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네거리에서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으로 꾸려진 ‘수원살인사건 여성긴급행동’ 참가자들이 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안이한 대처를 규탄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최근 경기도 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등을 계기로 가정폭력에도 경찰이 초동 단계부터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경찰이 강력범죄를 가정폭력으로 오인해 머뭇거리다가 오히려 사건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조기·선제 개입론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편에선 공권력의 즉각적인 개입이 또다른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법 제도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의식 등이 바뀌어야 가정폭력을 근절할 수 있다고 한다. 양쪽의 입장을 들어봤다.
피해자 안전 위해 응급조처 필요
심각한 가정폭력은
부부가 해결하기 어려워
공권력 이른 개입이
여성·가정 보호하는 길 정부가 가정폭력 사건의 초기대응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가정폭력 신고에 대한 사법경찰관의 초기대응이 미흡하고, 피해자 보호 시점을 놓쳐서 생기는 불상사에 따른 조처다. 필자는 한국여성상담센터에서 법원으로부터 수강명령을 받은 300여명의 가정폭력 행위자를 상대로 순화교육을 하고 수많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상담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조처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가정폭력 문제는 부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심각한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가부장적이고, 경제적으로 무능하며, 아내에게 의존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내가 남편에 대해 불평을 하면 아내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화를 잘 내고, 홧김에 술을 마시고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자신의 불만 사항들을 대화로 표현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폭력 남편과 같이 사는 피해 아내들은 남편의 폭력 문제가 심각해도 가족과 자녀들을 위해서 참고 희생하며 산다. 남편의 폭력이 두려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가 어렵고, 가정폭력 후유증으로 불안 속에서 창살 없는 감옥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가정폭력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고를 할 경우 남편의 보복이 두렵고, 주위 가족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해서다. 남편과 이혼하면 자녀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는 두려움과 “나 하나 참고 살면 된다”는 생각에 폭력 남편과 동거를 지속한다. 그러나 피해 아내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막상 경찰이 출동해 가정폭력 상황 조사를 시도하면 추후 남편의 협박과 위협을 고려해서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남편은 경찰이 철수한 뒤에 더 본격적으로 아내를 구타하고, 이후로 아내는 경찰에 신고할 엄두를 더 못 내면서 가정폭력은 지속된다.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피해자들의 신체적·심리적 안전보장이 우선이다. 미국에서는 가정폭력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서 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면 피해자의 동의가 없어도 가해자 입건 등의 적극적인 개입을 한다.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태를 보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경찰이 현장에서 가해자를 퇴거시킬 수도 있고, 100m 이내 접근 금지, 통화 금지 등의 조처를 취할 수 있다. 경찰이 가정폭력 초기에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따라서 정부는 가정폭력에 대한 ‘긴급임시조치권’과 ‘피해자 보호 명령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적인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 경찰이 폭력 남편에게 법적인 조처를 취하고 수강명령을 해야 폭력 남편이 변한다. 이들은 순화 프로그램 참여 초기에 자신도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변명하면서 폭력 행사의 원인을 아내에게 전가한다. 그러나 프로그램 참여 후반에는 “아내 때문에 화나는 감정을 가질 수는 있어도, 화를 표현하는 폭력적인 행동은 행위자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의식이 변화하고, 양성평등한 부부관계로 변화를 시도한다. 실제로 한국여성상담센터에서 가정폭력 행위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후조사를 한 결과 90% 정도가 폭력은 다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경찰이 가정폭력 사태의 초기에 적극 개입해서 여성을 보호하고, 폭력행위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 가정이 행복할 수 있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공권력 과잉 우려 개입 신중해야
사적 영역 과도한 개입으로
또다른 인권침해 낳을 수도
사회환경·의식 등 바뀌어야
가정폭력 해결할 수 있어 가정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가정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이며, 정부도 이를 인식하여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가정 내의 문제는 가정 자체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불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법제의 구축만으로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여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고, 집주인의 동의가 없으면 현장에 들어가기도 어려웠다. 그 단적인 예가 최근 발생하였던 경기도 수원의 50대 남성과 40대 여성 사망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경찰의 소극적 태도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발생 시점에 개입의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며칠 전 개정된 가정폭력방지법이 효력을 발생하면서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가정폭력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법원의 영장이 없이도 본인의 신분을 밝힌 뒤 집 안에 들어가 사건을 조사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인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절박한 때에 이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하여 타인의 토지나 건물에 출입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경찰은 가정폭력 문제에 있어서는 가정 내의 문제로 보고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보아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 또한 한편에서는 헌법상 사전영장주의 원칙에 예외가 될 정도가 아니라면 함부로 이 규정을 적용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것은 누구나 인식은 하고 있다. 가정폭력방지법의 개정으로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어 최악의 가정폭력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가정폭력이 단순히 법조문 개정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가정폭력을 유발하는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사적 영역에 공권력 개입의 확대를 통하여 해결하려다 보면 자체 해결능력이 떨어지고 공권력에 의존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가 더 클 수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와서 경찰이 출동하여도 법조문과 관계없이 현장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칫 공권력의 과잉행사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사회환경과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남녀 불평등 의식이 남아 있고, 가정폭력을 가정 내 문제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가정폭력이 일반적 폭력보다 더 나쁜 범죄라는 의식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방지하려는 범사회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가정폭력방지법의 개정을 통해 경찰의 개입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심각한 가정폭력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의 신고만으로 그 위험의 정도를 어느 정도 판단하여 조사권을 발동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자칫 잘못하면 공권력의 개입으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즉각적인 개입으로 인해 사적 영역에 과도한 공권력의 개입 문제나 영장 없이 주거에 들어갈 수 있음으로 인하여 오·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또다른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좀더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개입 시에도 신중하게 판단하여 행사하여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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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해결하기 어려워
공권력 이른 개입이
여성·가정 보호하는 길 정부가 가정폭력 사건의 초기대응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가정폭력 신고에 대한 사법경찰관의 초기대응이 미흡하고, 피해자 보호 시점을 놓쳐서 생기는 불상사에 따른 조처다. 필자는 한국여성상담센터에서 법원으로부터 수강명령을 받은 300여명의 가정폭력 행위자를 상대로 순화교육을 하고 수많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상담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조처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가정폭력 문제는 부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심각한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가부장적이고, 경제적으로 무능하며, 아내에게 의존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내가 남편에 대해 불평을 하면 아내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화를 잘 내고, 홧김에 술을 마시고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자신의 불만 사항들을 대화로 표현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폭력 남편과 같이 사는 피해 아내들은 남편의 폭력 문제가 심각해도 가족과 자녀들을 위해서 참고 희생하며 산다. 남편의 폭력이 두려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가 어렵고, 가정폭력 후유증으로 불안 속에서 창살 없는 감옥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가정폭력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고를 할 경우 남편의 보복이 두렵고, 주위 가족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해서다. 남편과 이혼하면 자녀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는 두려움과 “나 하나 참고 살면 된다”는 생각에 폭력 남편과 동거를 지속한다. 그러나 피해 아내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막상 경찰이 출동해 가정폭력 상황 조사를 시도하면 추후 남편의 협박과 위협을 고려해서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남편은 경찰이 철수한 뒤에 더 본격적으로 아내를 구타하고, 이후로 아내는 경찰에 신고할 엄두를 더 못 내면서 가정폭력은 지속된다.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피해자들의 신체적·심리적 안전보장이 우선이다. 미국에서는 가정폭력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서 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면 피해자의 동의가 없어도 가해자 입건 등의 적극적인 개입을 한다.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태를 보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경찰이 현장에서 가해자를 퇴거시킬 수도 있고, 100m 이내 접근 금지, 통화 금지 등의 조처를 취할 수 있다. 경찰이 가정폭력 초기에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따라서 정부는 가정폭력에 대한 ‘긴급임시조치권’과 ‘피해자 보호 명령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적인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 경찰이 폭력 남편에게 법적인 조처를 취하고 수강명령을 해야 폭력 남편이 변한다. 이들은 순화 프로그램 참여 초기에 자신도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변명하면서 폭력 행사의 원인을 아내에게 전가한다. 그러나 프로그램 참여 후반에는 “아내 때문에 화나는 감정을 가질 수는 있어도, 화를 표현하는 폭력적인 행동은 행위자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의식이 변화하고, 양성평등한 부부관계로 변화를 시도한다. 실제로 한국여성상담센터에서 가정폭력 행위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후조사를 한 결과 90% 정도가 폭력은 다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경찰이 가정폭력 사태의 초기에 적극 개입해서 여성을 보호하고, 폭력행위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 가정이 행복할 수 있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또다른 인권침해 낳을 수도
사회환경·의식 등 바뀌어야
가정폭력 해결할 수 있어 가정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가정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이며, 정부도 이를 인식하여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가정 내의 문제는 가정 자체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불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법제의 구축만으로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여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고, 집주인의 동의가 없으면 현장에 들어가기도 어려웠다. 그 단적인 예가 최근 발생하였던 경기도 수원의 50대 남성과 40대 여성 사망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경찰의 소극적 태도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발생 시점에 개입의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며칠 전 개정된 가정폭력방지법이 효력을 발생하면서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가정폭력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법원의 영장이 없이도 본인의 신분을 밝힌 뒤 집 안에 들어가 사건을 조사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인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절박한 때에 이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하여 타인의 토지나 건물에 출입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경찰은 가정폭력 문제에 있어서는 가정 내의 문제로 보고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보아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 또한 한편에서는 헌법상 사전영장주의 원칙에 예외가 될 정도가 아니라면 함부로 이 규정을 적용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것은 누구나 인식은 하고 있다. 가정폭력방지법의 개정으로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어 최악의 가정폭력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가정폭력이 단순히 법조문 개정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가정폭력을 유발하는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사적 영역에 공권력 개입의 확대를 통하여 해결하려다 보면 자체 해결능력이 떨어지고 공권력에 의존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가 더 클 수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와서 경찰이 출동하여도 법조문과 관계없이 현장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칫 공권력의 과잉행사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사회환경과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남녀 불평등 의식이 남아 있고, 가정폭력을 가정 내 문제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가정폭력이 일반적 폭력보다 더 나쁜 범죄라는 의식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방지하려는 범사회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가정폭력방지법의 개정을 통해 경찰의 개입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심각한 가정폭력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의 신고만으로 그 위험의 정도를 어느 정도 판단하여 조사권을 발동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자칫 잘못하면 공권력의 개입으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즉각적인 개입으로 인해 사적 영역에 과도한 공권력의 개입 문제나 영장 없이 주거에 들어갈 수 있음으로 인하여 오·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또다른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좀더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개입 시에도 신중하게 판단하여 행사하여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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