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사장 직선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 대표의 경선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검사장 직선제는 각 지방 검찰청장을 국민투표를 통해 뽑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시행중이다. 검찰 쪽의 공식적인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오히려 선거의 부작용으로 정치 검사를 양산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쪽의 의견을 들어본다.
이제는 ‘민주적 통제’가 화두다
새로운 것과 변화에 대해 열려 있느냐 닫혀 있느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를 가를 수 있다. 물론 열린 자세의 진보도 생소함에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논의하고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에 반해서 보수에게는 지금 그대로가 좋다.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도 별로 없다. 새로운 것은 이물질이라서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낸다. 검사장 직선제에 대한 반응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최근 야권과 시민단체가 검찰개혁 방안으로 지방검찰청 검사장 직선제 도입을 주장하자 보수로 불리는 반대론자들은 ‘미국 제도라서 대륙법계인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제도다’라며 거부반응이다. 배심제 도입 때도 그랬다. 심지어는 검사장 직선제가 도입된다면 이에 대응하는 법원장도 선거해야 한다며 물귀신 작전으로 대응한다. 보수에게는 현 체제의 문제가 드러나도 그대로가 편하다. 아니면 근간을 유지한 채 무늬만 살짝 바꾸는 식으로 대처하려 한다.
지난 4년 누구를 위한 검찰이었나
정권과 한 몸으로 움직인 검찰…
‘검사동일체 원칙’ 권력고리 깨야
국민 위한 검찰로 거듭날 수 있다 지금의 검찰, 이명박 정부의 검찰, 그대로 두어도 되는가. 조금만 고치면 쓸 수 있는 상태인가. 지난 4년, 누구를 위한 검찰이었던가. 정권과 한 몸으로 움직인 검찰이었다. 비단 이 정권에서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래왔다. 이 정부에서 그 증상이 심화되었을 뿐이다. 이제는 대통령-법무장관-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권력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 고리가 검찰을 ‘국민의 검찰’이 아닌 살아있는 권력의 검찰로 만들기 때문이다. 검찰이 그렇게도 부르짖고 애지중지하는 정의와 민주주의는 간데없고 권력을 지향하고 자리를 수호하는 검찰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검찰이 제도적으로 한 몸이기 때문에 그랬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전국의 검사가 지휘복종의 통일적 조직체를 이루고 있다는 검사동일체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서 그리되었다. 그래서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검사장이나 부장검사의 지시에 이의를 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시의 부당함을 말하고 싶어도 상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명령의 부당함이 보여도 묵묵히 따를 뿐이다. 자신의 앞날이 그들의 손에 달려 있으므로. 그러다 보면 조직의 보스가 정치적이면 다들 정치적이 된다. 지금 우리는 불행하게도 이런 모습의 무기력한 검찰조직을 보고 있다. 그 고리를 끊어내고 동일체를 해체하는 방법이 검사장 직선제다.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정치적 중립을 이루어낼 수 있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검찰권을 국민이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점을 갖는다. 거대권력이 정치적으로 독립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 그래서 선거를 통한 국민의 참여, 감시와 통제가 필요한 것이다. 선거의 부작용을 반대논리로 제시하기도 하고 주민의 뜻을 살피는 것을 포퓰리즘으로 치부하며 선거제의 문제점을 부각하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제도 설계를 잘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지금까지의 검찰개혁의 중점이 정치적 독립이었다면 이제는 검찰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화두가 되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검찰권력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기 지역 수사기관의 장을 직접 선출한다면 국민에 의한 검찰권 통제가 실현될 수 있고 정치적 독립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 감시센터 소장
오히려 ‘정치검사’를 조장한다
검찰 인사에 직접 시민이 참여하는 검사장 직선제 도입 논의가 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예속되는 정치검찰을 막고 국민에 의한 검찰 통제를 꾀하면서, 강력한 검찰권을 분산시키자는 것이다. 사법 민주화의 대세 속에서 검사장 직선제 또한 사법개혁·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토해볼 만한 제도일 것이다.
우선 검찰총장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하고 있는 헌법 제89조 하에서 검사장 직선제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검찰총장과 선출직 검사장의 관계가 문제될 것이고, 검사동일체와 같은 기존의 검찰 조직 원리들을 대폭적으로 수정하는 법개정도 필요할 것이다. 검사장 직선제의 도입에 있어서 이 부분이 가장 난관이 되겠지만 여기서는 상론을 피한다. 검사장 직선제의 도입이 절대선이라면 굳이 못할 바도 아닐 것이다.
선출직 검사장이 우리나라 검사 제도의 취지와 잘 부합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선거의 속성상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적정성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지역 선거권자의 의사에 부합하였느냐가 재선의 쟁점이 될 것이다. 일반적인 사건에 있어서 검찰권의 행사 또는 유무죄의 판단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진실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검찰의 민주화를 다수결에 의한 지배로만 생각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를 위한 검찰개혁으로 이해한다면 검사장 직선제는 검찰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기 어렵다. 미국은 검사장을 선거로 뽑음으로써 재판의 스포츠화가 초래되었고, 검사들은 기소한 사건에 대하여 높은 형량을 받아내기 위하여 법정에서 배심원들을 상대로 쇼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검사의 객관의무라고 부르는 검사의 피의자·피고인에 대한 인권 보장 의무는 미국 검사들의 관심에서 실종된 지 오래다.
선출직 검사장은 정치인에 가깝다
미국도 ‘재판의 스포츠화’ 부작용…
돈·인기 영합 필연적인 선거 속성상
검사도 부자·강자와 결탁할 것이다 한국 검찰은 정치적 사건에 있어서 살아있는 권력에는 약하고 죽은 권력에 대하여만 강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동안 미네르바 사건, 전 <한국방송> 사장 사건, <피디수첩> 사건 등 정치적 사건에서 많은 국민들이 검찰에 실망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검사장 직선제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적 사건을 통해 출세를 하는 검사를 정치검사라고 부른다면, 검사장 직선제는 정치검사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하고, 오히려 다수의 소명의식을 가진 검사들조차 정치검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검찰제도의 근간은 검찰총장이나 검사장과 같은 고위 보직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직접 담당자인 다수의 평검사들에게 있다고 믿고 있다. 다수의 판사들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검사들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을 지켜왔다. 검사장 직선제는 이러한 평검사들을 선출직 검사장, 즉 정치검사에게 예속시킬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에서는 검사들이 정치권력에 복종할 의무가 없지만, 선출직 검사장은 그 본질이 정치인이며 정치권력 그 자체이다. 결국 선출직 검사장과 그 소속 검사는 정치검사로서 일체화되고, 검찰권은 정치권력과 통합되거나 그 자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는 돈과 결합하기 마련이고, 정치검찰은 결국 부자·강자들과 결합하게 될 것이다. 검사장 직선제 도입 여부는 종국적으로는 국민 또는 정치에 의해서 결정되겠지만, 앞의 문제점들을 충분히 고려한 뒤에 신중히 판단되기를 희망한다. 이윤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검사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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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위한 검찰로 거듭날 수 있다 지금의 검찰, 이명박 정부의 검찰, 그대로 두어도 되는가. 조금만 고치면 쓸 수 있는 상태인가. 지난 4년, 누구를 위한 검찰이었던가. 정권과 한 몸으로 움직인 검찰이었다. 비단 이 정권에서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래왔다. 이 정부에서 그 증상이 심화되었을 뿐이다. 이제는 대통령-법무장관-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권력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 고리가 검찰을 ‘국민의 검찰’이 아닌 살아있는 권력의 검찰로 만들기 때문이다. 검찰이 그렇게도 부르짖고 애지중지하는 정의와 민주주의는 간데없고 권력을 지향하고 자리를 수호하는 검찰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검찰이 제도적으로 한 몸이기 때문에 그랬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전국의 검사가 지휘복종의 통일적 조직체를 이루고 있다는 검사동일체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서 그리되었다. 그래서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검사장이나 부장검사의 지시에 이의를 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시의 부당함을 말하고 싶어도 상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명령의 부당함이 보여도 묵묵히 따를 뿐이다. 자신의 앞날이 그들의 손에 달려 있으므로. 그러다 보면 조직의 보스가 정치적이면 다들 정치적이 된다. 지금 우리는 불행하게도 이런 모습의 무기력한 검찰조직을 보고 있다. 그 고리를 끊어내고 동일체를 해체하는 방법이 검사장 직선제다.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정치적 중립을 이루어낼 수 있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검찰권을 국민이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점을 갖는다. 거대권력이 정치적으로 독립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 그래서 선거를 통한 국민의 참여, 감시와 통제가 필요한 것이다. 선거의 부작용을 반대논리로 제시하기도 하고 주민의 뜻을 살피는 것을 포퓰리즘으로 치부하며 선거제의 문제점을 부각하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제도 설계를 잘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지금까지의 검찰개혁의 중점이 정치적 독립이었다면 이제는 검찰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화두가 되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검찰권력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기 지역 수사기관의 장을 직접 선출한다면 국민에 의한 검찰권 통제가 실현될 수 있고 정치적 독립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 감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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