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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아파트에 대형 애완견 허용해야 하나?

등록 2011-08-05 19:29

김대중
서울시아파트입주자
대표연합회 사무국장
김대중 서울시아파트입주자 대표연합회 사무국장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은 서울 도곡동의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 주민이 이웃에서 큰 개를 기르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제기한 ‘애완견 사육 및 복도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대형견을 기르는 것이 공동주거생활의 질서 유지를 위해 바람직한 행위는 아니지만 이웃의 인격권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문제의 골든 리트리버 종이 안내견이나 인명구조견으로 활용될 정도로 유순한 종인 것도 판단의 근거’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거시설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을 두고 이웃간의 갈등이 빈번한 상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와 아파트입주자단체의 의견을 들어본다.

유순하다면 소도 키울 건가?

아파트는 사유재산이면서 공동재산
공공성 위해 일부 제약은 당연하다
개 싫어하는 이웃을 위한 예의 절실
큰 개 키우고 싶다면 동의부터 구하자

공동주택 생활에서 애완견이 주는 피해는 크다. 그래서 아파트마다 관리규약으로 애완견 사육에 제한을 두고 있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법 시행이 3년간 유예된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을 보면, 놀이터의 모래는 사람과 애완견 등의 외출이 많은 4월부터 10월까지 1회 이상 기생충(란)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위생소독을 하거나 모래 교체를 하는 등 조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을 정도다. 애완견의 ‘배변’이 발견되지 않아도 단지 애완견 출입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기생충(란)에 대한 검사를 의무화한 것이다.

애완견을 사육하는 아파트 주민들은 애완견과 관련된 민원을 제기해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공동주택 애완견 피해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 요즘 피서철을 맞아 장기간 집을 비우는 주민이 많다. 그런데 간혹 애완견만 놔두고 집을 비우는 경우가 있는데 그 소음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 밤새 개 짖는 소리에 잠을 설치는 건 기본이다. 이웃 주민이나 빈집에 방치된 애완견이나 괴롭긴 매한가지다. 또한 애완견 배변 문제도 심각하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아파트 놀이터나 화단에 배변을 방치하는 이들이 있어 대다수 선의의 애완견 주인들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타워팰리스 주민끼리의 ‘개싸움’을 보면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단지는 층간소음과 애완견, 주차문제 등 공동주택 생활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폭발 직전인데 부자들이 사는 타워팰리스는 상대적으로 작은 분쟁만으로도 뉴스거리가 되며 이슈가 되는 게 보기에 불편하다. 공동주택 생활의 갈등과 분쟁도 부자들이 해야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나 보다. 둘째는 아파트에서 큰 개를 키워도 된다는 법원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아파트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 관심 없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사유재산이자 공동재산이다.

주택법 시행령 57조 3항 5호에 따르면 공동주택에서 가축을 사육해 공동 주거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행위는 관리주체의 동의를 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타워팰리스 주민 김아무개씨가 “(이웃의) 애완견이 나를 위협하고 소음을 내 생명·신체·건강에 대한 인격권이 침해됐고, 무게 15㎏ 이상의 애완견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아파트 관리규약에도 위반된다”며 이웃 함아무개씨 부부를 상대로 낸 ‘애완견 사육 및 복도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대형견을 기르는 행위가 공동 주거생활 질서 유지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행위는 아니지만, 이 개가 김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줌으로써 생명·신체·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심장 장애가 있는 사람이 큰 개를 보면 놀라는 게 당연하다.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만 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법이 잘못되었거나 판결이 잘못되었거나 둘 중에 하나다. 재판부는 “골든 리트리버 종은 덩치가 크고 중량이 많이 나가기는 하지만 충성심과 인내심이 강하고 유순해 안내견이나 인명구조견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김씨가 낸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는데 재판부의 논리대로라면 아파트에서 소도 키울 수 있다. 소만큼 사람에게 충성하고 인내심 강하며 유순한 동물이 어디 있는가?

대한민국은 애완견을 포함해서 가축을 사육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민주주의 국가다. 하지만 공동체 생활을 위해서 일정한 제약을 둔다. 국립공원의 애완견 출입 금지가 좋은 예다. 국립공원만 금지하는 게 아니다. 서울 서초구청도 몇년 전부터 애완견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휴가철 휴양지에서도 애완견을 데리고 가면 호텔을 잡기가 불가능하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관리규약에 15㎏ 이상 큰 개를 키우지 못하게 규정한 것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의 비중이 높지만 그에 따른 법 규정과 제도가 미비하다. 결국 입주민들의 성숙한 자세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큰 개를 키우고 싶다면 이웃들에게 동의를 구하자. 법과 제도가 미비한 이웃간의 갈등과 분쟁의 영역에서 우리의 성숙한 공동체 의식과 시민정신을 발휘하자.

도시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전지영 
동물보호단체
‘카라’ 팀장
전지영 동물보호단체 ‘카라’ 팀장
아파트도 단점 극복하며 진화중
‘대형견 무조건 안돼’ 인식 바꿔야
반려동물도 보호자와 있어야 행복
법규보다 이해·배려로 해결하자

아파트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논란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와 아파트의 비율이 나란히 증가하면서 예견된 갈등이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제는 아파트에서도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집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특히 대형견일수록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대형견이 주는 위화감이나 공포감,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에서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제시되곤 합니다. 대형견은 아파트보다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키우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은 도시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대신 넓은 부지를 확보해 산책로를 개발하는 새로운 형태의 아파트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아파트가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자리잡으면서 공간침해와 층간소음이 빈번했던 특유의 단점을 극복하고, 생활의 질을 높이려는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아파트에서 대형견을 키울 수 없다’는 전제는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인간과 감정을 공유하며 가족의 일원으로 살던 반려동물이 유기되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아파트로의 이사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키우던 반려동물을 다른 곳에 맡기거나 유기해야 하는 가족들의 심정은 차치하고라도 이렇게 유기되는 동물이 한해 수십만마리입니다. 그 비용과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합니다. 유기동물에 드는 비용은 연간 100억원에 이릅니다.

대형견이 위협적일 것이라는 편견도 대형견에 대한 지식 부족과 개인의 주관적인 공포심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서울지하철 4호선에 오른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을 향해 승객이 ‘누가 이렇게 큰 개를 지하철에 태우느냐, 더럽다’고 윽박지르며 시각장애인에게 사과를 요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승객은 비상전화를 들고 역무원을 불러 끝내 지하철 운행을 중단시켰다고 합니다. 승객의 처지에서는 안내견의 큰 몸집에 공포감을 느꼈을지 모르나 안내견인 골든 리트리버나 래브라도 리트리버 견종은 성품이 워낙 유순하고 잘 짖지 않으며 인간과 친화적입니다. 개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충성스러운 안내견의 모습에서 모든 대형견이 무섭거나 번거로운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 특별히 위험하게 여겨지는 대형견에 대해서는 일반인의 소유와 사육이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견종을 떠나 행동 성향이 위험한 개에 대해서는 따로 분류하여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여 감독하기도 합니다.

서울 도곡동 아파트 타워팰리스에서 대형견을 키울 수 있다는 법원 결정을 받았던 견종도 안내견과 같은 골든 리트리버입니다. 이 골든 리트리버의 보호자는 산책을 시킬 때도 화물승강기를 이용하는 등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으며 가까운 이웃도 대형견에 의한 소음은 없었고 위협감도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대형견이 아파트에서 키워질 때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반려동물은 사람과 더불어 살면서 야생의 습성을 버리고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에 함께 적응해 왔습니다. 특히 개와 고양이는 보호자와 같이 있을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낍니다.

성품이 온순한 대형견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고 대중의 인식이 바뀌면서 대형견을 키우는 보호자 스스로 배설물 처리와 소음에 신경 쓰는 등 반려동물 문화를 성장시켜 나간다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웃과의 갈등을 점차 줄여 나갈 수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대형견을 키우면서 발생하는 문제 역시 법규가 아닌 이웃간의 이해와 배려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나날이 도시가 거대해지고 있지만 우리가 사는 도시에는 결코 사람만 살고 있지 않습니다. 수많은 반려동물들이 사람과 함께 살고 있음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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