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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서울시장 선거 논쟁기획- 나는 왜 이 후보를 지지하나 ③중장년편

등록 2011-10-21 19:23

안중규 프리랜서 작가
안중규 프리랜서 작가
이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나흘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를 각각 지지하는 시민들의 기고를 세차례에 걸쳐 싣는 <한겨레> 논쟁기획도 막바지다. 청년과 주부에 이어 마지막은 중장년층 남성 지지자들의 글이다. 서울에 사는 중년 남성들이 원하는 서울의 모습은 무엇이며 이번 선거를 통해 뽑힐 시장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직접 들어본다.

나경원 후보 지지

경험과 검증에서 비교가 불가능하다

여성 정치인 등장은 시대적 흐름이며
두번의 최고위원 당선 통해 검증 마쳐
다운증후군 딸 키우는 어머니로서
감성적으로도 대중적 소구력이 있다


이른바 ‘안풍’(안철수 교수의 바람몰이)을 등에 업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국민들의 예리한 검증으로 모진 매를 맞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두 차례 거치면서 이미 검증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자유대한민국의 안보관이 명확히 정립된 후보이다. 든든한 안보관은 나 후보의 최대 강점이다. 나 후보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서도 “지난 정권 10년 동안 4조원을 북한에 퍼준 것이 어뢰로 돌아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국가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안보관뿐만 아니라, 나 후보의 부상은 시대의 흐름과도 일치한다. 이제는 여성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유력 여성 정치인이 나올 시점에 나 후보의 등장과 시장선거 출마는 매우 바람직하다.

검증된 후보라는 점에선 상대 후보와의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이미 두 번이나 최고위원 경선에서 당선이 됐다는 것은, 혹독한 검증을 이겨 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대 후보가 자꾸 ‘네거티브’라고 엄살을 떠는 것은 현실 정치를 너무 우습게 본 탓이 아닐까 한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그리고 국무위원이 되기 위해선 더 혹독한 검증을 거친다. 나 후보의 경우 이미 검증이 완료된 후보다.

시정의 연속성이라는 차원에서도 나 후보의 강점이 드러난다. 보궐선거의 당선자는 전임자의 시정운영계획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미 수많은 자원이 들어간 사업마저도 이념의 문제와 당리당략으로 전면 재검토가 된다면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나경원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시정사업을 섬세한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고 더욱 꼼꼼히 예산을 검토할 수 있다는 최대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단편적으로 양화대교 공사만 보더라도 그의 소신은 매우 명확하다.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를 놓고 박원순 후보는 ‘중단해야 한다’고 시사한 반면 꼼꼼한 나경원 후보는 이미 80%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는 공사가 중단될 경우 이에 따르는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이렇듯 이미 진행되고 있는 시정사업을 무조건 반대를 전제하는 시각과 긍정을 전제로 하는 시각은 매우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

이미 상당부분 진척된 사업을 원점으로 돌려버릴 경우 낭비되는 예산과 혼란, 그리고 시민들의 불편까지 초래하는 안전문제를 방치하면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나 후보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양화대교 공사는 계속돼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아울러 나 후보는 이성적 직감뿐만 아니라 감성적 코드로도 국민들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오랜 기간 정치 활동을 하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매우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대학생과 청년층에서도 나 후보의 인지도는 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 약자’라고 하는 서민층에서도 나 후보의 지지도는 매우 높다. 장애인을 자녀로 둔 나 후보는 ‘사회적 약자’의 간접적 체험자가 아닌 직접적인 장애인 가족이다. 혹자는 나 후보를 두고 ‘곱게 잘 자란 엘리트 인생’이라고 할지 몰라도 그는 다운증후군이란 마음의 병이 있는 딸을 키우면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이미 알려진 장애인들을 위한 여러 활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나 후보의 정치 철학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나 후보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소명을 가진 후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남에게 쉽게 말하지 못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뛰어야 할 의무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장애인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장애인 가족을 둔 사람이다.

한편 경험을 앞세운 나 후보는 ‘무작정 퍼주겠다’는 망국적 포퓰리즘을 배제하며 인기 영합적인 정치쇼를 과감하게 비판한다. 이 점이 바로 식상한 정치인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에서 인기몰이로 눈가림하듯 인기행정을 펴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잘 사는 생활특별시’, ‘시민이 행복한 서울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나 후보를 지지하는 근본적인 이유인 것이다.

안중규 프리랜서 작가


박원순 후보 지지

서울 공동체 살릴 따뜻한 실용주의자

황태영 회사원
황태영 회사원
그는 일자리 창출, 현장 체험, 도전,
나눔, 희망 등 실용적 해법에 집중한다
후보가 나열하는 숫자보다 후보의
마음과 철학을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시대를 앞서 가던 개혁가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유배를 가게 됐다.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었던 갖바치가 손수 가죽신인 태사혜를 만들어 주었다. 조광조는 태사혜를 신고 후배에게 잘 어울리는지 물었다. 신발을 보던 후배는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신발이 왼쪽은 흰색이고, 오른쪽은 검은색입니다. 왼쪽에서 보면 흰 신발로 보이고, 오른쪽에서 보면 검은 신발로 보입니다.” 조광조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흰색이면 어떻고 검은색이면 어떠냐? 내 발에는 딱 맞고 편하기만 하다.”

조광조를 신진 사림파는 개혁적이라 하고 훈구파는 과격하다 했다. 그는 개혁자로 보일 수도 있고, 쿠데타를 모의한 역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조광조는 흰색, 검은색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 그는 오로지 지치주의(至治主義)에 입각한 왕도정치를 실현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박원순 후보를 두고 좌파냐 아니냐 말들이 많다. 그러나 내가 본 그는 좌파·우파를 넘는 실용주의자인 ‘또다른 조광조’일 뿐이다. 가장 깊이 숙고할 수밖에 없었을 최근 저서를 보면 이 점이 명확해진다.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 <마을 생태가 답이다>, <원순씨를 빌려 드립니다> 등 최근 저서에는 단 1%도 이념적인 것이 없다. 그는 일자리 창출, 현장 체험, 창조적 아이디어, 도전 정신, 나눔과 희망, 공동체를 살리는 대안 경제 등 실용적인 해법에 집중한다.

군부의 가혹한 인권유린이나 족벌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비판하면 무조건 좌파로 몰리던 시절이 있었다. 박원순 후보는 그 엄혹하고 어려웠던 시대의 소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시대적 책무에 관심과 열정을 쏟고 있다. 아직도 그 시대의 낡은 이념적 잣대로 그를 평가하려는 것은 구시대적 작태에 지나지 않는다. 언론이나 교활한 집단의 날조에 속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공화당·민주당 의원과 통계학자 3명이 토끼 사냥을 갔다. 공화당 의원이 쏜 총알이 토끼의 오른쪽으로 1m 빗나갔다. 민주당 의원이 쏜 총알은 왼쪽으로 1m 벗어났다. 그러자 통계학자는 “만세! 토끼가 명중됐다”고 환호하며 토끼를 주우러 뛰어갔다. 숫자로는 잡혔어야 할 토끼가 실제로는 잡히지 않았듯 삶에는 숫자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모두들 통계학자처럼 숫자에만 집착을 한다.

예전의 선거공약을 보면 747, 소득 4만불, 주가 3000포인트 등 숫자는 화려했지만 서민의 삶은 아픔 그 자체이다. 철학이 없는 숫자는 모두 허구에 불과했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 후보의 ‘마을 공동체’는 독특하다. 박 후보가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 주민과 담소를 나눌 때였다. 한 학생이 지나가자 그 주민은 “○○집 자녀인데, 아직 지나갈 시간이 아닌데, 학교가 일찍 끝난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모두가 관심을 갖고 서로 지켜주는 마을에서 어떻게 유괴사건이 일어나겠는가? 먹고살기 어려워도 나그네가 오면 먹여주고 재워주던 그 후덕한 인심만 되살릴 수 있다면 도시생활도 아름다워질 것이다. 후보가 나열하는 숫자보다 후보의 마음과 철학을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박원순 후보의 숨겨진 일화 하나를 들었다. 2006년 막사이사이상을 받으러 필리핀에 갈 때 그는 ‘상금 5만달러를 어디에다 쓸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갔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공항을 나서 필리핀의 열악한 환경을 본 순간 ‘이 돈은 내가 가져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시상식장에서 5만달러를 받자마자 “이 돈은 필리핀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주십시오”라며 전액을 기부했다. 그는 늘 어려운 이웃과 함께했고 나눔과 기부를 생활 속에서 실천해왔다.

각종 비리로 얼룩진 이들이 총출동하여 시대적 소임을 성공적으로 실천해 온 박원순 후보를 인신공격하는 광란의 도가니는 이제 끝내야 한다. 안철수 교수가 일깨운 변화의 감동, 상상초월 39억원 모금에 담긴 뜨거운 기대, 거대한 조직버스 벽을 깨뜨린 지하철의 기적을 다시금 기억해야 한다. 구태 대신 도덕과 원칙을, 어둠의 장막 대신 나눔과 희망의 깃대를 들어야 한다. 내 한 표로 자녀들의 반듯한 세상을 열어 주어야 한다.

황태영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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