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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대중교통 요금, 올려야 하나?

등록 2011-11-11 19:30

노세극 새세상연구소 경제사회팀장
노세극 새세상연구소 경제사회팀장
서울의 대중교통 요금이 꿈틀대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시의회는 대중교통요금을 150원 올리는 내용의 의견청취안을 통과시켰다. 의견청취안을 받아든 박원순 시장은 인상 시기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요금 인상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서울과 요금 인상이 연계된 경기도에서는 버스 기사들이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경기도 버스운송사업 적자로 이번달 임금과 올해 임금인상 소급분 지급을 유보한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대중교통 운영회사와 높은 물가에 허덕이는 서민들, 해법은 무엇일까?

적자 해결, 요금 인상이 능사 아니다

장애인·노인 무임승차 비용은
정부·서울시가 분담해야 마땅…
공영제, 지하철·버스 통합으로
도덕적 해이 막고 효율 높여야

지난 10일 서울시가 제출한 ‘대중교통 운임범위 조정에 대한 의견청취안’이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통과됐다. 골자는 서울시 버스·지하철 요금을 150원 인상한다는 것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하여 본회의 상정을 유보하였다가 이번에 통과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 안은 말 그대로 의견청취안으로서 구속력이 없고, 이후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된다. 공은 박원순 시장에게 넘어간 셈이다.

박원순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교통요금 인상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중교통 요금의 인상은 전월세와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가뜩이나 물가 부담에 휘청이는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행위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2008년 조사한 결과 교통비는 전 세대에 걸쳐 2~3위의 지출 항목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교통요금 인상은 소득의 역진적 재분배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가 교통요금을 인상하려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가와 전기요금 등의 인상으로 운송비용이 증가하여 운임원가가 상승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장애인과 노인 등의 무임승차 증가와 환승할인제 실시로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아졌으나 운송 적자는 더 커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구조조정, 운송비용 절감, 신규사업 창출 등 경영 개선을 통한 자구노력을 하였으나 한계가 있는데다 노후시설에 대한 재투자가 필요하므로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사실 지하철과 버스의 적자는 매년 늘어나 2010년도에 7855억원이 발생하였고 올해에는 911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적자가 왜 발생하였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적자의 40%가 무임승차로 인해 발생하는데, 이렇게 장애인과 노인층에 대한 교통복지 차원에서 발생한 적자분을 교통기관이 감당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마땅히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60 대 40이든 50 대 50이든 나누어서 보전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하철의 경우 막대한 초기 건설비용의 부채를 교통기관에 전가하여 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는데, 이 비용은 시에서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어떻든 이렇게 발생한 적자가 쌓이자 이를 이용자에게 떠넘기려고 하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그리고 서울시내에는 66개 버스업체가 있고 총 363개 버스노선이 있는데 이 중 25%가 중복노선이며 30%가 지하철과 중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선을 통폐합하거나 재조정하여 낭비 요인을 줄일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버스회사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데, 차제에 준공영제를 공영제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서 지하철과 버스를 통합하여 서울 광역교통공사로 일원화한다면 규모의 경제가 발휘되어 정책과 집행의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 문제는 단지 원가적 차원에서 회계장부상의 문제로만 접근할 성격은 아니라고 본다. 정치·정책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는 관점과 철학의 문제로 연결된다. 서울시의 교통정책에서 대중교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승용차 중심으로 갈 것인가? 대중교통의 활성화를 통해 승용차 이용이 줄어들게 되면 서울시의 대기질이 나아지고 교통혼잡도도 완화되고 유류 소비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어떤 길로 가야 하는가는 자명하다.

교통수요 관리 차원에서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20년간 제자리걸음을 한 교통유발금의 현실화라든가 남산 1·3호 터널에만 있는 혼잡통행료의 확대 실시, 주차요금 인상, 대중교통 이용에 따른 세액공제나 통근수당 지급, 자동차 보험료와 자동차세제 개편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작년 한해 대중교통 요금 적자가 7855억원이었음에 비해 자동차로 인한 교통혼잡 비용은 7조원이었다. 어느 것이 더 크고 시급한지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공공성 강화인가, 이용자부담 원칙인가?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믿는다.

노세극 새세상연구소 경제사회팀장


요금 인상과 함께 ‘공생책’ 마련해야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전기차연구실장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전기차연구실장
적자 해소 위해 불가피하게
대중교통 요금 인상하더라도
저소득층 등 교통약자를 위한
‘사회적 요금정책’ 병행돼야

최근 수도권 대중교통 요금 인상 소식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유럽발 경제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서민계층의 입장은 더욱 그렇다. 소득수준과 대중교통 이용률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저소득 계층일수록 대중교통 이용률은 높은 반면, 요금 부담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되면 저소득 계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버스회사나 지하철공사의 사정도 외면할 수 없다.

지금의 대중교통 요금은 정부가 물가정책의 일환으로 강력히 통제하고 있어, 인플레 등 요금인상 요인을 그대로 반영하질 못해 늘 운영 적자라고 한다. 그래서 민간 시내버스회사의 주수입원인 버스요금을 억제할 경우 경영난을 초래하게 되어, 결국 버스 서비스의 단절로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요금 인상을 원하는 대중교통업체와 이를 최소화하려는 물가당국 사이의 해묵은 줄다리기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국내 대중교통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도시와 비교할 때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대중교통 요금을 일정 수준 인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1회 통행 때 기본요금의 액면가격은 낮다고 그러나, 국가별 개인당 소득수준을 고려한 요금, 그리고 월간 이용횟수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반드시 낮다고 볼 수 없다. 이는 외국 도시에선 일회용 기본요금은 높게 책정하는 반면, 정기 이용자를 위한 정기권을 도입하면서 대폭적인 요금 할인을 해주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수단은 이동권 보장을 위한 기저 서비스로서 생필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자가용에 비해 수송 효율성이나 환경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교통수단이기에 정부는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도 버스 준공영제 보조금, 유가 보조금, 무임승차 보조금 등 시내버스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있지만, 향후 지원 대상과 방식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각종 보조금은 요금인상 억제로 발생한 요금 수입 부족분을 사후에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결국 요금인상분을 사전에 반영하느냐 사후에 반영하느냐의 차이일 뿐 지원효과의 차이는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기에 앞서 몇 가지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과도한 보조금 지급을 줄이도록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운수업체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포괄적인 지원방식에서 수익이나 서비스 개선의 차이 등을 고려한 선별적 지원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보조금 규모를 줄이면 그만큼 요금 인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대중교통수단을 주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이용자에 대한 인센티브 측면에서 정기 이용자를 위한 정기권 도입 및 할인 제도 등을 마련하여 대중교통 이용자의 이탈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

셋째, 대중교통으로의 수요 전환과 이용 확대를 위한 대중교통 지원제도의 시행이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대중교통요금 직장보조나 대중교통비용 소득공제 등의 방법이 있으며, 세수 감수로 직장보조나 소득공제가 정히 어렵다면 대중교통수단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저소득 계층에 한하여 우선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그동안 대중교통 요금 정책은 ‘도 아니면 모’ 식으로 추진된 면이 없지 않다. 과거와 달리 대중교통 이용 계층은 다양하다. 고급화된 대중교통수단을 높은 요금이라도 기꺼이 이용하려는 이용자가 있는 반면, 대중교통 서비스 공급 자체가 부족한 벽·오지 지역의 이용자, 지급능력이 부족한 저소득 계층 및 고령자 등 다양하다. 따라서 대중교통 운영기관의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인상을 하더라도, 교통약자를 위한 ‘사회적 요금정책’도 꼭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이 공생이 요구되는 시기에선 더욱 그렇다.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전기차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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