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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유지해야 하나

등록 2012-08-02 19:35수정 2012-08-05 11:42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권 포기를 내세운 국회가 지난달 11일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스스로 부결시키면서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최근 검찰에 전격 출석했으나, 민주통합당이 임시국회를 소집하면서 국회의원은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적용된다는 점을 악용한 ‘방탄국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폐지나 제한에 찬성하는 쪽은 이 제도가 비리의원 보호막 등으로 악용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입법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오·남용 방지 위해 개정 필요

행정권력 전횡 약화된 시대에
비리의원 보호막으로 사용돼
더 이상 유지할 이유 없어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최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에 대한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여야 거물급 정치인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과 임시국회 소집을 둘러싸고 방탄국회 시비가 일고 있어서다.

애초 국희의원의 불체포특권은 행정부로부터 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다. 즉 행정부 권력이 의회의 감시와 견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기반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행정권력의 전횡이 약화되었거나 의정활동의 목표와 기능과 무관한 경우 불체포특권의 필요성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은 1967년 의회특권특별위원회의 폐지 권고 이후, 불체포특권을 지속적으로 약화시켜왔다. 미국 역시 대부분의 범죄에 대해 언제든지 의원 체포가 가능하며, 민사상의 체포에 대해서만 불체포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나치즘을 겪은 독일은 불체포특권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하지만 평등권과 실질적 법치국가에 부합하는 한에서 인정되어야 한다며 공동정범, 공범, 범죄 후의 원조자, 은닉자, 기타 범죄참가자에 대해서는 불체포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국회법에 불체포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를 정해놓았다.

우리나라도 민주화 이후 ‘방탄국회’ 등 불체포특권의 남용으로 1990년대 말 이후 개정 시도가 있어왔다. 예를 들어 대한변호사협회는 2004년 “의원들의 체포 또는 구금이 의정활동의 방해 목적이 아닌 때에는 체포동의안을 부결하거나 석방요구안을 가결할 수 없도록 하자”고 입법청원한 바 있다. 정당들은 체포동의안 처리 시한의 규정과 헌법상 단서조항 신설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31.1%에서 3.2%로 추락하고(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동아일보> 2007년 10월), 국민 중 5%만이 국회의원이 민의를 대변한다는(<매일경제>·엠브레인 2011년 10월30일)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일부에서는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선 안 된다거나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불체포특권은 여전히 현대 의회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제왕적 대통령과 정치적이고 중립적이지 못한 검찰과 사법부라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횡포 등 한국 민주주의가 아직은 취약하다는 것이 주요 논거이다. 하지만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특권 유지는 국민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폐지는 아니더라도 국회 개혁은 물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앞세운 행정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국민적 참여 경로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개정에 대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때 그동안 제안된 불체포특권의 남용 방지 아이디어를 법률적 차원에서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국회법에 불체포특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특권남용 금지 의무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체포와 구금이 의정활동의 방해 목적인지 아닌지 등을 심사할 기구를 국회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때 그 기구는 미국의 의회윤리위원회와 영국의 의회윤리감사관 제도처럼 외부 인사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이 기구는 국회의원의 특권은 물론, 검찰과 사법권력을 악용하는 행정권력 역시 방지할 수 있는 참여민주주의적 제도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사법권이 입법권 침해할 수도

수사·재판 이유로 체포 허용하면
의원 탄압용으로 악용될 우려 커
국회 독립 무엇으로 보장하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원 의원이 안타깝게도 자진출석함으로써 우리는 민주주의로부터 한발짝 더 멀어지게 되었다. 소위 ‘87년체제’로 불리는 직선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현 정치체제의 가장 중요한 패악 중의 하나는 견제할 수 없는 대통령의 권한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신문방송겸영에서 시작하여 MBC김재철사장 유임, 현병철 인권위원장 재임명까지. 국민 대다수와 국회의원 대다수가 반대하는 사안들을 유무형의 통로를 통하여 끝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라.

3권사이의 견제와 균형은 대통령중심제일수록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절실하며 그것이 제도화된 모습 중의 하나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다. 면책특권이 국회 내 발언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면 불체포특권은 원내외의 어떤 언행에 대해서도 국회의 동의가 없는 한 체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국회 회기 중에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기소나 재판에 처해질 수도 있고 그에 따라 징역도 살 수 있지만 체포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체포는 대통령이 통제하는 검경이 하는 ‘재판전의 일시적 구금’인데 결국 대통령의 ‘부하’들에 의해 국회의원들이 재판도 받지 않고 구금될 수 있다면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법을 만들려는 국회의원들을 일시적으로 구금하여 입법부의 견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의 ‘특권포기’발언에서부터 박지원에 대한 검찰출두 압박까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라는 소중한 제도가 폄하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체포의 법적 실체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모든 사람은 재판 전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의 보호를 받는다. 그렇다면 엄밀하게 말하면 재판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구금을 당하는 것은 무죄추정원칙에 반한다. 도대체 체포구속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

바로 피의자를 재판에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로서 정당화될 수 있으며 딱 그런 목표에 필요한 만큼만 용인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재판에 세울 수 없다면 그 사람의 유무죄를 밝힐 수가 없을 것인데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기 싫어 재판을 회피할 것이고 결백한 사람은 재판 자체가 고통일 것이므로 억울해서 재판을 회피할 것이다. 결국 아무도 재판에 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세계의 형사제도는 확신이나 증거는 없어도 법관이 보기에 ‘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사람’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재판전 구금을 허용하게 된 것이며 바로 그것이 체포이다.

그렇다면 피의자가 추후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약속을 하였고 그 약속이 믿을 만하다면 재판전 구금의 목표는 100% 충족되는 것이므로 피의자는 곧바로 풀려나야만 정석이다. 그래서 외국의 법정영화들 속에서 결혼식 중인 신랑을 체포할 정도로 급박하게 잡아놓고도 곧바로 풀어주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단,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면 그 사람이 출석할 재판의 의미가 훼손되므로 또는 도주 우려가 있어 출석약속이 무의미하다면 재판 때까지 감금할 수 있고 이것이 구속이다.

결국 체포는 재판출석의 약속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은 그 약속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체포구속은 재판의 개시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 나라의 국회의원으로부터 재판출석의 약속 따위를 반드시 수갑을 채워서만 받아야 하는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영국은 3권 사이의 견제와 균형의 도구로써 수많은 형사제도 상의 특권 중에서 불체포특권을 선택하여 1609년에 법제화하였고 미국은 2백여년전 건국헌법에 명시했던 것이다. 미국 의회의원들이 ‘언제든지 의원체포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잘못 되었다. 우선 불구속수사원칙이 지켜지는 미국에서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의 의원들을 상대로 체포가 시도되는 사례 자체가 거의 없다. 현행범 체포도 범죄의 속행을 막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한도에서만 구금되며 회의가 있다면 당일이라도 곧바로 훈방된다. 재판이나 대배심에서의 증인소환에 미의회의원들이 응한 적이 있었는데 이마저도 의회에서 동의를 해서 이루어진 것이지 의회동의 없이 출석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아니다. 영국이나 일본에서 불체포특권을 법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은 각 나라의 국회가 스스로 자신에게 헌법적으로 주어진 재량을 제약하겠다는 것인데 불체포특권의 헌법적 타당성과는 관계가 없다. 법률로 제한한 것은 항상 국회가 다시 법률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에도 한계가 있다.

필자가 초점을 맞추려는 것은 박지원 의원이 결백하다면, 검찰출두거부를 부끄러워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진술거부권 행사에 소극적인 때가 있었다. 그때 노무현 대통령은 진술거부권 행사를 포기하고 장시간 신문과 그에 따르는 수모를 자청한 후 극단의 결정을 내렸다. 불체포특권도 진술거부권만큼 은 피의자인권에 대한 고심의 결과물이면서 3권 사이의 견제와 균형의 기제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겸양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특히 불체포특권은 국회라는 집단에게 의사진행에 방해를 받지 않을 권리를 부여한 것이지 각 개인에게 준 권리가 아니다. 이를 개인이 국회의 동의 없이 무산시키는 것은 3권분립 차원에서 반드시 좋은 일이 아니다. 박의원에 대해 구속을 위한 체포동의안이 다시 올라온다면 꼭 새겨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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