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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인터넷 사용 요금 ‘정액제’와 ‘종량제’ 무엇이 옳은가?

등록 2011-09-20 19:21

안병도 정보기술(IT) 평론가
안병도 정보기술(IT) 평론가
최근 에스케이(SK)텔레콤이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LTE)를 사용한 스마트폰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인터넷 사용 요금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통신업자들은 지금과 같이 데이터 사용량이 반영되지 않는 정액제에서는 전체적인 망 증설 비용을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사용자들이 떠안는 만큼,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는 종량제 도입을 늦출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통신비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정액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두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본다.

종량제, 요금인상 외엔 얻을 게 없다

온라인 게임을 맛보고 있다가도
인터넷 교육 서비스를 받다가도
요금 의식하면 이용 기피하게 돼
정보격차는 빈부격차를 키운다

현재 인터넷 사용 요금에 종량제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두 나라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캐나다 등 6개 국가는 종량제와 정액제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 일본 등 나머지 15개국은 모두 정액제를 시행하고 있다. 공통점을 보자. 인터넷 서비스와 게임 등 정보기술 산업이 발전한 나라는 예외 없이 전부 정액제다. 종량제를 채택한 나라는 현재 어떤 글로벌 아이티(IT)기업도 없는 나라다. 결국 국민들이 일상적인 웹서핑 정도만 하더라도 산업상 별로 잃을 것이 없는 나라만 종량제를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인터넷 종량제를 주장하는 이유 가운데 핵심은 결국 돈 문제다. 세계적으로 초고속 인터넷망이 발달한 한국에서는 갈수록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이전에는 유선 인터넷 위주였지만 지금은 무선 인터넷까지 포함해서 폭발적으로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망을 폭발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이것에 드는 돈이 수익구조를 해친다고 보는 망 사업자들이 앞장서서 종량제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종량제를 채택한다고 해도 사용자 입장에서 현재보다 요금이 낮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인터넷 사업구조가 안정적인 고정수입에 의존하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종량제를 하고 있는 휴대전화 통화요금을 보자. 기본요금을 아무리 낮추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통화를 거의 안 하는 사용자에게도 꼬박꼬박 징수되는 기본요금을 이동통신사는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전면적으로 종량제를 채택한다고 해도 기본료란 명목으로 지금 수준의 요금을 어떻게든 유지시킬 것이다. 다만 많이 쓰는 사용자에게 더 많은 요금을 받을 뿐이다. 종량제를 주장하는 업체들은 단 한번도 종량제가 되면 전체 요금을 확 낮추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종량제 도입 논리로 많은 이들이 형평성 문제를 내세운다. 소수의 사용자가 전체 트래픽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그들 때문에 다수의 사용자가 느린 인터넷 속도를 감수하는 것은 말도 안 되니 종량제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현재도 인터넷은 총량을 규정하는 종량제만 하지 않을 뿐, 대역폭을 통해 전송속도를 규제하는 상품이 존재한다. 따라서 전송속도를 달리한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으면 트래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용자가 아무리 많이 쓰려고 해도 속도 자체가 느린 망으로는 과다한 트래픽을 유발할 수 없다.

망 관리자 입장에서 볼 때 인터넷 종량제는 노후화되는 장비를 교체하지 않아도 돼서 설비투자비를 아끼면서 동시에 요금을 더 많이 받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이다. 반대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거의 나아지지 않는 망을 계속 쓰면서 초당 사용요금에 벌벌 떨어야 한다는 의미다.

종량제를 도입하면 인터넷 중독자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도 있다. 일부 인터넷 중독자 가운데 수천만원의 요금이 나와서 파산하거나 자살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대다수는 초당 택시 미터기처럼 올라가는 요금 때문에라도 인터넷 사용을 자제할 게 확실하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해서 인터넷 중독자가 없어지면 그들이 다시 건전한 사회인이 된단 말인가? 인터넷 중독자를 없애면 그만큼 정상인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만화, 게임 등 다른 방면의 중독자가 늘어날 뿐이다. 이게 사회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터넷 종량제는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소비자가 느끼는 요금 부담이 새로운 인터넷 기반 서비스의 보급과 확산을 억제해버리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맛보고 있다가도, 인터넷을 통한 고급 교육 서비스를 받다가도, 첨단 원격의료 시스템을 이용하다가도 요금을 의식하게 되면 이용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격차는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

우리는 미래를 봐야 한다. 종량제는 적게 내게 될지조차 불확실한 요금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반면에 정액제로 인터넷을 안심하고 쓰면 더 편리한 서비스가 많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현명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안병도 정보기술(IT) 평론가


‘무제한’은 심리적 불안감 해소일 뿐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광고미디어학과 교수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광고미디어학과 교수
종량제 도입돼도 추가 요금부담은
헤비유저 그룹에게 돌아가게 된다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 고민이
더 경제적·창의적 결과를 낳는다

세상이 똑똑한 미디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사이, 잠시나마 잊었던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드는 듯하다. 종량제 논란이다. 인터넷에 이 제도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수년 전 일었던 논란이 이젠 스마트 미디어, 특히 4세대(4G)로 불리는 스마트폰 서비스의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점차 가열되고 있다. 시간이 흘렀고, 미디어는 달라졌다. 그럼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왜 그럴까.

논란의 쟁점이 여전히 동일한 지점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종량제 도입은 자본에 의한 정보 불평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수요 예측에 실패하고 설비 투자를 게을리한 사업자의 이익을 요금방식으로 키우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종량제 도입 반대논리의 주된 요체다. 두 핵심 주장 가운데 사업자의 신규 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 및 예측상의 게으름(?)을 탓하는 내용은 일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기에 소비자로서 이 주장에 대해 동의하는 측면이 필자에게도 분명 있다.

그러나 필자는 전적으로 이 모든 주장에 뜻을 같이하진 않는다. 사업자의 과실 혹은 게으름으로만 종량제 도입 논란을 무가치한 것으로 덮어버릴 순 없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로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할 부분 역시 존재하며, 주장의 이면엔 다소 심리적 측면이 담겨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종량제 도입이 빈부의 차이에 따라 인터넷 사용량이 달라지는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확대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8일치 <한겨레> 기사를 보면, 케이티(KT)의 경우 상위 1%가 전체 데이터 사용량의 40%를 차지하고, 상위 10%가 전체의 93%를 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반대로 90%의 이용자가 나머지 7%의 데이터를 나눠 쓰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에스케이텔레콤(SKT) 소비자 그룹의 데이터 소비패턴 역시 거의 동일하게 편포돼 있다. 만약 종량제가 도입된다면, 추가 요금부담을 지게 되는 계층은 바로 이러한 중이용자(heavy user) 그룹이 된다. 그렇다면, 중이용자 그룹에게 추가 요금을 지우는 행위가 소비행위를 위축시킴으로써 우리나라 정보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수용하고 싶지 않은 논리다.

미디어 이용과 소비에 관한 최근의 국내 연구 결과를 보면, 이미 미디어는 다양성과 편재성으로 인해, 접근성이 매우 높아져 있다. 격차를 유발하는 요인은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의 문제일 순 있어도, 경제적 요인 등이 (배제되진 않아도) 주로 거론되는 요인은 아니다. 오히려 뉴미디어를 둘러싼 주된 이슈는 지나치게 용이해진 접근성으로 인해, 과도한 미디어 사용, 즉 중독의 문제가 더욱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에서 필자와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자유로운 이용환경에서 발현되는 창의성을 종량제 도입이 저해할 수 있다는 반론을 펼 수도 있다. 물론 자유로운 환경은 중요하다. 그러나 반드시 창의성 발현의 토대가 자원 이용의 자유로움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원이 풍부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낸다는 공식엔 그래서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고민할 때, 경제적이며 창의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문제는 사회적 생산성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정제된 이용환경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있진 않을까.

디지털카메라 등 전자기기의 등장과 더불어 우리가 소장하고 있는 개인적 데이터는 폭증했지만, 그 데이터의 5년 보존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는 한 정보통신공학자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데이터의 이용가치가 아닌 단순한 심리적 불안감 해소 차원의 이용방식이 ‘무제한’이었을 수 있다. 필름카메라 시절의 추억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그 시절의 진지함과 고민을 유지한 채, 사회적 생산성과 창의성 발현의 토대를 잃지 않는 방식이 데이터 이용시장을 정립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사업자의 이윤 가운데 일부는 사회적 편익의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광고미디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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