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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길거리 흡연 금지, 어떻게 봐야 하나?

등록 2011-12-23 19:22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
지난 18일, 서울시의회가 보행자 전용도로를 금연장소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례안이 내년 2월 시의회 교통위원회에 상정돼 통과되면 그다음 달인 3월부터 길거리 흡연 때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정을 찬성하는 쪽은 어린이와 같은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서 필요한 규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인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양쪽의 의견을 들어본다.

거역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앞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뒷사람은 숨을 참아야 한다
흡연자의 즐거움을 위해
발암물질 노출 견뎌야 하나

요즘 길거리 금연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서울시는 이미 올해 3월부터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을 금연구역으로 선포한 이래 남산공원을 비롯한 시내 주요 공원 20곳과 중앙차로 버스정류소 314곳을 금연구역으로 선포하고 운영중이었는데, 내년에는 ‘보도’와 ‘보행자 전용도로’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길을 갈 때 앞사람의 담배연기 때문에 고통 받은 불쾌한 기억이 있는 모든 비흡연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반면, 그렇잖아도 금연구역이 자꾸 늘어나고 있어서 담배 피울 곳이 없는데 길거리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흡연자들의 불만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다중이 이용하는 실내의 금연조차 완전하게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음식점이나 술집 등이 아직도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담배연기가 좁은 공간에서 금방 섞이기 때문에 간접흡연을 막을 길이 없다. 세계는 음식점과 술집을 포함한 모든 직장 내에서의 실내 금연을 선포하여 간접흡연을 없애는 데 주력하는데, 우리는 음식점에서의 완전 금연도 음식점의 면적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앞으로 몇 년은 담배연기에 노출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실내 금연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나라에서 길거리 흡연에 대한 규제가 빠르게 퍼지는 현상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기이한 현상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지난 6월7일 흡연을 규제하는 포괄적인 법안인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공공장소에서의 실내 금연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되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에 의해 실외에서도 금연구역을 선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이다.

과거에 간접흡연의 피해를 보면서도 말을 못 하던 비흡연자들은 이제 길거리에서의 간접흡연도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길거리 흡연의 가장 큰 문제는 길을 걸을 때 간접흡연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뒷사람은 그 길을 안 갈 수 없으니 숨을 참아가며 그 길을 계속 가야 한다. 담배연기를 피해 앞질러 가고 싶지만 혼잡한 길에서는 그나마 불가능하다. 아침부터 출근길에 그런 일을 당하면 누군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앞사람의 뒤통수를 한 대 갈겨주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또 혼잡한 거리에서는 같이 걷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서 팔을 휘두르면 그 담뱃불에 자기 옷이나 살이 닿을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담뱃불에 어린아이의 눈이 찔려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으니 흡연자들이 길을 걸으면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주변 사람에게 커다란 위협이 된다.

물론 모든 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선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고 형평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혼잡한 도로부터 금연구역으로 정하고 금연 거리를 넓혀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우선 지하철역 주변이나 버스 승강장이 있는 도로는 모두 금연구역으로 선포해야 하고, 양팔을 벌리면 사람이 닿을 수 있는 정도로 혼잡한 도로라면 가장 우선적으로 금연구역으로 선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별로 공원이나 해수욕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등산로를 비롯한 휴게공간들은 모두 금연구역으로 규정해야 마땅하다. 국제암연구소는 세계보건기구의 산하단체로 발암물질을 분류해서 발표하는 권위있는 기구이다. 이 기구는 간접흡연도 인간에서 발암이 확정된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흡연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자신이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고통과 희생을 참고 견딜 정도로 인내심이 넘쳐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은 대략 5000만명인데 흡연자는 1200만명 정도이다. 성인만 계산하더라도 흡연자는 30%에 불과하니 금연정책을 펴면 지지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들은 흡연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이제 모든 실내에서의 완전 금연과 혼잡한 길거리를 비롯한 실외에서의 금연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


고은태 중부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고은태 중부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개인 선택의 영역으로 두라

최초의 조직적인 금연운동은
히틀러의 나치 독일서 연유…
국가의 개인영역 간섭 클수록
전근대적 사회일 가능성 높다

윈스턴 처칠, 체 게바라, 헤르만 헤세…. 정치가·혁명가·예술가들의 열정과 낭만, 고뇌에 대해 담배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학생 시절, 수업시간에 담배를 피우시던 교수님들의 모습이 당시 비흡연자였던 내 기억 속에도 멋진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벌써 까마득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다. 담배에 관용적일 뿐 아니라 흡연행위에 근사한 아우라를 보태던 사회는 흡연에 대해 극도로 적대적인 사회로 변하고 말았다. 호환마마보다 위험한 담배연기를 내뿜는 흡연자들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불가촉천민 집단이 되었다. 불과 20여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담배 금하는 시대가 대세가 된 것은 20세기 말에 이르러 흡연의 폐해가 과학적으로 밝혀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최초의 조직적인 금연운동은 히틀러의 나치독일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학자들이 흡연과 폐암의 관계를 밝혀낸 것에 기반한 이 금연운동은 나치의 인종주의와 히틀러의 개인적 취향과 연결되어 국가적으로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반면 반전·평화의 메시지로 1960년대 전세계를 휩쓴 히피문화는 아예 마리화나와 기타 약물들을 그들 문화의 일부로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금연 혹은 혐연의 물결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은 80년대 미국이 정치적으로 보수화한 국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전의 저항적이고 급진적인 개방적 문화가 힘을 잃고, 가정과 개개인의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인간의 몸에 대한 인식도 따라서 변화했다. 자신의 몸을 건강하고 남 보기에 좋게 가꾸는 것이 마치 인간의 기본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금연의 물결과 함께 세계를 휩쓸고 있는 비만인에 대한 폄하, 다이어트와 운동에 대한 강박관념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아선상의 모델들이 미적 기준으로 제시되고 복근과 식스팩이 숭상된다. 이런 움직임들은 바로 직전 시대에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그런 육체에 대한 압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흡연과 간접흡연의 폐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기호품으로 공공연히 팔고 있는 담배를 피우는 행위에 대해 사회가 죄악시하고 금연을 강요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개인의 건강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과연 사회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규제해도 좋은 것일까?

한 개인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건전한지 혹은 나쁜지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규정하고, 이를 계몽하거나 강요하는 정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전근대적인 사회이기 쉽다. 우리는 흔히 긍정적이지 않은 일은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개인의 영역에 국가가 간섭해서 ‘건전한’ ‘건강한’ 생활을 강요하는 데 있어서 북한이나 이슬람권의 국가들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바람직한 일이든 아니든, 그것을 선택할 결정권은 개인에게 맡겨두는 것이 성숙한 사회다.

이제 문제의 핵심을 짚어보자. 간접흡연의 피해를 최대한 막으면서 개인에게 흡연할 공간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사회가 해결해야 할 흡연문제의 과제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어마어마한 규모의 세금을 흡연자들로부터 걷어가지만, 비흡연자들을 담배연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투자를 하고 있는가. 케이티앤지(KT&G)를 비롯한 담배회사들은 막대한 매출을 올리지만 자신들이 판매한 물건이 비사용자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도록 얼마나 지출하고 있는가. 세금으로, 과태료로, 담뱃값 인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정책 방향은 오히려 흡연자에 대한 비흡연자의 적대감을 부추기는 것으로 흡연문제 해결을 의존하는 듯이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직후 한 일 중의 하나가 금연운동하는 분의 요청에 따라 추진되고 있던 공원 내 흡연구역 설치계획을 철회한 일이다. 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에 찬성한다. 그러나 별다른 여론 수렴도 없이, 공원 내 한귀퉁이에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방안을 철회해버린 것이 적절한 행정규제의 범위에 속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흡연을 개인의 선택 영역으로 놓아두라. 그리고 비흡연자를 흡연의 해악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처나마 강구할 것을 요구한다.

고은태 중부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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