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 변호사
정부가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에서 복무하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감소를 우려해 ‘장학의사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의대 및 의학전문대학원의 정원 외 입학으로 학생을 선발해 졸업 뒤 일정기간 동안 농어촌 등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 학비는 국가가 전액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찬성하는 쪽은 의료취약지역의 의사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공보의 확충으로 의사가 늘어나면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의료사각지대 해소 위해 필요 사회적 약자에게 의료접근권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 없어
의사 늘려도 의료질 안 떨어져 의료와 교육은 국가의 1차적 의무다. 적절한 보건의료체계를 통해 국민은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고, 교육제도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이 3.1명인 데 반해, 우리는 1.9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도서벽지나 전방 경계초소(GP) 등에는 의사나 의료기관이 없는 곳도 많다. 의료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 시행해왔던 군장학생 제도는 자리잡지 못했다. 의과대학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도 의무복무기간이 끝나는 대로 전역해 개업하는 실정이다. 군의관도 부족한데, 도서벽지 보건진료소에 근무할 공중보건의(공보의)로 보낼 인력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때문에 의사 수 확대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장학의사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가 정원 외 입학으로 의대생들을 뽑아 학비를 지원한 뒤, 일정 기간 의료취약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장학의사제도와 함께 군인을 배출하는 육군사관학교처럼 국가가 의사를 양성하는 의과대학을 만드는 방법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군법무관 제도를 원용할 수 있다. 10년 동안 군법무관으로 복무하면 변호사 자격을 준 것처럼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지방자치의학전문대학 등을 만들어 이를 마치면 우선 공보의 면허를 주고, 군의관·의료직 공무원으로 임용해 특정한 지역에서 한시적으로 근무하게 한 뒤 의사면허를 주는 제도를 만들면 공보의 부족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공보의 수가 늘어나면, 민간의료의 안정성은 의과대학 협의체에서 자율적으로 입학정원을 조절해 확보하면 된다. 또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의과대학 입학정원 결정 때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협의의무 조항을 삭제하여,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1970~80년대 중화학공업으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공대를 집중 지원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 결과인 것처럼,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해외의료관광 유치, 바이오산업 등 국가성장동력산업을 발전시키자면 의료인력 대량양성이 필수적이다. 의사가 늘면 간호사나 의료기사, 제약사와 의료기기, 관광 및 식품산업 등이 동반성장하게 된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걱정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1990년대 전후로 많은 의과대학이 신설될 때도 이와 같은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배출된 의사들이 기존 의대 출신 의사들보다 뒤떨어지지 않고, 우리나라 의료산업은 오히려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른 반대 이유로 병원 근무환경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하나, 이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을 갖추더라도 의사들이 생활 여건이 좋은 대도시로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게 의료접근권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없다. 공보의 양성을 위해 장학의사 제도를 조속히 추진하는 것은 물론, 이 제도와 병행해 이른바 의무사관학교 등을 만들어 국가가 의사를 양성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는 ‘공보의 양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을 하루빨리 제정하길 촉구한다. 신현호 변호사
공보의 확충 안되고 예산만 낭비
공보의 감소는 의전원 탓
무턱대고 의사만 늘린다고
의료서비스 질 높아지지 않아 보건복지부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감소에 따른 대안으로 장학의사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지금은 공보의를 늘릴 때가 아니라, 공보의의 역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보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79년의 일이다. 의사나 의료기관 시설이 없는 의료취약지역(무의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중교통 및 통신망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고전적 개념의 무의촌이 사라진 지 오래다. 게다가 오늘날 공보의들은 민간병원 등에 배치돼 일반 환자를 진료하는 등 저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해마다 공보의 배치 때가 되면 민간병원, 보건단체 할 것 없이 공보의 쟁탈전이 벌어진다. 공보의 감소의 주요 원인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도입에 있다. 대체로 학부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학생들이 의전원에 진학하면서, 공보의로 국방의 의무를 대신할 인원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장학의사 제도를 도입해 공보의를 선발한다고 해도 이들이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시기는 최소 6년 뒤다. 전문의가 되려면 1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5년 뒤부터는 대부분의 의전원이 다시 의대로 바뀐다. 의전원이 사라지면서 공보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이런 가운데 장학의사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특정 시점에서는 공보의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와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장학의사 제도를 시행했을 때의 비용도 문제다. 의과대학이나 의전원의 등록금은 대체로 학기당 500만~600만원대,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장학생을 1000명가량 선발하려면 한해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민세금이 필요하다. 그렇게 예산을 들인다고 해서 원하는 수의 공중보건 장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대표적인 예가 이미 군장학생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군의료다. 군장학생 제도로 군의관을 뽑고 있지만, 장기복무하는 군의관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질은 의사만 충원한다고 높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의료기사, 의료시설 등도 함께 확충해야 한다. 정부의 해법대로라면 간호장학생부터 해마다 수천명씩 더 뽑아야 한다. 의사 증원과 관련해서는 사정이 더욱 복잡하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단위 면적당 의사 수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의대 졸업생과 의사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혹자는 의사를 대폭 늘리면 인건비도 싸지고 경쟁이 심해져서 의료서비스도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역사를 살펴보면 이는 설득력이 낮은 주장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의대를 늘리고 의사를 찍어냈지만, 오히려 지방에서는 산부인과 의사가 없어서 임신부가 부른 배에 안전띠를 매고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산전검진을 받으러 가야 하는 상황이다. 의사 수를 늘려도 정작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고 의료비 상승만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의사만 찍어내놓으면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는 해법은 전근대적이다. 적절한 시설과 관계 인력 확충 없이는 ‘낭인 의사’만 양산할 뿐이다. 지금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양질의 전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황지환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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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각지대 해소 위해 필요 사회적 약자에게 의료접근권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 없어
의사 늘려도 의료질 안 떨어져 의료와 교육은 국가의 1차적 의무다. 적절한 보건의료체계를 통해 국민은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고, 교육제도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이 3.1명인 데 반해, 우리는 1.9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도서벽지나 전방 경계초소(GP) 등에는 의사나 의료기관이 없는 곳도 많다. 의료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 시행해왔던 군장학생 제도는 자리잡지 못했다. 의과대학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도 의무복무기간이 끝나는 대로 전역해 개업하는 실정이다. 군의관도 부족한데, 도서벽지 보건진료소에 근무할 공중보건의(공보의)로 보낼 인력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때문에 의사 수 확대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장학의사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가 정원 외 입학으로 의대생들을 뽑아 학비를 지원한 뒤, 일정 기간 의료취약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장학의사제도와 함께 군인을 배출하는 육군사관학교처럼 국가가 의사를 양성하는 의과대학을 만드는 방법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군법무관 제도를 원용할 수 있다. 10년 동안 군법무관으로 복무하면 변호사 자격을 준 것처럼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지방자치의학전문대학 등을 만들어 이를 마치면 우선 공보의 면허를 주고, 군의관·의료직 공무원으로 임용해 특정한 지역에서 한시적으로 근무하게 한 뒤 의사면허를 주는 제도를 만들면 공보의 부족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공보의 수가 늘어나면, 민간의료의 안정성은 의과대학 협의체에서 자율적으로 입학정원을 조절해 확보하면 된다. 또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의과대학 입학정원 결정 때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협의의무 조항을 삭제하여,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1970~80년대 중화학공업으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공대를 집중 지원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 결과인 것처럼,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해외의료관광 유치, 바이오산업 등 국가성장동력산업을 발전시키자면 의료인력 대량양성이 필수적이다. 의사가 늘면 간호사나 의료기사, 제약사와 의료기기, 관광 및 식품산업 등이 동반성장하게 된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걱정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1990년대 전후로 많은 의과대학이 신설될 때도 이와 같은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배출된 의사들이 기존 의대 출신 의사들보다 뒤떨어지지 않고, 우리나라 의료산업은 오히려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른 반대 이유로 병원 근무환경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하나, 이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을 갖추더라도 의사들이 생활 여건이 좋은 대도시로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게 의료접근권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없다. 공보의 양성을 위해 장학의사 제도를 조속히 추진하는 것은 물론, 이 제도와 병행해 이른바 의무사관학교 등을 만들어 국가가 의사를 양성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는 ‘공보의 양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을 하루빨리 제정하길 촉구한다. 신현호 변호사
황지환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무턱대고 의사만 늘린다고
의료서비스 질 높아지지 않아 보건복지부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감소에 따른 대안으로 장학의사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지금은 공보의를 늘릴 때가 아니라, 공보의의 역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보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79년의 일이다. 의사나 의료기관 시설이 없는 의료취약지역(무의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중교통 및 통신망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고전적 개념의 무의촌이 사라진 지 오래다. 게다가 오늘날 공보의들은 민간병원 등에 배치돼 일반 환자를 진료하는 등 저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해마다 공보의 배치 때가 되면 민간병원, 보건단체 할 것 없이 공보의 쟁탈전이 벌어진다. 공보의 감소의 주요 원인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도입에 있다. 대체로 학부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학생들이 의전원에 진학하면서, 공보의로 국방의 의무를 대신할 인원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장학의사 제도를 도입해 공보의를 선발한다고 해도 이들이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시기는 최소 6년 뒤다. 전문의가 되려면 1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5년 뒤부터는 대부분의 의전원이 다시 의대로 바뀐다. 의전원이 사라지면서 공보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이런 가운데 장학의사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특정 시점에서는 공보의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와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장학의사 제도를 시행했을 때의 비용도 문제다. 의과대학이나 의전원의 등록금은 대체로 학기당 500만~600만원대,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장학생을 1000명가량 선발하려면 한해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민세금이 필요하다. 그렇게 예산을 들인다고 해서 원하는 수의 공중보건 장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대표적인 예가 이미 군장학생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군의료다. 군장학생 제도로 군의관을 뽑고 있지만, 장기복무하는 군의관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질은 의사만 충원한다고 높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의료기사, 의료시설 등도 함께 확충해야 한다. 정부의 해법대로라면 간호장학생부터 해마다 수천명씩 더 뽑아야 한다. 의사 증원과 관련해서는 사정이 더욱 복잡하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단위 면적당 의사 수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의대 졸업생과 의사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혹자는 의사를 대폭 늘리면 인건비도 싸지고 경쟁이 심해져서 의료서비스도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역사를 살펴보면 이는 설득력이 낮은 주장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의대를 늘리고 의사를 찍어냈지만, 오히려 지방에서는 산부인과 의사가 없어서 임신부가 부른 배에 안전띠를 매고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산전검진을 받으러 가야 하는 상황이다. 의사 수를 늘려도 정작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고 의료비 상승만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의사만 찍어내놓으면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는 해법은 전근대적이다. 적절한 시설과 관계 인력 확충 없이는 ‘낭인 의사’만 양산할 뿐이다. 지금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양질의 전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황지환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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