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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카드 수수료율 규제안, 어떻게 봐야 하나

등록 2012-02-16 19:49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600만 소상공인 결의 신용카드 가맹점 해지운동’ 기자회견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신용카드 모형을 부러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600만 소상공인 결의 신용카드 가맹점 해지운동’ 기자회견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신용카드 모형을 부러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가맹점 수수료율의 차별을 금지하고 영세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우대 수수료율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자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가가 적정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위헌 소지가 높은 반시장적 법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은 대형 업체보다 비싼 카드 수수료율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상인들의 보호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쪽의 의견을 들어본다.


카드사 이익, 사회로 환원할 때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 본부장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 본부장
대형 유통업체나 고가의 사치성 소비에 부과되는 카드 수수료에 비하여 영세가맹점 수수료가 2배 이상 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수수료 인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카드 수수료에 대한 특단에 가까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신용카드 가맹점 간 수수료를 차등할 수 없게 하고, 업종 간 또는 동일 업종 내의 신용카드 가맹점 간에 100분의 20 범위 내의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영세가맹점에는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1.5%)을 적용하도록 하였으며 이를 어길 때에는 초과해 벌어들인 수수료 금액의 2배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그동안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는 영세가맹점과 소비자 쪽에서 끊임없이 제기했지만 카드업계에서는 미온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이번 개정안과 같은 직접적인 정부의 가격통제 방식으로까지 몰고 온 측면이 있어 보인다.

카드업계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시장적 논리, 즉 건당 결제금액이 작아 관리비용이 많이 들거나 일부 업종의 경우 돈을 떼일 가능성(대손비율)이 높기 때문에 영세가맹점의 수수료를 높일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이득도 별로 없고 오히려 적자에 가깝다는 점을 들어, 경제논리로 풀어나갈 문제를 정치논리로 푸는 것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의 하나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우선은 카드 수수료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타당한가 하는 점과 국회 정무위원회의 개정안이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위한 좋은 방안인가를 나누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내수활성화·세수확대 노린
정부정책 덕분에 급성장한
카드사 수익구조에 대해서
정책적 개입은 필연적이다

우리나라 신용카드업의 성장과 발달은 시장의 성장과 변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정책적인 정부의 개입에 따른 결과물이다. 신용판매 이용 실적은 2011년 말 잠정치 451조5000억원으로, 매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낯설었던 신용카드 사용은 구제금융 이후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 회복과 탈세 방지를 통한 세수 확대를 꾀하였던 정부 정책과 지원 덕분에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1만원 이하 소액 결제에까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문화로 급변하게 되었다. 신용카드업 자체가 경쟁 속에서 합리적 시장을 형성하면서 서서히 자리잡고 성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면 수수료와 같은 수익구조에 대한 사회·정책적 개입은 필연적인 측면이 있다.

실제 그동안 신용카드 수수료도 카드사가 단독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이미 정부와 카드업계는 2007년 8월부터 최근까지 6차례에 걸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중소가맹점 범위를 확대해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을 법제화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우대 수수료율 결정 주체가 이전에는 카드사였다면 개정안은 이를 금융위원회가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통제나 개입은 자율경쟁으로 인한 시장의 효율성을 억제하며,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부작용 또한 간과할 수 없기에 법제화를 통해 우대 수수료율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제도적 장점을 살리면서도 정부의 시장개입과 직접적 가격통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폭넓은 논의구조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 본부장


감독당국이 가격 정하는 나라가 어딨나

박성업 여신금융협회 홍보부장
박성업 여신금융협회 홍보부장
이번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특정한 사유 없이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하지 못하게 하고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카드사한테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사항에 대해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계형 중소가맹점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점 또한 고통을 분담하는 대승적 차원에서 좋은 방향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 법안의 옥에 티라면 개정안 제18조의3 제3항에 명시한 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 점은 티끌 정도가 아니라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상 유례없는 매우 위험한 법 조항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은행의 대출금리와 마찬가지로 엄연히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인데 이러한 사적 재화의 가격을 감독당국에서 정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분쟁이 생겼을 때 이를 최종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정부가 가격 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가격 결정에는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이를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반영하여 결정되는 것이 가격인데 당국이 이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잘못 적용했을 경우 이를 조정하고 해결하는 역할은 또 누가 하고 정부도 실패한 마당에 그 혼란은 누가 책일질지 의문이 든다.

수수료율은 대출금리처럼
시장변수로 결정되는 가격…
민간 사업자의 능력에 따라
경쟁 통한 결정이 타당하다

만약 당국에서 특정 집단에 적용하는 우대 수수료를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정한다면 이러한 손실 부담은 민간 사업자의 경쟁력 약화나 사업 실패로 이어질 수 있으며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지 못하는 집단의 민원에 대한 책임도 동시에 발생하게 될 것이다. 국가가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이처럼 심각한 부작용과 함께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대한민국 헌법에도 이를 막고 있다. 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을 금융위원회에서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 재산권,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위임입법의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시장경제에서 우대 수수료 및 우대 금리를 결정하는 주체는 분명히 민간 사업자여야 하며, 결정되는 수수료 수준도 시장경제의 규율 및 경쟁의 틀 속에서 정해져야 한다. 우대 수수료는 수익에 대한 기여도, 새로운 시장 개척에 대한 필요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담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민간 사업자별로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마케팅 전략과 같은 경쟁적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이 시장논리에 합당하다. 심지어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에도 특정 집단에 대한 우대 수수료는 카드회사 자율에 의해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며, 국내 공공기관의 요금 산정 역시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전문위원의 심의 과정을 중시하고 정부의 결정을 배제하는 추세이다. 정부의 역할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직접 해결하는 1차 조정자보다는 행정지도를 통해 최종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분쟁을 끝낼 수 있는 클로저, 마무리 투수의 역할이 적합하다. 여기서 몇 걸음 더 나아가다가는 휴대전화·휘발유값마저 정부가 정해야 하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박성업 여신금융협회 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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