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새누리당 국회의원
여기,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자가 있다. 어린이 성폭력 전과가 4차례 있는 소아성기호증(성도착증) 환자다. 최근 법무부는 그에게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내렸다. 재범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제 이른바 ‘화학적 거세’를 당하게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성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조처에 인권침해 우려가 있고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화학적 거세를 둘러싼 양쪽의 의견을 들어봤다.
처벌을 넘어 근본적 치료가 절실하다 아동 대상 성범죄 ‘횡행’하는데
단순 처벌로는 재범 못 막아
적극적·지속적 약물치료 바람직 지난 21일 아동 성폭력범에 대해 국내 최초로 ‘화학적 거세’ 명령이 내려졌다. 법안 발의 후 3년8개월여, 그리고 시행 10여개월 만이다. 최초 발의 후 통과까지 걸린 3년여라는 시간 동안 일어났던 조두순, 김길태, 김수철 사건 등을 떠올려 보면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법무부의 이번 결단이 아동 대상 성폭행 방지에 크게 기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환영하는 바이다. 화학적 거세의 첫 시행에 따른 약물의 효능과 부작용, 그리고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850만 우리 아이들 모두가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절박한 현실을 생각한다면 그런 태도는 너무 안이하다. 하루 평균 3~5명의 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신고는 실제 발생 건수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정도면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는 ‘횡행’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동 성폭력은 외상보다 내면의 상처, 즉 트라우마가 더 깊게, 그리고 평생을 간다. 특히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대부분이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어, 기존의 방식대로 그냥 감옥에 가둬 놓는 것으로는 재발을 제대로 막을 수 없다. 8~9살짜리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일삼는 사람은 정상인으로 볼 수 없는 일종의 환자다. 환자는 가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치료와 같은 특별한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수단과 방법을 두고 아직도 갑론을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 그것은 마치 강도가 창문을 깨고 들어오는 순간 칼 들까 총 들까 하거나, 혹시나 잘못 때려 강도가 다치기라도 하면 책임은 어떻게 질까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배부르고 한가한 고민일 뿐이다. 화학적 거세는 인권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유럽 등의 나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도입하는 나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오리건주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가석방된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률 분석 결과를 보면, 약물치료를 받은 사람의 재범률은 0%인 반면에 치료에 불응한 사람 중 재범률은 18.2%로 나타났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화학적 거세는 단순한 처벌이 아닌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이고, 단순한 약물요법이 아닌 행동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벌 위주의 기존 제도들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더욱 기대해봄직하다. 화학적 거세의 시행이라는 아동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제 갓 시도되고 있는데, 예산 문제, 부작용, 인권침해 논란 등으로 성과가 제대로 검증되기도 전에 일회성으로 그쳐,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처럼 남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것들을 경계하기 위해서라도 화학적 거세법이 선량한 우리 아이들의 희생과 그 부모의 눈물,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부모의 절박감을 토대로 싹틔워졌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주길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신중한 태도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시행이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가려는 의지이다. 제2, 제3의 조두순, 김길태, 김수철이 다시는 우리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도록 관계당국이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 박민식 새누리당 국회의원
객관성 부족에 인권침해 소지 크다
‘성도착증’ ‘재발위험성’ 따질 때
객관적 판단 근거 모호해
형벌·보안처분 이중처벌도 문제 지난해 7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년여 만에 아동성폭력범에 대한 약물치료 명령을 처음으로 집행하게 됐다.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전문가들의 성도착증이라는 진단과 재범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약물치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성범죄자에 대한 약물치료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첫째, 약물치료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 부족이다. 관련 법률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할 때 성도착증자로서 재범 위험성이 있는 자라는 요건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도착증은 전문가의 판단이 전제가 되는 주관적 요인이다. ‘재범 위험성’ 역시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미흡하다. 특히 성도착증은 부적절한 대상이나 목표에 대해 강렬한 성적 욕망을 느끼고 성적 상상이나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는 노출증, 물품음란증, 소아기호증, 관음증 등이 있다. 그 범위가 광범위하다 보니, 인권침해 소지가 클 수밖에 없다. 성도착증을 소아기호증으로 범위를 축소하는 등 인권침해의 소지를 줄여야 할 것이다. 둘째, 성범죄자에 대한 약물치료를 형벌로 볼 것인가, 아니면 보안처분으로 볼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형벌은 사법처분으로서 과거의 범죄행위에 대한 제재를 하는 것이 목적이고 형법에서 사형, 징역, 금고 등을 규정하고 있다. 보안처분은 행정처분으로서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고 미래의 범죄행위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자발찌, 신상공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형벌을 먼저 집행한 뒤에 보안처분을 집행한다. 성범죄자의 경우 징역형을 복역한 뒤에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형벌과 보안처분은 이중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그러나 성범죄자의 경우에는 형벌 이외에 신상공개, 전자발찌, 약물치료 등을 이중삼중의 제재수단을 부과하게 되어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사람의 생명을 박탈한 살인범에 대해 형벌만을 부과하면서 성범죄자에게만 이중삼중의 보안처분을 통하여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신중해야 할 부분이다. 더욱이 형벌과 달리 보안처분을 집행할 때는 반드시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법원이 사법처분으로 약물치료를 선고한 경우에는 강제성이 있어 동의가 필요하지 않지만, 법무부 등 행정기관이 약물치료를 결정할 때는 본인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성범죄자의 약물치료 비용 부담 문제다. 성범죄자는 약물치료 기간에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치료비용을 부담할 경제력이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성범죄자는 경제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연간 500만원에 상당하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이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법감정을 조장할 수 있으며, 성범죄자에게도 개선 및 치료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성범죄자에 대한 약물치료인 이른바 ‘화학적 거세’는 대상자 선정에 있어서 객관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집행 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 또 예산 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실질적인 범죄예방 효과가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대상자의 인권침해 소지를 줄이고 법적 운용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함은 물론 자발적 동의 등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며 비용 부담 등에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장석헌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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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을 넘어 근본적 치료가 절실하다 아동 대상 성범죄 ‘횡행’하는데
단순 처벌로는 재범 못 막아
적극적·지속적 약물치료 바람직 지난 21일 아동 성폭력범에 대해 국내 최초로 ‘화학적 거세’ 명령이 내려졌다. 법안 발의 후 3년8개월여, 그리고 시행 10여개월 만이다. 최초 발의 후 통과까지 걸린 3년여라는 시간 동안 일어났던 조두순, 김길태, 김수철 사건 등을 떠올려 보면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법무부의 이번 결단이 아동 대상 성폭행 방지에 크게 기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환영하는 바이다. 화학적 거세의 첫 시행에 따른 약물의 효능과 부작용, 그리고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850만 우리 아이들 모두가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절박한 현실을 생각한다면 그런 태도는 너무 안이하다. 하루 평균 3~5명의 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신고는 실제 발생 건수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정도면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는 ‘횡행’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동 성폭력은 외상보다 내면의 상처, 즉 트라우마가 더 깊게, 그리고 평생을 간다. 특히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대부분이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어, 기존의 방식대로 그냥 감옥에 가둬 놓는 것으로는 재발을 제대로 막을 수 없다. 8~9살짜리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일삼는 사람은 정상인으로 볼 수 없는 일종의 환자다. 환자는 가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치료와 같은 특별한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수단과 방법을 두고 아직도 갑론을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 그것은 마치 강도가 창문을 깨고 들어오는 순간 칼 들까 총 들까 하거나, 혹시나 잘못 때려 강도가 다치기라도 하면 책임은 어떻게 질까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배부르고 한가한 고민일 뿐이다. 화학적 거세는 인권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유럽 등의 나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도입하는 나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오리건주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가석방된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률 분석 결과를 보면, 약물치료를 받은 사람의 재범률은 0%인 반면에 치료에 불응한 사람 중 재범률은 18.2%로 나타났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화학적 거세는 단순한 처벌이 아닌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이고, 단순한 약물요법이 아닌 행동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벌 위주의 기존 제도들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더욱 기대해봄직하다. 화학적 거세의 시행이라는 아동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제 갓 시도되고 있는데, 예산 문제, 부작용, 인권침해 논란 등으로 성과가 제대로 검증되기도 전에 일회성으로 그쳐,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처럼 남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것들을 경계하기 위해서라도 화학적 거세법이 선량한 우리 아이들의 희생과 그 부모의 눈물,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부모의 절박감을 토대로 싹틔워졌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주길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신중한 태도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시행이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가려는 의지이다. 제2, 제3의 조두순, 김길태, 김수철이 다시는 우리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도록 관계당국이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 박민식 새누리당 국회의원
장석헌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객관적 판단 근거 모호해
형벌·보안처분 이중처벌도 문제 지난해 7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년여 만에 아동성폭력범에 대한 약물치료 명령을 처음으로 집행하게 됐다.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전문가들의 성도착증이라는 진단과 재범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약물치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성범죄자에 대한 약물치료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첫째, 약물치료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 부족이다. 관련 법률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할 때 성도착증자로서 재범 위험성이 있는 자라는 요건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도착증은 전문가의 판단이 전제가 되는 주관적 요인이다. ‘재범 위험성’ 역시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미흡하다. 특히 성도착증은 부적절한 대상이나 목표에 대해 강렬한 성적 욕망을 느끼고 성적 상상이나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는 노출증, 물품음란증, 소아기호증, 관음증 등이 있다. 그 범위가 광범위하다 보니, 인권침해 소지가 클 수밖에 없다. 성도착증을 소아기호증으로 범위를 축소하는 등 인권침해의 소지를 줄여야 할 것이다. 둘째, 성범죄자에 대한 약물치료를 형벌로 볼 것인가, 아니면 보안처분으로 볼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형벌은 사법처분으로서 과거의 범죄행위에 대한 제재를 하는 것이 목적이고 형법에서 사형, 징역, 금고 등을 규정하고 있다. 보안처분은 행정처분으로서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고 미래의 범죄행위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자발찌, 신상공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형벌을 먼저 집행한 뒤에 보안처분을 집행한다. 성범죄자의 경우 징역형을 복역한 뒤에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형벌과 보안처분은 이중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그러나 성범죄자의 경우에는 형벌 이외에 신상공개, 전자발찌, 약물치료 등을 이중삼중의 제재수단을 부과하게 되어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사람의 생명을 박탈한 살인범에 대해 형벌만을 부과하면서 성범죄자에게만 이중삼중의 보안처분을 통하여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신중해야 할 부분이다. 더욱이 형벌과 달리 보안처분을 집행할 때는 반드시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법원이 사법처분으로 약물치료를 선고한 경우에는 강제성이 있어 동의가 필요하지 않지만, 법무부 등 행정기관이 약물치료를 결정할 때는 본인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성범죄자의 약물치료 비용 부담 문제다. 성범죄자는 약물치료 기간에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치료비용을 부담할 경제력이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성범죄자는 경제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연간 500만원에 상당하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이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법감정을 조장할 수 있으며, 성범죄자에게도 개선 및 치료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성범죄자에 대한 약물치료인 이른바 ‘화학적 거세’는 대상자 선정에 있어서 객관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집행 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 또 예산 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실질적인 범죄예방 효과가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대상자의 인권침해 소지를 줄이고 법적 운용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함은 물론 자발적 동의 등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며 비용 부담 등에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장석헌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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