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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간접체벌 허용해야 하나?

등록 2011-09-16 19:19

조영선 서울 경인고 교사
조영선 서울 경인고 교사
지난 14일 교육과학기술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수업 중 영상통화를 한 학생에게 5초간 엎드려뻗쳐를 시켜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한 교사에 대해 징계 취소를 결정했다. 지난 3월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간접체벌을 포함한 일체 체벌을 금지시킨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개정된 시행령이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것인지에 대한 해석부터 엇갈린다. 찬반양론을 들어본다.

매 대신 오리걸음, 빵 대신 과자?

체벌은 교육이 아니란 외침에
“다른 형태의 고통은 어떠니?”
“고통을 줄여주면 되니?”라고
대답하는 것이 간접체벌이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와 서울시교육청의 체벌금지 이후 간접체벌 허용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지난 3월18일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31조 8항은 “학교의 장은 지도를 할 때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된다”고 정했다. 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어디에서도 간접체벌을 허용한다는 의미의 구절은 없다. 그럼에도 “신체에 타격을 하지 않는 이른바 ‘기합’은 폭력이라고 할 수 없지 않으냐, 그마저 없다면 학교 내의 문제행동을 어떻게 제지할 것이냐” 등의 논리로 간접체벌이 부활할 기세다.

이것은 ‘체벌금지’의 의미를 잘못 읽은 것이다. 체벌금지는 체벌을 ‘사랑의 매’가 아니라 ‘폭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물리력이나 힘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형태는 교육이라고 볼 수 없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체벌이냐 아니냐의 기준은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신체적 고통을 주느냐가 아니라, 학생들이 신체적 고통을 느껴 교사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강제적 상황이냐 아니냐에 있는 것이다. 마치 사법체계에서 고문에 의한 자백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확실히 체벌은 그 어떤 벌보다도 문제행동을 즉각적으로 수정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행동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깨닫고 내면화한 것이 아니라 당장 신체적 고통을 당하지 않기 위해 그 행동을 멈췄을 뿐이기 때문에 잘못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효과를 거두려면 체벌의 강도도 점점 세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간접체벌도 마찬가지이다.

수업 시간에 떠들어서 수업 분위기를 방해하는 학생의 경우 그 문제행동의 원인은 여러가지일 수 있다. 선행학습을 해서 수업에 흥미가 없을 수도 있고, 학습부진이 누적돼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정서적인 문제나 가정불화로 인해 공부에 집중할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이렇게 문제행동을 만드는 원인과 구조에 대한 분석 없이 ‘문제행동’만을 문제삼을 경우 그 문제행동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간접체벌 역시 이러한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교육적 벌’은 문제행동의 원인과 구조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벌이라는 형태이지만 내용적으로 어떨 때는 학습부진을 보충하는 과정일 수도 있고, 심리치료의 과정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문제행동의 원인 제거나 문제 해결과 관계없는 모든 벌은 ‘교육적 벌’로서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간접체벌 찬성론자들은 체벌금지로 인한 ‘학교 붕괴’를 이야기하고 ‘교권 실추’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학교가 붕괴되고 교권이 실추되는 이유는 체벌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배움’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 공간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했던 체벌이 오히려 문제를 은폐하고 해결할 시간을 놓치게 하여 아이들을 학교로부터 빼앗아갔던 것은 아닐까?

‘체벌금지’는 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억지하여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문제행동이 일어나는 구조(극심한 입시경쟁과 사회 양극화, 학교 내 상담 및 복지 시스템의 부재)가 개선되도록 학생들과 소통해야 한다.

간접체벌 논란은 여전히 체벌의 형태와 정도에 대한 논란을 반복할 뿐이다. 이것은 봉건제 철폐 요구를 “빵을 달라”는 말로 상징적으로 표현한 민중들에게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될 것 아닌가”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신체적 고통을 대가로 강압적인 지시를 따르게 하여 그 순간 문제를 은폐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는 외침에 대해 ‘다른 형태의 고통이면 어떠니? 고통을 줄여주면 되겠니?’라고 대답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의 이슬로 역사에서 사라졌다. 학생인권으로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는 우리 교육은 어떤 역사를 쓰게 될 것인가?

조영선 서울 경인고 교사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도 질서가 필요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 연합회 대변인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 연합회 대변인
단지 맹목적 방치만이 아닌,
잘못된 행동에 대해 교사가
‘교육벌’로 잡아 주는 것이
진정한 학생 권리 보호이다

지난해 체벌 논란이 한창이던 때 많은 나라의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두 가지 이유로 놀란 바 있다. 첫째, 미국·영국·프랑스 방송에 이르기까지 인터뷰에 응하면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나라의 체벌 찬반 논쟁이 나라 밖 ‘월드뉴스’가 되었다는 사실이었고, 둘째, 자세히 설명해도 간접체벌을 이해시키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특히 프랑스 기자들은 교사가 문제 행동 학생들을 신체나 도구를 이용해 체벌할 수 없으나, 수업을 방해하고 여타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학생을 교사가 즉각 제지하고 교육적인 벌을 주는 것은 당연하며, 프랑스도 그러한 권한을 교사에게 부여하고 있는데 왜 그마저 못하게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체벌 전면금지를 규정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이후 교실 붕괴, 교권 추락 현상은 암담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주광덕 한나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1학기 학생징계대장을 기준으로 교권침해 현황을 살펴보면 총 1795건 중 교사에 대한 폭언·욕설이 1010건으로 가장 많고, 수업진행 방해 506건, 교사 성희롱 40건, 교사 폭행 30건 순이다. 또한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이 교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거나 논의를 시작한 지난해 총 523건의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해 지난 5년간 발생한 총 1065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학교 상황이 이러한데 서울·경기 교육감과 일부에서는 이를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부 문제 행동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하고 교칙을 어겨도 학교와 교사는 자신을 벌할 수 없다는 해방감과 그러한 학생들을 실효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교사들의 무력감이 함께 나타나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이제 학생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만을 내세워 ‘교육벌’을 마냥 부정할 것이 아니라, 신체와 도구를 이용한 직접체벌은 금지하되,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거부하는 학생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교육벌을 내릴 권한을 교사에게 부여하는 것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학교는 소수의 교사와 다수의 학생들이 함께 배우는 작은 사회라는 점에서 상과 벌을 통해 질서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시를 읽어주라’는 제안에 대해 교사들은 학교 현실을 외면한 낭만적 허구라고 냉소를 보낸 바 있다. 음주와 흡연이 의심되는 학생에게 측정기를 사용하고,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에게 천을 덧대주라는 대안에는 파안대소하기까지 했다. 벌점을 주면 ‘교원평가점수 깎겠다’ 하고, 수업 중 떠들어 ‘조용히 하라’ 하면 ‘싫은데요’라고 하는 현실에서 교사는 제대로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 오죽하면 ‘교육감이 1주일, 아니 하루만 학교에서 수업해봐라’라는 교사들의 하소연이 나오겠는가?

경기도 어느 중학교 여교사로부터 “수업마다 대놓고 욕을 하는 학생이 있는 반에 들어가면서 ‘오늘은 아무런 일이 없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있다”는 눈물의 편지를 받은 바 있다. 교육벌을 부정하는 일부 교육감들은 이러한 교실 실태가 단지 이 여교사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솔직히 인정하고, 교사에게 최소한의 정당한 학생지도권과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간접체벌은 이미 상위 법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허용되었다는 점에서 하위 법령인 조례나 교육감 지침으로 이를 제한할 경우 ‘상위법 우선의 원칙’이라는 법치의 근간이 흔들리는 우마저 범하게 된다. 현장의 어려움을 모르쇠로 일관할수록 교실 붕괴, 교권 추락 현상은 점차 심화되고, 이렇듯 무너진 학교 질서를 점차 피부로 느끼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왜 이 지경이 되도록 학교를 방치했는가?’라는 호된 질책이 교육벌을 허용치 않는 교육감에게 쏟아질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소중한 학생의 인권은 단지 맹목적 방치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 교사가 교육적 훈계와 교육벌을 통해 바로잡아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학생의 권리 보호일 것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 연합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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