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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학교폭력 방관 교사 처벌이 옳은가?

등록 2012-02-13 19:09수정 2012-02-13 23:32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경찰이 학교폭력을 은폐·방조한 교사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교원단체들이 경찰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경찰은 직무유기 혐의 적용을 최소화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한 사건을 알면서도 묵과했을 경우 현행법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과, 실효성도 없고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양쪽의 논리를 들어본다.




김기수 변호사
김기수 변호사
학교폭력에 대한 치외법권은 없다

최근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나머지 투신자살한 여중생 부모의 진정으로 서울 양천경찰서가 담임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입건하기로 방침을 정하였다. 이에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교사들에게 가혹한 처사라며 일제히 경찰의 태도를 비난하고 나섰다. 급기야 일부 교원단체의 수장이 경찰청을 항의 방문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경찰은 기존의 태도를 바꾸어 향후 특별한 혐의가 없는 진정이나 고소·고발사건은 각하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학부모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가 없을 것이다.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는 학교·교원·가정·지역사회·정부가 모든 책임을 나누어 가져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를 지켜보는 학부모의 시각에서는 서로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만 비칠 뿐이다. 교원단체는 학교폭력 발생에 대하여 해당 교사까지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된다면 교사의 교육 활동이 위축될 것이며, 학교폭력의 사안이 천차만별이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황이 많으므로 교내의 학생지도 활동은 전문적인 교원이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맡겨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차적인 감시 의무를 게을리해
참혹한 결과가 발생하였다면
법률적 인과관계를 따진 책임을
물을 권리가 학부모에게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결과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경우 법률적인 책임의 소재는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교원단체와 정부의 원칙 없는 방침으로 학교폭력과 관련된 교사에 대한 경찰의 조사와 검찰의 기소 그리고 법원의 최종 판단을 거쳐서 사회적·법률적 기준에 대한 진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봉쇄되었는바, 이러한 기회를 박탈한 교원단체나, 교원단체의 강경한 반대에 부닥쳐 입장을 바꾼 경찰의 태도는 학부모로부터 마땅히 비난받을 만하다. 교원단체들의 행동이 오히려 책임전가 행위로밖에 비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현재 단위학교마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설치되어 위원회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교육적 해결을 도모하고는 있으나, 이는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난 이후의 처리 문제일 뿐, 사전예방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당해 학교와 교사들에게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학교와 교사들은 일선 교육 현장에서 학교폭력을 감시할 일차적인 의무가 있고, 이 의무를 게을리하여 참혹한 결과가 발생하였다면 마땅히 법률적인 인과관계를 따진 책임을 물을 권리가 학부모에게 있다. 최근 교원단체는 경찰이 학교 내의 ‘일진’을 소탕하겠다는 의지로 교내 일진 학생들의 신원을 파악하려고 하자 경찰권의 개입이 해당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다고 비판을 하고 있다. 이렇듯 교원단체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경찰권의 개입을 거부하면서 교육전문가인 자신들에게 맡겨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합리적인지, 또 학교폭력에 시달려 자살하는 학생들이 속출하는 작금의 현실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교권이 추락하고 학교폭력이 만연하고 있는 현실임에도 담임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를 준수하면서 소극적인 훈육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권조례에 반한 훈육조처에 대해서는 해당 교사에 대한 민형사상의 처벌이 뒤따를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학교폭력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 교원단체는 입을 모아 학교·교원·가정·지역사회·정부가 학교폭력의 책임을 다 같이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감시소홀·방치로 인한 학교폭력의 결과에 대해서도 당해 학교와 교사 또한 법률적 책임을 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영탁 참교육연구소 소장
이영탁 참교육연구소 소장
인권·평화 감수성 교육이 해법이다

최근 학교폭력과 관련해 원인에 따른 대책보다 사후 대책만이 임기응변식으로 마련되다 보니 교사에게 희생양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정부가 2월6일 발표한 학교폭력 종합대책에서 학교폭력을 은폐하거나 방치한 교사를 징계한다고 하자 급기야 경찰은 중학교 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입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학교와 교사에게 가해 학생 즉시격리조처, 징계사항 생활기록부 기재 등 권한을 부여하는 정부의 대책이 학교폭력 예방의 실효성을 통해 교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총리 담화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해당 업무를 기피하는 상황이 되었다. 오히려 경찰의 자의적인 기준에 의한 사법적 접근으로 교사의 복잡 다양한 교육 활동이 위축되고 편파적 여론몰이의 언론에 의해 교권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폭력과의 전쟁 선포가 성과와 보상이라는 무기로 대다수 학생과 교사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

요즘과 같은 2월은 새 학기 업무 분장이 최대의 관심사다. 그러나 교사의 교육 활동에서 학생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자치 역량을 배우도록 지원하는 학급 담임 업무, 생활지도 업무는 비인기 업무가 되고 있다. 입시와 진로 지도의 부담에도 오히려 생활지도의 부담이 덜한 고3 담임을 희망하는 교사들이 많고, 특히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6학년 담임을 배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생활지도 업무는 늘어나는 학교폭력 실태 파악과 문제 해결, 학부모 및 지역사회 민원 처리 등 과중한 업무에다 책임 전가에 따른 부담 때문에 그 누구도 선뜻 나서서 희망하지 않는다.

교사들 되레 학교폭력 외면하고
여론몰이로 교권 붕괴 가속화…
학생의 인권·행복을 최우선으로
교사가 역량 발휘할 여건 필요

2010년 개봉했던 영화 <파수꾼>은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또다른 폭력과 소외의 피해자였고, 소통이 부재한 사회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면에 서로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도, 미숙한 소통이 우정과 의리를 갈라놓았다. 학교 ‘짱’이었던 기태의 자살은 오로지 아버지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을 뿐 그 누구도 그들 간의 폭력 구조의 실체를 이야기할 수 없고, 교사 역시 학교 안팎에서 있었을 복잡한 폭력의 실태를 알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다.

하지만 폭력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해결하는 주체는 교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의 인권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교사가 애정과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할 여건이 필요하다. 교사는 외형적 결과만을 놓고 가해자를 범죄자로 낙인찍어 처벌하기보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상부기관 보고를 우선하고 경찰력의 개입을 요청하기보다, 어떤 제도적·물리적 폭력도 근절하는 비폭력을 실천해야 한다.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또다른 권력으로 존엄한 개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될 것이다. 피해자는 물론이거니와 가해자 역시도 교육을 통해 자존감을 가진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의지와 신뢰감을 가지고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존중되고 소통의 능력을 훈련하고 실감할 수 있도록 하여 민주주의와 평화의 감수성과 긍정의 힘을 키우는 학교 문화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학교 문화는 교사들 스스로가 무기력과 경쟁의 틀을 넘어 민주적인 소통과 동료성을 가질 때 가능할 것이다.

이영탁 참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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