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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무소속 대통령, 어떻게 봐야 하나

등록 2012-10-18 19:21

[논쟁] 무소속 대통령, 어떻게 봐야 하나

무소속 대통령, 어떻게 봐야 하나
정당 소속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최근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둘러싸고 공방이 일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놓고 ‘정당 후보론’과 ‘무소속 대통령론’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전자는 소속 정당 없이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는 없다는 입장인 반면, 후자는 의회에 대한 설득과 존중으로 여야를 넘어 새로운 정치를 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국정운영 힘들고 책임정치 할 수 없어

대의민주주의 핵심은 책임정치
무정당 대통령이 실정을 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요즘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이슈는 크게 세 가지다. 한 가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에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고, 다른 하나는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MBC)과 부산일보 지분 매각을 두고 벌어지는 공방이다. 이 두 가지 이슈는 여야 간에 벌어지는 공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세 번째 이슈는 그 성격이 다르다. 바로 ‘무소속 대통령’에 관한 공방인데, 이는 야권 간의 공방이다. 이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하나는 정치공학적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이론적 차원의 접근이다.

먼저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이렇다. 대통령의 당적에 관한 문제는 민주당이 먼저 꺼내들었다. 그러니까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압박 수단으로 민주당이 대통령의 당적 문제를 꺼내들었다는 것인데, 이를 안철수 후보 쪽이 맞받아치는 과정에서 무소속 대통령 논쟁이 불붙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안철수 후보 쪽이 오히려 민주당이 의도했던 프레임에 갇히는 꼴이 됐다.

안철수 후보 쪽이나 ‘무소속 대통령론’을 외치는 이들의 주장처럼 무소속 대통령이 당 소속 대통령보다 효율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상당 부분 억지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송호창 의원의 민주당 탈당의 변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송 의원은 자신의 탈당 이유로 국회에서 안철수 후보를 보호해줄 사람이 한명도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고 있는데, 이는 검증 공방 같은 문제도 당과 당 소속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당연히 당과 당 소속 의원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안철수 후보 쪽은 무소속 대통령이 오히려 여야를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 무소속 대통령이 당선은 가능하겠지만 그 이후 과정은 순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이명박 정권의 실패 원인을 분석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엠비(MB)가 무소속 대통령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이 대통령은 정당과 국회를 무시한 채 국정운영을 했기 때문에 정권이라는 국가권력과 시민사회가 직접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버렸다. 무소속 대통령이 당선되면 이런 상황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정치라는 분야가 ‘여당의 부재’로 약화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정치권력이 일종의 직접민주주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때로는 직접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또다른 문제점으로는 이른바 책임정치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책임성과 책임 귀속성이다. 그런데 정당 기반이 없는 무소속 대통령이 등장할 경우 책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정당 소속 대통령이라면 정권에 대한 책임을 다음 선거 때 소속 정당에 물을 수 있지만, 대통령이 무소속인 경우엔 재임 시절 실정의 책임을 당사자 이외에는 물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고, 대의민주주의의 책임성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결국은 무소속 대통령 논쟁이 가열될수록 손해 보는 쪽은 무소속 후보일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줄일 수 있다

무소속 대통령이 등장한다면
설득과 협상 통한 탈정당정치로
또다른 정치개혁 이룰 수 있어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의 대통령제는 우리 정치에서 보아왔던 대통령 ‘중심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입법 의제를 주도하고 소속당 의원을 자신의 의사에 따라 ‘토끼 몰듯’ 내모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같은 당 의원이라도 지향이 같아서 대통령의 의제를 지지할지언정 우리처럼 ‘묻지마’ 태도로 화답하진 않는다. 미국의 정치체제를 대통령제로 부르는 이유는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이어서가 아니라, 강력한 연방의회에 대해 상대적으로 권력이 미약한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을 헌법으로 보장해 독자적인 정치 기반을 마련해 주는 특성 때문이다.

권력 분립의 본질은 ‘견제와 균형’이다. 틀린 말은 아니나 ‘권력의 공유’가 더 적절한 표현이다. 여기에는 권력의 한 축이 지나친 권한을 갖고 이를 남용해 다른 축을 압박하지 못하도록 설득과 협상, 타협을 통해 정치를 운용하게 하려는 지혜가 담겨 있다. 이는 본래 ‘강력한 의회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탄생됐다.

미국 정치학자 리처드 뉴스태트는 “대통령의 권력은 본질적으로 설득의 힘”이라 규정한다. 대통령이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의회는 물론 행정부 내 각료와 관료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0년 미국 건강보험개혁법의 통과 과정은 ‘대통령의 의회에 대한 설득과 타협’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최근 사례다.

강한 의회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 보장,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 공유,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힘…. 이런 말들은 우리에겐 낯설기만 하다. 우리에게 대통령이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현대판 ‘제왕’의 이미지에 가깝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여당 의원들의 충성경쟁이 이어지고, 대통령이 주도하는 법안이라면 ‘날치기’도 불사한다. ‘대통령’이란 말에 알레르기 돋듯 ‘결사저지’부터 외치고 보는 야당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국회의 날치기와 폭력 사태는 대부분 대통령이 역점 추진하는 ‘정책’을 놓고 여와 야가 편지어 싸워온 측면이 크다. 세종시 건설 및 수정추진, 4대강 건설 등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국가 중대사가 고민 없이 법으로 통과돼 버린다. 이에 따라 정치 전반에 얼마나 극심한 혼란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당의 비전과 정책을 이어받는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폐해는 ‘제왕적 대통령’에 기인한다. “당선이 되면 분권을 하고, 소통을 하고, 권한을 내려놓겠다.” 우리가 수차례 들어온 말이다. 개인의 의지를 폄하할 생각은 없으나, 막상 대통령이 되면 자당의 국회의원들을 통해 자신의 의제와 정책을 ‘손쉽게’ 관철시키고자 하는 유혹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까?

현재의 정국에서 무소속 대통령의 당선이 가능한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무소속 대통령이 등장한다면, 이는 그간 제왕적 대통령에 위축되었던 의회의 위상과 권한이 대통령에 우선할 것임은 분명하다. 또한 지역정치, 공천 규합, 당리당략에 따른 파행국회, 법안 날치기 처리 등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문제점을 일부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정한 정치개혁은 할 수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소속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처럼 할 수 없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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