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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건강보험 재정 통합, 다시 분리해야 하나?

등록 2011-12-09 19:17

장성규 변호사
장성규 변호사
국민건강보험(건보) 재정 통합이 위헌이라며 대한의사협회가 낸 헌법소원에 대해 지난 8일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열렸다. 의사협회는 현행 건보가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는데 각각에게 부과하는 보험료 체계가 불평등해 직장가입자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등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이번 위헌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결국 건강보험을 2000년 통합 이전처럼 소득 수준에 따라 분리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결국 의료 이용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격렬히 맞서고 있다. 양쪽의 의견을 모았다.

누가 더 내고 덜 낸다는 불협화음 없애야

보험료 부과 잣대가 같아지면
직장가입자·지역가입자 사이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어지므로
사회연대·국민통합이 이뤄진다

12월8일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을 계기로 건강보험법의 위헌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위헌 결정이 나면 사회보험 체제가 붕괴되고 의료민영화가 된다”, “가난한 사람의 의료혜택을 박탈할 것이다” 등 온갖 추측과 선동이 나도는데 이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

2000년 7월 건강보험을 통합하면서 보험료를 부과하는 잣대를 달리하였기 때문에 끊임없이 건강보험 가입자 간에 유불리 문제가 제기되어 이 문제는 언젠가는 풀어야 될 과제였고 마침내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현재의 보험료 부과 잣대는 직장근로자와 지역주민이 다르고, 지역주민은 또다시 종합소득 500만원을 기준으로 두 그룹으로 나누고 있다. 보험료로 거둔 돈은 통합하여 같이 사용하면서 돈을 거두는 잣대가 달라서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보험료 부과·징수와 관련된 민원(자격관리 문제도 이와 연결됨)이 1년에 5000만건을 넘어선다. 전국민이 1년에 한번꼴로 민원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2001년 말부터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분까지 보험료 부과체계가 잘못되었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을까?

2000년 7월 건강보험을 통합할 때의 통합정신은 무엇이었나? ‘건강보험을 조합으로 분산해서 관리하니 부자 조합이 생기고 가난한 조합이 생겨 국민들 간에 위화감이 있으니 국민통합·사회연대가 안 된다’였다. 그래서 재정을 통합하자는 것이 아니었나? 재정을 하나로 묶어 국민연대를 달성하려면 돈을 내는 잣대도 같아야만 분쟁이 없어지는데 잣대를 다르게 하니 통합 이후 계속 분쟁이 생기지 않는가?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하였으니 이제 국민통합이 이루어졌다고 자화자찬한다면 이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보험료를 부과하는 잣대가 같아지면 직장가입자나 지역가입자가 유불리를 따질 수 없어지고, 보험료 부과 잣대가 같아져야 진정 사회보험이 추구하는 사회연대·국민통합이 이루어진다.

“건강보험법 위헌 결정이 나면 건강보험공단이 해체되고 옛날의 조합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일부에서 호들갑을 떠는데 결코 그렇게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헌법소원의 쟁점도 건강보험법 62~65조에 이르는 보험료 부과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위헌 결정 후 보험료 부과를 같은 잣대로 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법 33조가 규정한 재정 통합의 의미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때 건강보험의 통합정신을 완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이른바 사회보험을 실현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개혁 동향은 재정은 단일화하여 형평을 도모하고 재정의 사용은 분권화해 경쟁을 시킴으로써 효율도 도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건강보험을 통합하여 건강보험공단이라는 중앙기금을 마련했다. 이제 돈 내는 잣대만 통일시키면 국민간 갈등도 없애고 통합도 완성되어 사회보험 선진국과 비교하여 손색없는 건강보험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일 잣대를 만들어야 할까? 그 해답은 국가가 재정을 조달하는 방법에서 찾아야 한다. 국가의 재정조달에 대하여 형평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한 사례가 있는가? 없다. 국가의 재정원은 세금이다. 세금 부담을 놓고 근로자의 부담이 크다느니, 부자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느니 하는 논쟁은 있지만 헌법소원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국가재정이라는 통합된 재정을 전국민이 같이 사용하면서 재정을 조달하는 잣대가 전국민에게 동일하기 때문이다. 즉, 소득이 있는 곳에는 소득세를, 그리고 소득세로 필요한 국가재정을 전부 충당할 수 없으면 소비를 기준으로 소비세를 징수하여 같이 사용한다. 소득세나 소비세를 부과하는 잣대가 전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니 불평등을 논할 수 없다.

건강보험료의 경우에도 필요한 재원에 부족한 부분이 생겼을 때 조세제도를 일부 이용하여 재원을 조달해 사용한다면 불평등 운운할 수 없을 것이다.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문제로 건강보험 가입자 간에 발생하는 불협화음을 고치는 것이 대한민국의 책무가 아닐까?

장성규 변호사


이은경 새사연 연구원
이은경 새사연 연구원
서민층 건강 악화·의료비 폭등 불러온다

위헌론이 말하는 형평성 문제는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부유층이
덜 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보장성의 강화가 근본 해법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민들의 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의료민영화 시도가 거세지고 있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의 건강보험 통합 위헌 소송이 1월 중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만일 헌재가 위헌 판정을 내린다면 전국민 건강보험은 해체될 전망이다.

전국민 건강보험은 한국 공공서비스의 가장 큰 성과로 인정되고 있다. 사회보험은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위험을 공동 대처하기 위한 제도이며 최대한 보편적으로 짜야 한다. 건강보험이 쪼개지면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보험 재정은 취약해진다. 필연적으로 보험료를 올리고 보장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 부유층은 건강보험에서 나가려 할 것이고, 전국민 건강보험 의무가입이 위헌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민간보험 가입률이 증가하면 지역보험 재정은 더욱 취약해져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급여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으로 차이나는 지역을 하나로 묶기 어려워 서울·강원 등 지역별로 나뉠 수 있다. 건강보험이 쪼개지면 서민층은 의료 이용은 어려워지고 의료비는 비싸지며 기업의 경쟁력은 낮아진다. 국가 재정은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어 서민층 건강 악화와 의료비 폭등을 피할 수 없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단일 체제이나 부과 기준은 직장·지역이 다르다. 위헌론자들은 소득이 100% 파악되는 직장에 비해 소득 파악이 쉽지 않은 지역가입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 부과 방식은 근본적으로 한쪽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제도상 허점이 문제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이 축소되는 문제도 있지만 월급 외 자산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는 제대로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소유 업체에 취직한 것으로 신고해서 2만원의 건보료를 낸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퇴직시 지역으로 옮길 때 지나치게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건보 통합은 보편성과 형평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진전이었으나 건강보험을 깨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자본은 이윤처로 의료를 노리고 있으며 현 정부가 마지막으로 관철하려는 정책은 의료민영화다. 의사협회는 건강보험 훼손에 앞장서고 있다. 역설적으로 건강보험제도가 정착된 이후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집단은 의료인이며 건강보험의 해체는 대다수 개원의와 중소 병·의원들에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소수의 대형병원·영리병원만 이득을 누리게 될 것이다.

건보 이사장으로 전격 취임한 김종대씨는 1989년 당시 건강보험 통합을 무력화시킨 장본인이며 통합 당시 복지부 실장의 지위를 이용해 지속적 반대를 했고 직위에서 면제되기까지 했다. 밀실에서 진행된 취임식과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제도를 최전선에서 강화해야 할 조직의 수장이 이런 인물이라는 사실은 정부의 건강보험 쪼개기 의지가 매우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건보 해체론자들이 주장하는 형평성은 건강보험을 강화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 현 보장률은 60% 수준으로 낮으며 건강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건강보험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하는 기업과 부유층이 보험료를 덜 내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보장률 탓에 비급여 진료비가 비싸지고 민간보험 가입을 강요받고 있다.

현 정부와 자본은 건강보험의 허점을 들어 건보를 해체하고 민간보험 활성화와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한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와 부유층의 기여도를 높여 건강보험을 강화하고 건강보험만으로 모든 의료비를 감당할 것을 요구한다.

한-미 에프티에이 체결은 국내 공공서비스의 심각한 축소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며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의료 부문이다. 고가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고 영리병원 활성화로 의료비가 폭등하면 건강보험은 취약해진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는 의료는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이제 약속을 지킬 때다. 건강보험 쪼개기를 당장 그만두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김종대 이사장의 사퇴와 헌법재판소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이은경 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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