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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20대 정치인 발탁, 어떻게 볼 것인가?

등록 2012-01-06 19:20

서영준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서영준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지난해 출판 시장을 휩쓴 ‘청춘’이란 열쇳말이 ‘정치의 해’ 2012년, 여의도로 건너갔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20대 청춘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안달이 난 모습이다. 얼마 전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 올해 27살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를 선임했다. 과학고·하버드대 출신이라는 화려한 ‘스펙’과 젊은 나이는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민주통합당은 4월 총선에서 만 25~35살의 청년대표 4명을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케이’ 방식으로 선발해 비례대표로 내세우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런 방식의 ‘20대 국회의원 만들기’를 어떻게 봐야 할까. 세대를 나눠 의견을 물었다.

아부성 공약을 거두라

잘난 20대 몇명을 국회의원으로
만든다고 분노를 잠재울 수 있나
각 당은 진정 젊은이 눈높이에서
아픔 공감하며 개선책 고민해야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20~30대 젊은층과 소통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젊은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20~30대 젊은이들에게 국회의원 자리를 주어 그들의 희망사항을 대변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지극히 전시성 짙은 일회성 면피전략으로 보인다.

그동안 20대를 대변할 20대의 인물이 없어서 20대의 고민과 문제를 몰랐단 말인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일상화된 인터넷을 켜면 넘쳐나는 게 20대의 의견 댓글이고, 그들의 의견이 집약된 수많은 사이트와 토론방이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트위터·집회 등을 통해 그들의 생각이 생생하게 표출되었으며, 심지어 종이신문에서도 수없이 청년문제의 심각성을 다루어왔음에도 그것을 몰랐다면 여야의 정치인들은 정말 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며 그들의 직무유기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꼭 20대라야만 20대를 잘 대변할 수 있다면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노인층은 60대 이상의 나이 든 국회의원이 가장 잘 대변할 수 있을 텐데, 한편에서는 60대 이상의 나이 많은 국회의원은 뒷전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니 이는 모순 아닌가? 또한 최근의 중·고교에서 벌어지는 폭력 및 자살사고, 과열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10대 국회의원이 나서야 한단 말인가? 우리나라의 청년문제, 예를 들어 대학 등록금, 청년실업, 88만원 비정규직 문제 등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20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나이를 불문하고 평소에 그런 현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며, 그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그런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젊은이들이 기성 정치권에 등을 돌렸다고 당황하여 일시적으로 그들을 달래고자 몇 명의 잘난 20~30대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사탕발림 공약으로 그들의 좌절과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고 본다면 큰 착각이다.

특히 20대는 아직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인생의 여러가지 곡절을 겪어보지 못한 나이이다. 장유유서 문화가 없이 대등한 토론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선진국에서도 20대가 의회에 진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인데, 그것은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정을 다루려면 상당한 사회적 경험과 성취, 그리고 실패와 좌절의 극복을 통해 경륜과 지혜를 갖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젊고 이미지가 깨끗하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미숙하고 세상사를 덜 겪어 때 묻을 기회조차 없었다고 볼 수도 있으며, 그만큼 불안하고 흔들리기 쉬운 연령대라고 볼 수도 있다. 그들이 자력으로 출마하여 당선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비례대표니 전략공천이니 하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도유망하지만 아직 연륜이 부족한 20대 젊은 인재들을 갑자기 기성 정치판에 끌어들여 감당할 수 없는 권력을 주게 되면 그들 자신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 젊은 나이에 참신하게 등장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변질되어 기성 정치인보다 더한 구태를 보이며 각 당의 돌격대 노릇을 하는 젊은 국회의원들을 익히 보지 않았는가? 정책결정에 20~30대의 참여가 필요하다면 각 당이나 정부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하여 그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면 될 것이지, 다양한 국가 현안을 다루고 사회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경륜과 전문성이 필요한 국회의원 자리를 꼭 주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청년문제는 20~30대 청년 대표 몇 명을 국회로 보낸다고 해결할 수 있는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라, 각 당이 국가 전체 차원에서 노·장·청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고 이를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의 지지를 받은 다음 구체적인 정책으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지금이라도 여야는 20~30대에게 의무적으로 국회의원직을 할당하겠다는 아부성 공약을 거두고 진정으로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아픔을 공감하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서영준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한윤형 자유기고가
한윤형 자유기고가
정당에서 경험 쌓은 청년을 키우라

‘슈퍼스타케이’ 방식은 아니다
직업적 정치인 원하는 청년들이
정당에 오고 정당은 그런 이들의
능력을 육성하는 체제 구축해야

‘청년세대와 정치’란 주제로 얘기하다 보면 적당히 관련은 있지만 엄연히 다른 세 가지 문제가 얽혀 혼란스럽다. 첫째는 ‘사회문제로서의 청년문제’일 것이고, 둘째는 ‘청년세대의 요구를 정치권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일 것이며, 마지막은 ‘청년세대를 정치에 참여시키는 문제’일 것이다.

첫째 문제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세대의 문제로 파악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내포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평이하지만 모범적인 답변은 ‘전적으로 그런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그렇다’로 정리된다. 자료를 볼 때, 우리 사회의 분배문제가 세대문제로 환원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늘의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숙고되어야 한다. 가령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0대와 퇴출당하는 50대 이상이 더 많은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또 청년층의 주거권 문제는 그간의 부동산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워킹푸어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이러한 답변은 곧바로 둘째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게 된다. 청년세대의 문제는 대부분 그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기에, 청년에만 집중하는 대증요법보다 좀더 근본적인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아마도 대학 등록금 문제 정도만이 따로 떼어 논할 수 있을 문제일 것이나, 이 역시 큰 틀에서 볼 땐 학력별 임금격차 문제 등과 긴밀히 연결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청년문제에 관해 제출된 정책의 우열을 가르는 최소한의 기준을 얻을 수 있다. 제출된 정책은, 비록 대다수 청년들에게 혜택을 주고 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입안될지라도, 청년들이 아닌 다른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청년세대의 요구를 정치권이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권을 압박할 ‘방법’이 필요하단 견해도 있다. 여기서 둘째 문제는 마지막 문제와 만난다. 그리고 이 마지막 문제는 또 한 번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청년층 대부분에게 해당하는 ‘투표에 의한 정치참여’와 극소수에게 해당하는 ‘직업적 정치에의 참여’가 그것이다.

투표 문제라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미 시민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청년세대는 투표율이 낮다는 이유로 이들 시민들의 ‘계몽’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 문제의 성공적 확산에도 올해 학생회 선거에서 ‘운동권’ 후보들이 맥을 못 춘 데엔 ‘묻지마 투표’를 강권하는 선배세대의 논리를 답습하는 이들에 대한 반감이 한몫했으리란 게 내 추측이다. 사실 청년층의 투표율은 과거 한국 사회나 선진국에서도 대체로 낮은 편이었다. 이제는 개혁세력의 선거 패배를 청년층 탓으로 돌리는 어법을 탈피하고, 시민으로서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는 시도가 더 요구된다.

직업정치의 문제에 대해선 2008년 총선부터 있었던 ‘20대 비례대표’ 논의가 한층 더 진전되어 가고 있다. 각 정당마다 당선권에 20대 후보를 포함시킨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스물일곱 이준석이 돌풍을 일으키는 ‘한나라당 비대위’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20대 정치인’이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적 고민을 덮는 ‘포장지’ 노릇을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생물학적 20대가 정치인이 되어야 할 필요성은, 사회문제의 해결방법을 고민해야 할 당위성만큼은 되지 않는다는 ‘기본’을 추슬러야 한다.

그럼에도 ‘청년 국회의원’을 요구한다면, 나는 요즘 운위되는 ‘슈퍼스타케이’ 방식보다는 각 정당에서 약간이라도 경험을 쌓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고 본다. 물론 수혈된 젊은피는 내부 인물보다 어리고 신선할 것이나 그들의 능력은, 전자에게 호의적으로 말해도, 엇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정당의 당료나 보좌관을 거쳐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지금보다 더 넓힌다면, 직업적 정치인을 원하는 청년들이 정당에 오고 정당은 그런 이들의 능력을 육성하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더 어렵고 고루해 보이는 길이나, 문제해결은 언제나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윤형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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