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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연예인의 도덕성, 어디까지 요구해야 하나?

등록 2011-09-23 19:18수정 2011-09-23 21:26

이승한 티브이 비평가
이승한 티브이 비평가
지난 15일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요즘 연예인은 사실상 공인인 만큼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소신을 밝혔다. ‘국민 엠시(MC)’ 강호동씨가 잠정 은퇴를 선언하는 등 연예계를 뒤흔들고 있는 연예인 탈세 의혹에 대한 발언이었다. 강호동씨가 탈세에 이어 강원도 평창에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까지 보도되자 연예인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연예인들에게 들이대는 도덕성 잣대는 정당한지에 대해 두 가지 의견을 들어봤다.

‘공인 타령’으로 이득을 얻는 자들

어떠한 권한도 위임받지 않은
연예인은 당연히 공인이 아니다
‘아파트 신공’ 여성부 장관처럼
진짜 공인은 강호동 뒤에 숨는다

난리도 아니다. 3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강호동에 대한 세간의 여론은 수시로 급변했다. 탈세 의혹이 보도되자 그를 방송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득세했고, 막상 그가 ‘잠정’ 은퇴를 선언하니 옹호론자들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의 탈세가 아니라 세무사의 단순 실수인 것 같다는 국세청의 입장이 보도되고 여론이 잠잠해질 무렵, 평창 땅 투기 의혹이 다시 가십의 시장으로 기어 나온다. 여론이 종잇장처럼 펄럭이며 앞뒤로 뒤집히는 동안 강호동은 몇 번이고 ‘죽일 놈’과 ‘희생양’ 사이를 오갔다. 어느 의협심이 넘치는 시민은 탈세 의혹 기사만 보고 발 빠르게 강호동을 고발했단다. 가히 초현실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상황의 비루함에 더없이 짜증이 난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동정표를 주자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강호동이 실제로 불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했고,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했다는 증거가 나와 혐의를 확정할 수 있으면 철저하게 비판하고 합당한 처벌을 하면 된다. 그러나 단순히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아직 입증되지 않은 혐의 의혹이 대중들에게 공표되고, 민감한 개인정보인 납세 내역과 재산 증식 과정이 만천하에 까발려져 공공연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나나 이 글을 읽을 당신이 그런 것처럼, 강호동 역시 어떤 혐의로 수사를 받든 유죄 확정 전까지는 무죄 추정을 받을 권리, 소중한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 그리고 여론재판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그것이 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권리다.


물론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먹고사는 연예인들은 ‘공인’이므로 단순 혐의만으로도 도덕적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여기서 잠시 ‘공인’이란 개념에 대해, 우리가 왜 ‘공인’들에게 고도의 도덕성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공직자나 정치인들을 ‘공인’이라 부르는 것은, 공동체가 그들에게 법률 제정과 자원 분배, 정책 입안 등의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고도로 집중된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의 언행은 공동체의 실질적 이익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그 권한의 공정한 행사를 위해 필연적으로 고도의 도덕성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재산과 납세 내역 공개를 요구하며,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연예인들은 어떤가? 우리는 그들에게 어떠한 권한도 위임한 적이 없다. 그들의 활동이 국가적 의제를 세우거나 정책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연예인은 대중을 상대로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판매하는 ‘고소득 유명인’일 뿐, 공인이 아니다. 그러므로 범죄 사실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단순 혐의만으로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되고, 설령 범죄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법이 정한 이상의 과도한 처벌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어떤 이들은 연예인들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문화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인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 논리대로라면 우리 사회는 유명 연예인 한두 명의 언행에 전체의 도덕관념이 출렁일 정도로 정신적 기반이 취약해졌다는 소리다. 그쯤 되면 이미 연예인의 문제 이전에 우리 사회가 교육과 자체 정화 기능을 잃었다는 뜻이다. 연예인 핑계 댈 일이 아니다.

공인과 연예인의 경계가 흐려지면 득 볼 이들은 따로 있다. “요즘 연예인은 ‘사실상’ 공인인 만큼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하지 않겠는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했던 말이다. 강호동이 “어찌 뻔뻔하게 티브이에 얼굴을 내밀고 웃을 수 있겠느냐”며 잠정 은퇴를 선언하는 동안, 김금래는 실거래가 3억2000만원짜리 아파트를 9500만원에 사는 신공을 펼치고도 여성가족부 장관에 임명됐다. 진짜 검증 받아야 할 공인들은 강호동의 넓은 등을 방패 삼아 몸을 숨겼다. 그리고 이젠 3년 전에 추징금 내고 끝났다는 인순이의 탈세 의혹이 기어 나온다. 3년 묵은 이 떡밥은 또 무엇을 감추기 위해 던져진 것인가? 우리는 언제까지 입증도 안 된 동료 시민들의 혐의 의혹을 미리 비난하느라 진짜 공인들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할 텐가?

이승한 티브이 비평가


대중의 인기 얻는 순간 공인이다

손석한 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정신과 전문의
왜 그리 가혹하고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서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
인기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강호동이 은퇴를 선언했다. 비록 잠정 은퇴라는 표현으로 추후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세금 탈루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선택이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고의로 탈세한 것이 아니고 검찰 기소가 이루어진 것도 아닌데 은퇴는 너무하지 않으냐는 동정의 의견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유명 연예인은 공인이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잣대의 도덕성과 처신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연예인은 과연 공인인가 아닌가? 필자의 생각에 연예인은 공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정도 인기가 있고 잘 알려진 유명 연예인의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이 관련된 도박 또는 마약 사건, 교통사고, 병역 문제 등은 일반인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끔 큰 비중으로 언론에 보도된다.

연예인이 공인이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단순히 관심을 많이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중의 사랑을 받을뿐더러 대중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비록 공무원처럼 국가에 관련된 공적인 일을 하지는 않지만, ‘공적’(公的)이라는 의미 자체가 사회 전체의 구성원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하므로 연예인은 공인으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유명 연예인은 평소 자신의 언행에 대해서 늘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흥적으로 또는 순발력 있게 대응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결국 평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 자신을 늘 돌아보는 마음, 자아존중감과 겸손의 미덕을 동시에 갖추려는 마음, 상식과 사회적 규칙을 존중하고 따르는 마음, 신중하게 생각하여 충동적인 행동을 자제하는 마음 등이 연예인들에게 요구된다.

평상시에 늘 명심하면서 몸에 배게끔 하라. 만일 그럼에도 잘못된 행동이나 범법 행위를 저지르게 된다면,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며, 사람들의 용서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예인도 우리 대중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또는 그녀)가 진심으로 후회와 반성을 한 다음에 용서를 구하면, 대중은 너그러워질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부인하고, 책임의 경감을 얻기 위해서 몸부림치며, 애초에 진심 어린 반성이나 사과가 없다면, 대중은 그(또는 그녀)를 매몰차게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연예인에게 왜 그리 가혹하고 엄중한 잣대와 요구를 들이대는지 서운한 감정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고마워하라. 대한민국의 연예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부와 명예, 그리고 인기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나의 재능과 노력 못지않게 더 중요한 원천이 있음에랴. 그것은 바로 대중의 존재, 그리고 그들의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다.

대중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대중과의 애착관계는 사랑과 관심에서 미움과 무관심으로 바뀔 수 있다. 자녀와 부모의 애착관계는 좀처럼 끊어지지 않지만, 연예인과 대중의 애착관계는 순식간에 끊어지곤 한다. 국민들은 유명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세하게 관찰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스타여서 부담스러워하기 이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국민들은 결국 선택할 것이다. 공인으로서의 처신을 잘하고 책임을 다하는 연예인은 계속 사랑해 주고 언젠가는 용서하여 기회를 다시 주지만, 그렇지 못한 연예인에게는 가혹한 판단과 행동을 보일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은 변화할 수 있다. 연예인들이여, 자신이 대중의 인기를 얻는 순간 공인으로 공인(公認)되는 것임을 꼭 기억하라.

연예인도 사람인지라 인기를 얻은 다음에 과대망상적인 사고가 슬슬 자라나기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하니 일반인처럼 평범하게 지낼 수 있으랴. 고급 음식과 술, 그리고 아름다운 이성들을 찾을 수 있다. 묘한 특권의식도 생겨날 수 있다. 돈을 더 벌고자 하는 욕심이 일어날 수도 있다. ‘누가 알겠어, 그리고 내 사생활인데 뭐 어때?’라는 생각이 들면 망할 징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초심을 다잡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라. 그래야 파국에 이르지 않을 것이다.

손석한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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