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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대형마트 영업규제, 필요한가?

등록 2012-06-14 19:18수정 2012-06-14 21:20

박주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
박주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의무휴업이 본격 시행되면서, 한달에 한두번씩 문을 닫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늘고 있다. 최근 민주통합당은 이들 업종에 대한 의무휴업 일수를 현행 월 1~2일에서 3~4일로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찬성하는 쪽은 전통시장과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업체의 피해가 가중된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중소상인·국가경제 위해 필요

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급속한 증가와 대형업체 간의 경쟁 심화는 지역상권의 중소유통 쪽에 커다란 어려움을 초래했다. 지난 5년 동안 문을 닫은 전통시장만 500개가 넘으며 그곳에서 생계를 꾸려나가던 상인들은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기업형 슈퍼마켓 때문에 문을 닫은 동네 슈퍼마켓의 경우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영업시간 제한 및 강제휴무는 1년 365일 24시간 영업하는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과 경쟁하는 소상공인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영업시간 제한은 이미 유럽에서는 많이 시행되고 있는 조처다. 일례로 독일에서는 ‘상점 영업시간 제한법’으로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영업시간 및 영업일 규제는 중소상인들의 삶의 질 개선과 더불어 국가경제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시장경영진흥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3개가 새로 들어서면 전통시장 10개가 문을 닫으며, 대형마트가 창출하는 일자리보다 전통시장에서 없어지는 일자리가 더 많다고 한다. 더욱이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상인들은 이 업종에서 퇴출되면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이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임금근로자로의 취업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현실에서 국가가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쟁에서 퇴출된 이들을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가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중소상인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기 전에 국가가 이들 영세상인을 위한 보호 장치를 만들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는 것이 될 것이다.

대형마트로 상인들 몰락하는데
‘규제=일자리축소’ 연결은 무리
소비자 불편도 별문제 안돼

대형마트 영업시간에 대한 규제가 중소유통의 활성화에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최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형마트에서의 구매 빈도를 물어보니 10%만 매주 방문하고, 22%는 한 달에 3~4번, 48%는 한 달에 1~2번 방문한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 조사 결과로 볼 때 대형마트가 쉬는 주에 장을 보지 못하는 소비자는 전체 소비자의 10%에서 최대 32%에 불과하며, 평소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지 않는 20%의 소비자를 포함한 60%의 소비자는 휴무일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결국 절반 남짓의 소비자는 대형마트에서 한 달에 1~2번밖에 장을 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불편을 느껴서 전통시장이나 동네 슈퍼마켓에서 쇼핑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쪽에서는 영업규제가 일자리를 줄이고, 중소기업을 도산시키며, 소비자의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논리로 연일 방송과 신문을 통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말 영업시간 규제가 중소상인들에 대한 득보다 사회전반에 주는 실이 더 많다고 자신한다면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로 없어진 일자리와 도산위기에 처한 중소 제조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공개적으로 명명백백히 가려볼 것을 제안한다. 또한 이 기회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무차별적 공세가 야기하는 부작용들, 예컨대 지역자본 역외유출이나 지역 생산자의 판로 상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납품업체에 대한 단가인하 압력 등을 두고서도 시시비비를 가려보아야 할 것이다.

박주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고용과 유통에 악영향 줄 수도

유통은 생물과 같다. 생물이 보존과 진화를 반복하며 변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듯이 유통 소매점도 시대의 다양한 요구와 변화를 담아내 늘 변화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법적 강제력을 동원해 시장에 개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현재 정부와 일부 지방자체단체가 대형마트를 규제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월 2회 의무휴업은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고용의 실패다. 지난 일요일에는 1032개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의무휴업에 들어갔다. 이는 전체(1453개)의 71%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 결과 6000명의 고용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 가운데 ‘고용(직접 및 간접) 유발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 바로 유통(도소매)업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유통업은 제조업과 달리 하루를 단위로 시장에서 요구되는 물품을 받아 판매한다. 종업원을 시간 단위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 경우 휴업은 곧바로 그 시간대에 해당하는 피고용인의 실직을 의미한다.

둘째, 유통의 실패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 규제는 생산, 운송 등 협력업체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단적으로 주말 영업을 금지할 경우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과 어패류 등을 생산하는 농어민뿐만 아니라 이를 운송하는 운송업체들이 곧바로 타격을 받는다. 날짜를 맞춰 생물을 잡거나 키운다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거래처를 개척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1일 휴무는 이들에게 최소한 2~3일의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셈이다.

의무휴업은 노동자 실직과
협력업체 어려움으로 이어져
중형마트·편의점만 반사이익

셋째, 풍선효과에 따른 정책 실패다. 아마도 최근의 대형마트 영업 규제 정책의 목표가 전통시장이나 동네상권 살리기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짐작되지만, 시장이 기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종전의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을 이용하던 소비자가 골목상권이나 멀리 떨어진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형마트에 대한 강제휴무제가 실시되면서 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하나로마트 등 중형마트나 접근성이 높은 동네 편의점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 대형마트처럼 물품 할인행사 등을 실시하며 업태의 변신도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몇몇 전통시장의 일부 점포의 매출이 12%대 수준으로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서울 기준으로 226곳의 전통시장에 위치한 4만9000개 점포 전체로 놓고 봤을 때, 매출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출을 포함한 우리나라 도소매업의 연매출 규모가 이미 800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이를 통합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연구기관은 부재한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민주화를 바탕으로 유통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집행되고 있는 현재의 규제 위주 정책이 실패한다면 시장의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고용유발효과가 가장 큰 유통산업의 고용 실패로 이어질 것이며, 관련 협력체의 생산액 감소로 직결될 뿐만 아니라 경제주체인 소비자의 불편과 소비 감소로 인한 부정적 거시경제효과를 낳게 될 수 있다. 자유무역 시대가 최종적으로 성공하려면 자유유통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유통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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