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살 갓난아이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올해부터 보육료 지원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하면서 지방정부의 관련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복지 혜택의 범위와 대상을 둘러싼 논쟁을 재연시켰다. ‘복지는 국가의 책무인 만큼 국고 지원이 필수’라고 보는 보편적 복지론과, ‘부자들에게까지 무상보육을 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선별적 복지론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미래 위해 보육에 투자할 때 복지는 국가의 책무
증세 통해 재원 마련하고
보편적 복지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20-50클럽’(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일부 언론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기에 바쁘다. 물론 우리나라는 양적으로 선진국이다. 국가통화기금(IMF)이 최근 밝힌 2011년 구매력평가지수 기준으로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1753달러(25위)로 3만4362달러인 일본(24위) 바로 다음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오이시디 국가의 삶의 질 구도에 관한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4.20점을 받아 34개 나라 가운데 32위를 차지했다. 덩치만 선진국인 셈이다. 삶의 질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복지다. 2만달러를 달성했을 때 우리의 복지지출은 지디피의 7.5%이지만, 스웨덴(32.0%), 독일(26.0%)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20%대 중반의 복지지출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금 경제규모로 보면 25%는 310조원대이다. 올해 우리 중앙정부의 복지지출은 92조원이다.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의 논쟁을 무의미하게 하는 수준이다. 조세부담률과 사회보장부담률을 더한 국민부담률은 정부의 규모와 복지지출 수준을 보여준다. 지난 40년 동안 스웨덴·프랑스·독일 등 주요 국가들의 국민부담률을 보면 거의 대부분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이 통계는 복지지출 덕분에 이들 국가가 잘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과 그리스는 지난 40년간 15~20% 수준이던 복지지출이 29~30%로 늘었다. 그야말로 지금의 위기 상황은 뒤늦은 복지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정책은 세 가지를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 바람직한가, 실현가능한가, 지속가능한가이다. 우선 보육이야말로 보수진영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바람직한’ 정책이다. 따라서 보육은 보편적 복지의 대표적인 분야다. 또한 보육은 투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의 헤크먼 교수는 영유아 교육이 가장 효과적인 교육투자라고 봤다. 보육은 권리일 뿐만 아니라 투자인 것이다. 40년 전에도 많은 국가들이 보편적 복지를 했던 것은 이런 점들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무상보육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복지논쟁은 구체적인 준비 없이 진행하다 발생한 지속가능성의 위기다. ‘무상’은 ‘보편적 복지’와 함께 ‘공짜’라는 이미지와 연결돼 있다. 무상은 방식일 뿐이고 과도한 표현이다. 보편적 복지는 정책의 방향이다. 방향에 동의한다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선택적 복지는 저부담·저복지의 논리다. 올해의 위기는 앞으로 늘어날 복지예산에 대해 벌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이른바 ‘핑퐁게임’이다. 예비비를 사용하든 지방채 발행 후 이자를 지급하든 방법은 많다. 핵심은 복지재원 분담방식이다. 대부분의 단일국가는 국민기준선에 해당하는 복지재원은 중앙정부가 담당한다. 장기적으로는 증세와 지출구조조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국민부담률을 높이고 동시에 재정지출의 비효율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보편적 복지는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일 뿐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주요 선진국처럼 미래를 위해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그리스나 스페인처럼 될 것인가. 이른바 7대 강국에 진입했다는 이 시점에서 선택해야 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선별적 복지로 되돌려야 무상보육 탓 재원 바닥나는데
부자들까지 지원할 이유 없어
저소득층에 한정하는 게 바람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의 장래를 생각하면, 영유아 보육에 대한 정부투자를 높이는 정책방향은 맞다. 그러나 부자까지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 정책은 문제가 많다. 중앙정부는 무상보육으로 정책방향을 정했으나, 집행하는 지방정부에선 예산부족으로 무상보육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소득 하위 70% 계층에 제공하던 무상보육을 전체 계층으로 확대하다 보니, 부자동네에서 수급불균형이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갓난아기 보육은 저소득층에 대해선 정부가 책임져야 하나, 모든 계층에 보편적 무상보육으로 확대한 정책은 잘못되었다. 정치인은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으면 무조건 무상으로 제공하려고 한다.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정책방향이다. 무상보육 정책이 가져다줄 혼란에 대한 고려는 애초에 없었고, 표만 되면 무엇이든 정책으로 만들어보자는 정치 실패의 현실을 보고 있다. 인간 행위에 대한 대표적인 경제이론은 ‘수요이론’이다.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난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를 보육수요에 적용하면, 정책 실패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육가격이 제로가 되면 수요가 늘어난다. 지금까지 집에서 양육하던 가정에서도 공짜이기 때문에 갓난아기를 보육원에 보낸다. 또한 70% 하위 소득계층에 한정하던 무상보육을 부자에게까지 확대하니, 소위 부자동네에서 보육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문제가 된 서초구의 경우, 무상보육 확대 정책으로 기존 수요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정부의 무상보육을 누리지 못하면 손해 본다는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보육비용을 중앙정부와 함께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현 구조에서, 지방정부가 늘어난 보육수요를 충족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무상보육으로 인해 보육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만, 정부재원이 충분하지 못해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무상보육이 꼭 필요한 가정에 제때 보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수요자는 무상이기 때문에 소비하지만, 수요자마다 무상보육의 필요수준은 제각기 다르다. 아기 맡겨놓고 여가활동 하는 가정이 있는 반면, 아기를 맡기지 않으면 일을 못해 생계가 걱정인 가정도 있다. 정부가 모든 계층에 무상보육을 제공하면 꼭 필요한 가정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폐단이 생기게 된다. 가격은 수요를 조절하는 마력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중요한 사회서비스이지만, 공짜가 아니면 사람들은 고민하게 된다. 가격만큼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인가 하고. 그래서 꼭 필요하지 않으면 보육에 돈을 들이지 않고 자신이 직접 키우게 된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 보육이 꼭 필요한 저소득층에는 정부에서 무상보육을 해야 한다. 이를 부자들에게까지 무상으로 확대하면 보육시장은 늘어난 수요와 정부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발생하는 공급부족 현상으로 혼란스러워진다. 이때 가장 많이 피해를 보는 계층은 생활을 위해 보육서비스가 꼭 필요한 서민들이다. 보육처럼 사회적으로 중요한 서비스일수록 경제논리에 충실한 정책방향을 잡아야 한다. 무상보육은 저소득층에 한정하고, 부자들의 보육은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선별적 보육정책이 예산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지원 효과도 높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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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위해 보육에 투자할 때 복지는 국가의 책무
증세 통해 재원 마련하고
보편적 복지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20-50클럽’(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일부 언론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기에 바쁘다. 물론 우리나라는 양적으로 선진국이다. 국가통화기금(IMF)이 최근 밝힌 2011년 구매력평가지수 기준으로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1753달러(25위)로 3만4362달러인 일본(24위) 바로 다음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오이시디 국가의 삶의 질 구도에 관한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4.20점을 받아 34개 나라 가운데 32위를 차지했다. 덩치만 선진국인 셈이다. 삶의 질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복지다. 2만달러를 달성했을 때 우리의 복지지출은 지디피의 7.5%이지만, 스웨덴(32.0%), 독일(26.0%)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20%대 중반의 복지지출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금 경제규모로 보면 25%는 310조원대이다. 올해 우리 중앙정부의 복지지출은 92조원이다.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의 논쟁을 무의미하게 하는 수준이다. 조세부담률과 사회보장부담률을 더한 국민부담률은 정부의 규모와 복지지출 수준을 보여준다. 지난 40년 동안 스웨덴·프랑스·독일 등 주요 국가들의 국민부담률을 보면 거의 대부분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이 통계는 복지지출 덕분에 이들 국가가 잘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과 그리스는 지난 40년간 15~20% 수준이던 복지지출이 29~30%로 늘었다. 그야말로 지금의 위기 상황은 뒤늦은 복지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정책은 세 가지를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 바람직한가, 실현가능한가, 지속가능한가이다. 우선 보육이야말로 보수진영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바람직한’ 정책이다. 따라서 보육은 보편적 복지의 대표적인 분야다. 또한 보육은 투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의 헤크먼 교수는 영유아 교육이 가장 효과적인 교육투자라고 봤다. 보육은 권리일 뿐만 아니라 투자인 것이다. 40년 전에도 많은 국가들이 보편적 복지를 했던 것은 이런 점들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무상보육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복지논쟁은 구체적인 준비 없이 진행하다 발생한 지속가능성의 위기다. ‘무상’은 ‘보편적 복지’와 함께 ‘공짜’라는 이미지와 연결돼 있다. 무상은 방식일 뿐이고 과도한 표현이다. 보편적 복지는 정책의 방향이다. 방향에 동의한다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선택적 복지는 저부담·저복지의 논리다. 올해의 위기는 앞으로 늘어날 복지예산에 대해 벌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이른바 ‘핑퐁게임’이다. 예비비를 사용하든 지방채 발행 후 이자를 지급하든 방법은 많다. 핵심은 복지재원 분담방식이다. 대부분의 단일국가는 국민기준선에 해당하는 복지재원은 중앙정부가 담당한다. 장기적으로는 증세와 지출구조조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국민부담률을 높이고 동시에 재정지출의 비효율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보편적 복지는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일 뿐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주요 선진국처럼 미래를 위해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그리스나 스페인처럼 될 것인가. 이른바 7대 강국에 진입했다는 이 시점에서 선택해야 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선별적 복지로 되돌려야 무상보육 탓 재원 바닥나는데
부자들까지 지원할 이유 없어
저소득층에 한정하는 게 바람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의 장래를 생각하면, 영유아 보육에 대한 정부투자를 높이는 정책방향은 맞다. 그러나 부자까지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 정책은 문제가 많다. 중앙정부는 무상보육으로 정책방향을 정했으나, 집행하는 지방정부에선 예산부족으로 무상보육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소득 하위 70% 계층에 제공하던 무상보육을 전체 계층으로 확대하다 보니, 부자동네에서 수급불균형이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갓난아기 보육은 저소득층에 대해선 정부가 책임져야 하나, 모든 계층에 보편적 무상보육으로 확대한 정책은 잘못되었다. 정치인은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으면 무조건 무상으로 제공하려고 한다.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정책방향이다. 무상보육 정책이 가져다줄 혼란에 대한 고려는 애초에 없었고, 표만 되면 무엇이든 정책으로 만들어보자는 정치 실패의 현실을 보고 있다. 인간 행위에 대한 대표적인 경제이론은 ‘수요이론’이다.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난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를 보육수요에 적용하면, 정책 실패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육가격이 제로가 되면 수요가 늘어난다. 지금까지 집에서 양육하던 가정에서도 공짜이기 때문에 갓난아기를 보육원에 보낸다. 또한 70% 하위 소득계층에 한정하던 무상보육을 부자에게까지 확대하니, 소위 부자동네에서 보육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문제가 된 서초구의 경우, 무상보육 확대 정책으로 기존 수요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정부의 무상보육을 누리지 못하면 손해 본다는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보육비용을 중앙정부와 함께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현 구조에서, 지방정부가 늘어난 보육수요를 충족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무상보육으로 인해 보육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만, 정부재원이 충분하지 못해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무상보육이 꼭 필요한 가정에 제때 보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수요자는 무상이기 때문에 소비하지만, 수요자마다 무상보육의 필요수준은 제각기 다르다. 아기 맡겨놓고 여가활동 하는 가정이 있는 반면, 아기를 맡기지 않으면 일을 못해 생계가 걱정인 가정도 있다. 정부가 모든 계층에 무상보육을 제공하면 꼭 필요한 가정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폐단이 생기게 된다. 가격은 수요를 조절하는 마력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중요한 사회서비스이지만, 공짜가 아니면 사람들은 고민하게 된다. 가격만큼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인가 하고. 그래서 꼭 필요하지 않으면 보육에 돈을 들이지 않고 자신이 직접 키우게 된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 보육이 꼭 필요한 저소득층에는 정부에서 무상보육을 해야 한다. 이를 부자들에게까지 무상으로 확대하면 보육시장은 늘어난 수요와 정부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발생하는 공급부족 현상으로 혼란스러워진다. 이때 가장 많이 피해를 보는 계층은 생활을 위해 보육서비스가 꼭 필요한 서민들이다. 보육처럼 사회적으로 중요한 서비스일수록 경제논리에 충실한 정책방향을 잡아야 한다. 무상보육은 저소득층에 한정하고, 부자들의 보육은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선별적 보육정책이 예산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지원 효과도 높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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