 외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 굳이 공수처와 같은 ‘옥상옥’ 기구를 두지 않아도 부패는 척결되며 검찰 개혁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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