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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포기·저지시키는 데 효과적
절차적 뒷받침 위한 입법 필요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 최근 잇따라 국민을 경악시킨 강력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경찰이 그동안 대형 사건 등의 경우에 제한적으로 하던 불심검문을 적극 실시하기로 해 인권침해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에 경찰관은 거동수상자, 의심자 등에 대하여 직무질문(정지·질문), 동행요구, 흉기소지 여부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그 실시 요건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즉 불심검문은 경찰의 임무인 범죄예방 및 치안확보의 가장 기초적인 활동으로, 범죄인에게는 심리적 압박을 주어 범행의 예비 및 실행 단계에서 이를 포기 또는 저지시켜 범죄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경찰의 불심검문에 대한 거부운동까지 벌어졌고, 그 여파로 공권력의 무력감이 초래되어 경찰의 치안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물론 불심검문에 대한 거부반응은 과거에 경찰이 관행적으로 마구잡이식 검문을 벌여 국민들에게 불쾌감과 불편을 준 결과라는 지적은 경찰도 깊이 반성하고 법의 취지에 합당한 집행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아울러 법률적·실무적 양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다. 법률적 측면에서는 경찰의 불심검문에 대한 요건이 불명확하고 애매하게 규정되어 있어 그 판단을 경찰관의 직관적인 판단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즉 판단기준의 명확성이 결여돼 있는 것이다. 실무적인 면에서는 시민이 비협조적인 경우 실력행사(강제) 등 적법성의 한계가 문제시된다. 따라서 불심검문의 가능성과 한계를 분명히 하도록 관련 법규를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는 경찰 입장에선 그 적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되고, 시민의 입장에서도 수용 가능 선을 인식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국가 작용의 적정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직무질문과 임의동행, 소지품 검사도 반드시 임의적 수단을 원칙으로 행해져야 한다. 미국의 판례를 보면, ‘정지와 수색’(Stop and Frisk)이라고 하여 경찰관은 범죄행위와 관련이 있다는 의심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사람을 정지시키고 잠시 억류할 수 있으며, 그 사람이 무장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면 수색할 권한이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추어 불심검문을 하다 보면 진짜 범인을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실력행사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요구를 전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걱정이고 어려움이다. 이처럼 불심검문은 경찰 작용의 실체와 절차 양면에서 ‘양날의 칼’이다. 범죄예방의 칼이 될 수도 있고, 오·남용으로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심검문의 폐해에만 주목해 경찰의 정상적인 공권력 집행까지도 행정편의주의나 국가권력의 강화라며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불심검문이 강력범죄를 막는 근본대책은 아니기 때문에 비판적인 지적은 언제든지 필요하다. 또한 불심검문의 인권침해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법률적·실체적 요건 등 양 측면을 더욱 보완하고 발전시킬 필요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최근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범죄를 예방하고 사전에 제지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에 모방범죄 가능성이나 전반적인 범죄 분위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도 당분간 불심검문 등 적극적인 경찰활동은 필요한 사항이다.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사회의 안전이다.
강력범죄 불심검문으로 예방 안 된다 범죄자가 공포감 느껴야 할텐데
실제 검거율은 ‘0.0000…’ 불과
빈곤·불평등 걷어낼 조처 있어야 박주민 변호사 최근 연이어 터진 ‘묻지마 살인’, ‘아동성폭력’ 사건의 대책으로 경찰은 불심검문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불심검문은 그 자체의 인권침해적 요소로 말미암아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던 제도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밝힌 자료를 보면, 불심검문이 증가했던 2009년엔 2006년에 비해 불심검문으로 인한 인권침해 상담건수가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지금처럼 온 나라가 범죄에 대한 공포로 떨고 있는 상황에선 인권침해나 불편이 있더라도 불심검문을 강화해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성립하려면 불심검문이 실제로 효과를 갖고 있다고 판단되어야 한다. 불심검문의 효과 얘기가 나오면 경찰은 항상 불심검문으로 범죄를 예방한 수를 드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검거한 사례나 그 수를 들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불심검문의 범죄예방효과에 대한 통계적·실증적 자료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심검문을 통해 검거한 범죄자의 수가 범죄예방효과로 판단될 수 있으려면 불심검문을 행한 사람 대비 검거자 수의 비율이 높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잠재적 범죄자로 하여금 ‘불심검문이 시행되고 있으니 내가 범행을 하면 걸릴 수 있겠구나’라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9년 한해 동안 불심검문한 사람은 총 644만여명에 이른다. 차량의 경우에는 무려 4800만여대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의 불심검문에도 살인범은 16명, 강간범은 99명을 검거했을 뿐이다. 불심검문 횟수 대비 검거자의 비율은 살인범 약 0.0000025, 강간범은 약 0.000015에 불과한 것이다. 과연 이 정도로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계획을 멈출까? 또 수많은 우발적 범죄자들은 어떤가? 사실 사회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경찰은 거의 동일한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별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것은 범죄의 원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표적인 범죄 원인으로 ‘빈곤과 불평등’을 꼽고 싶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는 사실 경찰의 범죄 동기별 분류에는 없는 항목이다. 경찰은 이를 ‘현실불만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이 명칭만으로도 묻지마 범죄의 원인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경찰청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살인·강도·강간·방화 등을 저지른 강력범죄자를 총 9만256명으로 집계했는데, 이 중 69%에 달하는 6만2543명이 생활수준이 ‘하류’ 즉 보유한 재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빈곤이 범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또 엘지(LG)경제연구원이 2005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 정도와 범죄율이 정확히 일치하여 변동하는 모습을 알 수 있다. 이는 불평등 또한 범죄에 강력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빈곤과 불평등’. 현재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이 두 단어가 바로 범죄 해결에서도 열쇳말인 셈이다. 최근 만난 형법 교수 한 분은 이런 말을 했다. “한 10년 전에도 사회적 환경을 개선해야 범죄가 줄어든다고 했는데, 그때 시작했으면 지금은 많이 좋아졌을 것 아니냐.”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좀더 진지하게 대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다시 분노로만 들끓고 단기적인 대책만 내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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