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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정치권 공천개혁, 해법은?

등록 2012-01-17 20:21

고성국 정치평론가 정치학 박사
고성국 정치평론가 정치학 박사
여야가 다가오는 4·11 총선 공천 개혁에 칼을 빼들었다. 16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개방형 국민경선 제도를 뼈대로 현역 의원의 25%를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혀 정치권에 논란이 일었다. 민주통합당도 국민참여 경선제를 도입하고 지역구의 15% 이상을 여성에게 공천하기로 결정하는 등 정치권은 일대 공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바람직한 공천 개혁의 방향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결국은 사람이다

국민은 구체와 실물을 원한다
먼저 바뀐 사람을 보여준 뒤
그 바뀐 사람이 제도 바꾸고
정치문화를 새롭게 하게 하라

민주통합당이 한명숙 체제를 출범시켰다. 야권이 큰 고개 하나를 넘은 셈이다. 그러나 정권 탈환으로 가는 길에는 이제 막 넘어온 고개보다 몇 배 더 험한 고개들이 버티고 있다. 한명숙 대표가 당선 인사말에서 공천혁명과 야권연대를 말한 것은 총선으로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통합진보당이 한명숙 체제 출범에 보인 반응도 심상치 않다. 통합진보당은 전당대회 다음날인 16일 새 지도부에 대한 의례적 덕담도 생략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연대기구’를 빠르게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게다가 연대의 원칙으로 ‘정당지지율이 선거 결과에 반영돼야 함’을 제시했다.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이 얻었던 정당지지율 13%를 의석에 반영하면 40석에 해당되므로 통합진보당은 목표 의석수를 아주 분명하게 제시한 셈이다. 통합진보당의 제안에 대한 민주통합당 쪽의 반응이 냉소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바 아니다. 어렵게 밥상 차려놨더니 먼저 숟가락 들고 달려드는 꼴 아니냐는 뜻이리라. 그러나 어쩌랴. 급한 쪽은 통합진보당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임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세상이 다 아는 것을.

한나라당도 사정이 급하기는 마찬가지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략공천 20%, 개방형 국민경선 80%에 현역 의원 25%를 1차로 걸러내는 2단계 공천을 추진하고 있다. 성희롱 등 파렴치범과 부정비리 범죄 경력자를 시기에 관계없이 공천에서 원천배제하고 여성 후보 등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하는 등 새 인물 영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현역 의원 100명 이상의 교체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과감한 공천혁명을 위해서는 내부 인사들 못지않게 외부 인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공천심사위원회에 참여할 외부 인사들을 영입하기 위해 직접 뛰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말 그대로 공천혁명과 인적 쇄신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공천 원수는 평생 간다’는 말이 있다. 공천에서 현역 의원을 탈락시키는 것은 하나하나가 전쟁이고 승부다. 그러나 현역 의원의 공천 배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새 인물 영입보다 어렵지는 않다. 현역 의원 배제는 새 정치, 새 인물에 대한 여론만 제대로 형성되면 기세와 명분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정작 문제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빈자리를 정말 제대로 된 사람들로 채우는 것이다.

새 인물 중에도 인지도와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입 대상자, 전략공천 대상자, 참신한 정치신인들은 그들의 이력·활동상 잠재력과 상관없이 낮은 인지도와 아마추어적인 현장 감각, 부족한 돌파력이라는 약점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이들의 정치권 진입에 신상품을 론칭하듯 당 차원의 각별한 기획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모든 걸 바꿔도 바뀌었다고 인정받지 못한다. 반면 사람만 바꾸면 다른 것들이 낡은 채로 있어도 바뀌었다고 인정받기가 어렵지 않다. 물론 사람이 바뀐다고 낡은 정치문화와 철 지난 관행, 구태의연한 제도가 자연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이런 것들을 다 놔두고 사람만 바꿔 봤자 정치신인이 낡은 정치인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람을 바꾸는 게 문제 해결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사람을 바꾸는 것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사람을 바꾸지 않는 개혁과 쇄신은 관념이요 추상이다. 국민은 구체와 실물을 원한다. 먼저 바뀐 사람을 보여주라. 그 바뀐 사람으로 하여금 제도를 바꾸고 관행을 고치고 문화를 새롭게 하게 하라. 이것이 모든 정치개혁의 현실적 경로이고 선거 승리의 침로다. 이겨야 개혁도 있고 쇄신도 있다. 이기기 위해 바꿔야 하고 바꾸기 위해 이겨야 한다. 공천 방법, 공천 룰에 대한 논의의 한 중심에 “사람을 바꿔야 산다”는 정치적 핵심 테마가 늘 살아 움직여야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간 승부처 또한 ‘사람’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결국은 사람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정치학 박사


조성대 한신대 교수·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조성대 한신대 교수·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국민참여’가 만병통치는 아니다

국민참여경선은 당 정체성에
‘물타기’ 불러올 우려 있어…
반면 비례대표·전략공천에선
시민참여로 소수자 배려 필요

공천개혁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하늘 높은 줄 모르자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주는 국민참여 경선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한다. 물에 빠진 심봉사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게다. 그러나 제도적 이해를 결여한 긴급처방은 언제든 ‘테르미도르의 반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국민참여 경선제가 만병통치약인 것 또한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후보 선출 권한이 정당 보스 개인에서 선출직 당기구를 거쳐 당원이나 일반 국민들에게 내려갈수록, 그리고 중앙당에서 지구당으로 내려갈수록 정당 민주화가 더욱 진전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참여 경선은 시민역량 강화를 통한 정당 민주화의 길을 택한 것이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점들은 주의를 요한다.

첫째는 정체성의 문제이다. 현대 정당들은 크게 국가와 시장의 역할을 두고 보수와 진보라는 정체성으로 대조된다. 그런데 국민참여 경선은 이러한 이념적 정체성에 ‘물타기 효과’를 지닌다. 즉 각 정당의 이념을 중도화시켜 정책 경쟁을 가로막을 수 있다. 아울러 당심과 민심의 분리 현상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제도의 도입 이전에 각 정당은 어떻게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에 걸맞은 후보를 국민참여 경선을 통해 선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를 30% 반영했듯이, 국민참여 경선과 더불어 지역구 당원들의 당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모색해보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둘째는 국민참여 경선제가 지역구민을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현역 의원이나 지역구의 당원협의회 위원장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제도라는 점이다. 정치신인이나 정치적 소수자는 이 벽을 쉽게 넘지 못한다. 인적 청산에 의한 정치권 물갈이라는 현재의 국민적 바람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한 가지 대안은 비례대표 공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직능별 대표 할당뿐만 아니라 정치신인이나 정치적 소수자에게 기회를 주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석은 50여석밖에 안 된다.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더구나 기존 각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은 지도부 간 나눠먹기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비례대표 공천이 정당 엘리트들의 기득권 재생산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어떤 방식이든 시민(혹은 당원)들의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지난 2010년 야권 일각에서 시도했던 시민배심원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셋째, 각 정당의 전략공천 몫 또한 정당 지도부의 나눠먹기 대상이 되어왔음에 주목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지역구 공천의 20%를,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대략 30%를 책정해 놓은 상태다. 전략공천이 자당의 선거 경쟁력을 제고하고 단 한 석이라도 늘리고자 하는 고도의 정치전략의 영역임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각 정당 최고위원회나 공천심사위원회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천제도 혁신 문제가 정치권의 태풍으로 몰아치고 있는 이때, 한 석의 후보 자리라도 구태의연한 밀실공천으로 결정되는 날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패착이 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최소한 전략공천의 과정이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더불어 전략공천이 밀실협상의 종속물로 퇴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비례대표 공천과 마찬가지로 당원 혹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공천 과정의 투명성 보장과 시민참여의 제도적 장치는 정당을 더 민주화시키고 권력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조처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는 문제들이 있다. 각 정당은 부패했거나 각종 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거나 반인권적이었거나 의정활동에 성실하지 못했거나 혹은 그 밖의 자질에 문제가 있었던 정치인들을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수 있는 기준 또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발 제대로 된 후보들이 국민참여 경선에 나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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