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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동남권 신공항, 필요한가

등록 2012-08-16 19:27

동남권 신공항, 필요한가

동남권 신공항이 또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토해양부가 신공항 검토 작업을 위한 조사연구비 예산 10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신공항 재검토가 아니라 통상적인 항공수요 조사를 위한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결과적으로 신공항을 둘러싼 논쟁을 재연시켰다. 미래의 항공수요를 대비하려면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경제성이 없다는 반대론이 양보 없이 맞서는 양상이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신공항, 새로운 성장동력 될 것

급증하는 항공수요 대비하고
아시아 허브공항 선점 위해 필요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될 사업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

배후 도시에 수천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인천이나 일본 나리타와 달리 싱가포르나 홍콩의 인구는 각각 수백만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공항을 이용하는 국제선 여객은 인천이나 나리타공항보다 많다. 그 공항을 경유지 삼아서 다른 지역으로 여행하는 환승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 공항처럼 수많은 여객과 화물이 경유지로 이용하는 공항을 ‘허브공항’이라고 한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도시 자체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지역경제 허브다. 그리고 허브공항은 지역허브가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필수 인프라다.

인천공항에 버금갈 신국제공항을 건설한다는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연 천문학적 건설비를 들여 새 공항을 지어야 하는지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세계 항공여행 수요가 나날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 인천공항의 여유가 충분하고 김포공항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볼일이 있는 외국인들과 외국에 일이 있는 한국인들이 드나드는 국가 관문공항이라면 인천공항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이 새롭게 또 하나의 허브공항을 요구한다면 사정이 다르다.

신공항 건설에는 10조원 안팎의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허브공항으로 성장할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면 쉽게 지출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러나 현재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중국인들의 국외여행 수요는 곧 또 하나의 지역 관문 공항을 요구할 것이다. 실제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중국인 환승수요는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허브공항은 글로벌 항공망의 지역 거점이다. 수많은 여객과 화물이 거쳐 가면서 적지 않은 공항이용료를 치른다. 거쳐 가는 여객들이 많은 만큼 공항 면세점의 수입도 높다. 경유하면서 2~3일 체류하는 여객은 관광객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허브공항이 있는 지역은 교통이 편리하므로 글로벌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된다.

우리가 발 빠르게 남부권에 신공항을 건설하면 10년 뒤 완공 때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공항수요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중국과 일본 어디에서도 새로운 환승 공항을 건설하려는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위치는 한국 남부이지만 신공항의 기능은 한·중·일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지역의 또 하나의 새로운 관문 공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남부권이 새로운 지역허브로 도약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성장 엔진이 될 것이다.

신공항 건설은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수도권의 경제력을 지방으로 분산·이전하는 균형발전전략은 있는 것을 나누는 ‘제 살 깎아먹기 식’ 발상이다. 요즈음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남부권을 경쟁력 강한 지역허브로 육성하는 전략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남부권을 경쟁력 있는 세계적 지역허브로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인 기본 인프라가 허브공항이다.

이미 동남권에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산업기지가 조성되어 있는 만큼 그 지역에 허브공항만 자리잡으면 남부권은 동아시아의 주요 지역허브로 쉽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부권 신공항은 단순히 국제공항을 하나 더 건설하는 문제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급증하는 중국의 항공수요를 디딤돌 삼아 허브공항으로 부상한 다음 남부권을 동아시아 중요 지역허브로 만들 핵심 동력으로 보아야 한다.


경제성 없어 이미 백지화한 사업

수많은 지방공항 실패했는데
선거 앞두고 또 신공항 타령
여객수요 급증한다 볼 수 없어

이승창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지난해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 백지화를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소모적인 지역갈등만 일으키고 폐기한 사업이다.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건설계획안을 백지화한 것은 우리나라 공항개발 역사상 첫 사례다.

철저한 분석 없이 선거공약으로 건설되면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공항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김제공항의 경우, 공사비의 3분의 1을 들여 부지를 매입하고 2003년까지 공사를 진행해오다, 지금의 산업단지로 전환됐다. 수요 부족이 이유였다. 예천비행장으로 이름이 바뀐 예천공항은 39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02년 신청사를 완공했지만, 2004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주변에 중앙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 등이 생기면서 공항이용객들이 사라진 탓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유한 인천국제공항 외에 한국공항공사 소속 공항 가운데 흑자운영을 하고 있는 곳은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3곳뿐이다. 이들의 수익으로 나머지 11개 공항의 적자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청주국제공항을 필두로 2002년 개항 뒤 지금껏 휴업상태인 양양국제공항, 그리고 고속철도(KTX) 개통으로 이용객이 급감한 여수·포항·울산·대구공항 등 6개 공항의 단순운영비 적자 규모만도 연간 350억원에 이른다.

과거 인천국제공항(수도권), 김해국제공항(동남권)과 함께 서남권의 국제관문으로 항공교통망의 삼각축을 형성하여 지역경제를 끌어올리겠다면서 2007년 개항한 무안국제공항은 개항 이후 지금껏 시설이용률이 연간 2% 미만으로, 해마다 70억원가량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울진공항은 2003년 개항하려 했으나 여객수요가 없어 현재 비행훈련센터로 이용되고 있기에 울진비행장이라 불린다.

이처럼 수많은 공항들이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추진되면서 공사중단·공항폐쇄·적자운영·용도변경 등의 일을 겪었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선제적으로 신공항 건설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충분한 수요조사와 검토 없이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추진되곤 하면서 필패로 끝난 경험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특히 동남권 신공항은 비용편익분석에서 경제성이 없다고 밝혀져 이미 백지화한 사업이다.

대규모 공항을 건설했다가 실패했을 때, 사회경제적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현재의 요구에 기초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참고로, 현재 김해국제공항의 여객청사 운영률은 대략 45~60% 수준이고, 대구공항은 30% 수준이다. 그렇다고 여객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아니다. 부산의 인구는 해마다 6%씩 줄고 있고, 부산·경남지역 인구는 정체되어 있다. 대구 지역경제는 뚜렷한 성장동력이 미비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면 미래수요의 규모와 성격부터 공론화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시설 유치가 수요를 유발한다고 주장하지만, 앞서 제시한 수많은 지방공항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공항 건설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목적이라면, 생산유발효과와 투자 대비 경제적 수익률이 높은 순서는 철도>항만>도로>공항이다. 이 때문에 공항 건설 여부의 결정은 미래수요의 규모와 본질적 성격에 대한 철저한 수요예측에 기초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또다른 실패만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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