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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화학적 거세’ 확대, 필요한가

등록 2012-08-30 19:28

‘화학적 거세’ 확대, 필요한가

정부와 새누리당이 최근 성폭력 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확대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그 효과 유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성폭력 범죄를 근절하려면 전자발찌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반대하는 쪽은 당사자의 동의 없는 강제적 약물치료는 효과가 없을뿐더러 위헌 소지까지 있다고 지적한다. 찬반 양쪽의 의견을 들어봤다.

성범죄자 치료·예방에 불가피한 선택

성도착증은 피해자 연령 안 가려
약물치료 범위 확대 당연한 조처
치료효과 외국서도 이미 입증돼

김희정 국회의원·새누리당 아동여성 성범죄 근절 특위 위원장

새누리당은 성범죄 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성충동 약물치료(일명 화학적 거세)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성충동 약물치료를 도입한 것은 전자발찌, 신상정보 공개와 더불어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다. 일부에선 현행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모든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무조건’ 약물치료를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성범죄의 경중에 따라 시행된다. 즉, 16살 미만 아동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19살 이상 성도착증 환자와 재범 위험성이 있는 성폭행 범죄자, 2회 이상 아동 대상 성범죄자 등이 대상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도착증은 소아기호증뿐만 아니라 다른 가학적 성행위도 많기 때문에 소아 대상의 성범죄만 포함시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래서 이번에 성충동 약물치료 대상을 현행 16살 미만 대상 성폭력 범죄자에서 피해자의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성범죄자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둘째, 스스로 성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약물치료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2010년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충동적 성행위를 이기지 못한 고등학생이 정신과 진료를 받고도 10차례 이상 성추행을 저질러 본인과 보호자의 동의 아래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그 학생은 2년째 성욕이 잘 억제되고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고 있다.

셋째, 외국에서도 성충동 약물치료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은 범죄자(79명)와 받지 않은 범죄자(55명)의 재범률을 비교 조사한 결과, 치료를 받지 않은 범죄자의 재범률이 18.2%(10명)인 반면, 치료받은 범죄자의 재범률은 전무했다. 또 성 관련 준수사항 위반율도 치료받은 범죄자는 1.2%(1명)였으나, 그렇지 않은 범죄자의 위반율은 21.8%(12명)였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동의 여부와 비용 처리 문제를 놓고 논쟁이 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가해자의 인권을 거론하며, 치료 동의 여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인권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성범죄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족 및 우리 사회에 큰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범죄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성충동 약물치료가 시행되어야 한다. 약물치료는 성범죄자에게도 긍정효과를 주기 때문에 범죄자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성충동 약물치료로 발생하는 비용은 1인당 연간 230만원(3개월마다 한 번씩 약물투여)이다.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치료비는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치료 대상자가 치료비용을 부담할 경제력이 없는 경우에만 국가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정도 비용은 사회의 안전을 위해 충분히 수용 가능한 금액일 것이다.

이처럼 성충동 약물치료 시행 및 대상자 확대는 스스로 성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성범죄자를 위한 치료적인 제도임과 동시에 성범죄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안전한 사회에서 마음 편하게 살고 싶은 것이 국민들의 소박한 소망이다. 이러한 바람에 부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공공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강제적 약물투여론 치료효과 기대 못해

약물 계속 투여해야 성욕 감퇴 지속
자발적 치료의지 없인 효과 못 거둬
강제적인 조처라 위헌소지도 여전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 서울 주택가에서 전자발찌를 찬 성폭력 전과자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가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정부는 전자발찌로는 성폭력 범죄의 방지에 한계가 있으니까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화학적 거세처분을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화학적 거세란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물을 주기적으로 투입해 성욕을 감퇴시키는 의료조처다. 현행법상 그 대상자는 16살 미만 아동에 대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 제한되어 있다. 화학적 거세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그것이 성충동을 무력화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어 성폭력 범죄의 방지에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본래 화학적 거세는 의료계에서 성충동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는 성도착증 환자에게 실시하는 치료요법으로 개발되었다. 약물치료의 궁극적 목적은 환자 스스로 성충동 억제능력을 갖게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그 대상자를 성도착증 환자로 엄격히 한정하고 있으며, 범죄자의 자발적인 치료의지를 전제로 함은 물론, 심리치료나 상담치료 등의 치료처우를 우선적으로 하면서 그에 대한 보조수단으로 화학적 거세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화학적 거세는 범죄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다. 이것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비유하자면, 니코틴패치는 금연에 도움이 되는 보조수단이기는 하지만, 자발적인 금연의지가 없는 사람에게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지는 강제적인 약물투여는 결코 ‘치료’일 수 없으며, 그것은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범죄자를 ‘성불구자’로 만들어 버리는 극단적인 강압조처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제적인 화학적 거세는 도입 당시부터 위헌의 소지가 매우 크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데도 ‘치료’라는 명목으로 약물투여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 보장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치료는 그 대상자의 자기결정권에 기반한 것이어야 하며, 강제치료 조처는 치료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일 뿐이다.

이런 강제적인 화학적 거세를 모든 성폭력 범죄자에게 확대 시행하면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까. 성폭력 범죄의 원인은 다양하다. 약자에 대한 폭력적 지배를 용인하는 가부장적 문화라든가 사회적 소외 등이 성폭력의 증가를 야기하는 근본적인 문제이며, 성도착증과 같이 참을 수 없는 성충동에 의해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화학적 거세의 확대 적용은 대부분의 성폭력 범죄가 남성의 성욕 때문에 발생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약물투여를 강제하면 그 기간 동안은 성욕이 감퇴한다. 그렇지만 궁극의 치료효과가 없기 때문에 약물투여를 중단하는 순간 아무런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평생 약물투여를 강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뿐만 아니라, 약자에 대한 권력적 착취의 성격을 지니는 대부분의 성폭력 범죄는 성충동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오로지 성범죄자를 성불구자로 만들어버리는 정책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성폭력 범죄의 예방을 위한 정책은 다양한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겠지만, 화학적 거세의 확대 시행은 결코 해답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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