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간통죄’ 존폐 여부가 다시 헌법재판소의 손에 맡겨졌다. 2008년 합헌 결정이 난 뒤 3년 만이다. 지난 8일, 경기도 의정부지방법원 형사합의1부(부장 임동규)는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간통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간통죄에 대해선 여러 차례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있었지만, 당사자의 신청 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제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간통죄 폐지론에 더욱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폐지론과 ‘건전한 혼인관계’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존속론, 양쪽의 의견을 들어본다.
‘혼인·가정 유지에 기여’ 근거 없다
국가가 개인 사생활 영역인
성생활에 형벌권을 행사하며
부당하게 개입하는 간통죄는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일 뿐 최근 한 지방법원이 간통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함으로써 우리 사회에는 또다시 그 존폐 여부가 이슈화되고 있다. 헌재는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네 번에 걸쳐 간통죄를 합헌으로 결정하였다. 그동안 헌재는 ‘선량한 성도덕과 혼인·가족관계의 보호’를 이유로 하여 간통죄의 존치를 결정하였다. 그렇지만 헌재도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2008년 결정에서는 “개인감정을 국가가 법제도로 규율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재판관 9인 중 5인이 위헌 내지 헌법 불합치 의견을 제시하였다. 물론 이 결정은 위헌정족수 6인을 채우지 못함으로써 합헌이 되었다. 형법상 간통죄는 형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 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조항이다. 간통죄를 바라보는 시각은 법리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이 있다. 현실적으로 볼 때 여론은 과거 다수가 간통죄 존치를 원했으나 폐지 주장이 늘어나면서 양자가 팽팽하고 맞서고 있다. 이렇게 여론이 변화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성도덕에 대한 기준이 변화하고 가족과 혼인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권리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론만 가지고 간통죄의 존폐를 결정할 수는 없다. 간통죄의 존폐 문제는 개인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우리 헌법질서 아래서 정당한지, 또 그 목적에 맞는 기능을 현실적으로 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간통죄의 보호법익은 사회의 성도덕 보호와 헌법에서 보호하는 혼인제도 및 부부 쌍방간의 성적 성실 의무 등이다. 우선 형벌의 부과를 통하여 사회의 성도덕을 보호한다는 목적은 사회질서의 유지라는 차원에서 정당하다. 그러나 남녀간에 배우자를 선택하는 문제를 국가의 형벌권으로 규율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더구나 헌법 현실에서 간통죄가 성도덕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고 있으며, 간통죄의 본래의 목적과 달리 배우자의 복수심을 충족시키거나 충분한 배상을 위한 경제적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 헌법은 36조 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하여 이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의 보호라는 점에서 개인의 존엄으로부터 나오는 자기결정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배우자를 선택하고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사적 영역의 자유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혼인과 가족관계의 보호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결정을 존중하는 선에서만 작동되어야 한다. 간통죄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기본권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국가는 개인의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는 성생활에 형벌권의 행사를 통하여 부당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 물론 우리 사회의 성도덕 와해나 혼인·가족제도의 붕괴 등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회문제가 간통죄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간통죄의 기소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간통죄 고소로 오히려 혼인생활이 파탄되어 간통죄는 혼인·가정의 유지에 기여하지 못한다. 부부간의 성적 성실 의무 위반문제는 이혼소송이나 손해배상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의 보호는 관련 법과 제도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급속한 사회발전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 속에서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이혼율의 증가와 함께 간통죄의 예방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간통죄를 폐지한다고 하여 갑자기 사회의 성도덕이 문란해지거나 가정의 붕괴가 급속도로 진행되리라 보지는 않는다. 법은 항상 살아 움직이는 규범이 되어야 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그렇다고 법이 사회의 변화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은 언제나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간통죄는 폐지되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간통죄 폐지되면 입증 책임이
수사기관서 피해자로 넘어가
입증에 따른 고통을 받으며
피해보상도 받기 어려워진다 의정부지방법원이 최근 간통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다. 3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했으나, 최근의 분위기는 간통제 폐지론이 점차 힘을 얻는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필자는 간통죄 규정을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자 한다. 간통죄는 우리 민족 최초 법인 고조선의 8조법금(八條法禁)에서부터 현재까지 내용상 일부 변화는 있지만 처벌규정 자체는 계속 존재해 왔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의 형법 제정 때도 포함됐다. 간통죄 규정은 선량한 성도덕과 성풍속을 보호하고,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 나아가 부부간의 성적 성실 의무의 수호를 위해 입법된 것이다. 간통죄는 친고죄로서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배우자가 간통을 사전 동의하거나 사후 용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 일정한 경우 고소 취하로 간주하는 규정과 재고소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어 고소권 남용을 방지하는 장치도 두고 있다. 이처럼 간통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간통 혐의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하고(그 증거는 성행위에 대한 직접 증거여야 하고, 간통 혐의자들이 부인할 경우에는 최소한 정액이 묻어 있는 휴지나 이불이라도 있어야 한다), 소송 절차상으로도 적법한 고소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고소 요건으로 협의 이혼을 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할 것을 규정해놓아, 간통행위의 결과로 혼인과 가족생활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경우에 한해 법적 규제가 미치도록 하고 있다. 일부 폐지론자들이 개인의 성생활이라는 은밀한 사적 생활영역을 간통죄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 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러한 기본권은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헌법 37조 2항에 따라 ‘질서유지 내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될 수 있고, 간통죄 규정이 과도한 제한으로 헌법 17조의 기본권 침해에 이른다고 보이지 않는다. 특히 우리의 혼인관계는 개인의 의사뿐만 아니라 전통과 문화에 기반을 둔 집안끼리의 결합이다.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 스스로 형성한 법제도(혼인신고)에 편입된 부부관계에서 한쪽의 간통은, 성적 성실 의무 위배라는 단순한 혼인계약의 위배 차원을 넘어 부부 사이의 근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리고 혼인관계를 파탄시키거나 혼인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일부일처주의에 위협이 되는 것이다. 간통행위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건전한 성도덕에 반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성개방이 이루어졌고 시대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간통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해도, 혼인한 남녀의 정절관념은 우리 사회의 전통윤리로서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만일 간통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된 배우자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과연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는 위자료만으로 그 충격이나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까. 따라서 간통죄는 여전히 존치돼야 하고, 간통죄 폐지론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실제 필자가 다수의 이혼소송을 진행하면서, 간통으로 인한 여러 폐해를 목격했고 간통죄로 고소하지 않고도 이혼소송에서 마무리되는 사건을 많이 경험했다. 즉 폐지론자들의 주장처럼 간통죄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고, 간통죄 혐의를 찾기 위한 뒷조사 과정 때문에 오히려 혼인관계가 파탄됐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불구속 수사, 불구속 재판 원칙이 잘 지켜지는 현시점에서 간통죄의 혐의가 있다고 해서 바로 구속되는 것도 아니고 간통죄 처벌이 많은 위자료를 받기 위한 합의의 수단도 되지 못한다. 단지 간통죄 규정이 존재함으로써, 간통 혐의에 대한 입증을 수사기관에서 하게 된다. 하지만 간통죄 규정이 폐지되면 그 입증을 피해자가 직접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 입증이 쉽지 않고 결과적으로 간통으로 인한 피해자는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입증을 위한 이중의 고통을 당하는 한편, 그 피해 보상도 받기 어렵게 될 가능성도 많다. 그렇다면 혼인제도의 유지를 위해서나 간통의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간통죄는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고 본다. 사견으로는 간통죄의 법정형과 관련해서는 다른 처벌 조항과의 형평상 벌금형도 선택할 수 있게 규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다. 김기동 변호사
성생활에 형벌권을 행사하며
부당하게 개입하는 간통죄는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일 뿐 최근 한 지방법원이 간통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함으로써 우리 사회에는 또다시 그 존폐 여부가 이슈화되고 있다. 헌재는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네 번에 걸쳐 간통죄를 합헌으로 결정하였다. 그동안 헌재는 ‘선량한 성도덕과 혼인·가족관계의 보호’를 이유로 하여 간통죄의 존치를 결정하였다. 그렇지만 헌재도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2008년 결정에서는 “개인감정을 국가가 법제도로 규율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재판관 9인 중 5인이 위헌 내지 헌법 불합치 의견을 제시하였다. 물론 이 결정은 위헌정족수 6인을 채우지 못함으로써 합헌이 되었다. 형법상 간통죄는 형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 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조항이다. 간통죄를 바라보는 시각은 법리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이 있다. 현실적으로 볼 때 여론은 과거 다수가 간통죄 존치를 원했으나 폐지 주장이 늘어나면서 양자가 팽팽하고 맞서고 있다. 이렇게 여론이 변화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성도덕에 대한 기준이 변화하고 가족과 혼인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권리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론만 가지고 간통죄의 존폐를 결정할 수는 없다. 간통죄의 존폐 문제는 개인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우리 헌법질서 아래서 정당한지, 또 그 목적에 맞는 기능을 현실적으로 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간통죄의 보호법익은 사회의 성도덕 보호와 헌법에서 보호하는 혼인제도 및 부부 쌍방간의 성적 성실 의무 등이다. 우선 형벌의 부과를 통하여 사회의 성도덕을 보호한다는 목적은 사회질서의 유지라는 차원에서 정당하다. 그러나 남녀간에 배우자를 선택하는 문제를 국가의 형벌권으로 규율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더구나 헌법 현실에서 간통죄가 성도덕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고 있으며, 간통죄의 본래의 목적과 달리 배우자의 복수심을 충족시키거나 충분한 배상을 위한 경제적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 헌법은 36조 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하여 이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의 보호라는 점에서 개인의 존엄으로부터 나오는 자기결정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배우자를 선택하고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사적 영역의 자유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혼인과 가족관계의 보호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결정을 존중하는 선에서만 작동되어야 한다. 간통죄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기본권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국가는 개인의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는 성생활에 형벌권의 행사를 통하여 부당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 물론 우리 사회의 성도덕 와해나 혼인·가족제도의 붕괴 등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회문제가 간통죄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간통죄의 기소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간통죄 고소로 오히려 혼인생활이 파탄되어 간통죄는 혼인·가정의 유지에 기여하지 못한다. 부부간의 성적 성실 의무 위반문제는 이혼소송이나 손해배상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의 보호는 관련 법과 제도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급속한 사회발전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 속에서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이혼율의 증가와 함께 간통죄의 예방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간통죄를 폐지한다고 하여 갑자기 사회의 성도덕이 문란해지거나 가정의 붕괴가 급속도로 진행되리라 보지는 않는다. 법은 항상 살아 움직이는 규범이 되어야 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그렇다고 법이 사회의 변화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은 언제나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간통죄는 폐지되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김기동
변호사
수사기관서 피해자로 넘어가
입증에 따른 고통을 받으며
피해보상도 받기 어려워진다 의정부지방법원이 최근 간통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다. 3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했으나, 최근의 분위기는 간통제 폐지론이 점차 힘을 얻는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필자는 간통죄 규정을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자 한다. 간통죄는 우리 민족 최초 법인 고조선의 8조법금(八條法禁)에서부터 현재까지 내용상 일부 변화는 있지만 처벌규정 자체는 계속 존재해 왔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의 형법 제정 때도 포함됐다. 간통죄 규정은 선량한 성도덕과 성풍속을 보호하고,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 나아가 부부간의 성적 성실 의무의 수호를 위해 입법된 것이다. 간통죄는 친고죄로서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배우자가 간통을 사전 동의하거나 사후 용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 일정한 경우 고소 취하로 간주하는 규정과 재고소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어 고소권 남용을 방지하는 장치도 두고 있다. 이처럼 간통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간통 혐의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하고(그 증거는 성행위에 대한 직접 증거여야 하고, 간통 혐의자들이 부인할 경우에는 최소한 정액이 묻어 있는 휴지나 이불이라도 있어야 한다), 소송 절차상으로도 적법한 고소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고소 요건으로 협의 이혼을 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할 것을 규정해놓아, 간통행위의 결과로 혼인과 가족생활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경우에 한해 법적 규제가 미치도록 하고 있다. 일부 폐지론자들이 개인의 성생활이라는 은밀한 사적 생활영역을 간통죄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 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러한 기본권은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헌법 37조 2항에 따라 ‘질서유지 내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될 수 있고, 간통죄 규정이 과도한 제한으로 헌법 17조의 기본권 침해에 이른다고 보이지 않는다. 특히 우리의 혼인관계는 개인의 의사뿐만 아니라 전통과 문화에 기반을 둔 집안끼리의 결합이다.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 스스로 형성한 법제도(혼인신고)에 편입된 부부관계에서 한쪽의 간통은, 성적 성실 의무 위배라는 단순한 혼인계약의 위배 차원을 넘어 부부 사이의 근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리고 혼인관계를 파탄시키거나 혼인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일부일처주의에 위협이 되는 것이다. 간통행위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건전한 성도덕에 반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성개방이 이루어졌고 시대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간통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해도, 혼인한 남녀의 정절관념은 우리 사회의 전통윤리로서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만일 간통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된 배우자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과연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는 위자료만으로 그 충격이나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까. 따라서 간통죄는 여전히 존치돼야 하고, 간통죄 폐지론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실제 필자가 다수의 이혼소송을 진행하면서, 간통으로 인한 여러 폐해를 목격했고 간통죄로 고소하지 않고도 이혼소송에서 마무리되는 사건을 많이 경험했다. 즉 폐지론자들의 주장처럼 간통죄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고, 간통죄 혐의를 찾기 위한 뒷조사 과정 때문에 오히려 혼인관계가 파탄됐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불구속 수사, 불구속 재판 원칙이 잘 지켜지는 현시점에서 간통죄의 혐의가 있다고 해서 바로 구속되는 것도 아니고 간통죄 처벌이 많은 위자료를 받기 위한 합의의 수단도 되지 못한다. 단지 간통죄 규정이 존재함으로써, 간통 혐의에 대한 입증을 수사기관에서 하게 된다. 하지만 간통죄 규정이 폐지되면 그 입증을 피해자가 직접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 입증이 쉽지 않고 결과적으로 간통으로 인한 피해자는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입증을 위한 이중의 고통을 당하는 한편, 그 피해 보상도 받기 어렵게 될 가능성도 많다. 그렇다면 혼인제도의 유지를 위해서나 간통의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간통죄는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고 본다. 사견으로는 간통죄의 법정형과 관련해서는 다른 처벌 조항과의 형평상 벌금형도 선택할 수 있게 규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다. 김기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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