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한 누리꾼이 블로그에 올린 남성 성기 사진에 대해 음란물이라며 삭제 조처를 내렸다. 당시 심의위원으로 참여한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해당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뒤 “사회질서를 해한다거나 하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는 한 처벌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박 교수의 말대로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의 성기 사진 삭제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인지, 반대로 방송통신심의위의 결정은 정당한 것인지 두 가지 견해를 들어본다.
부적합한 인물의 부적절한 문제제기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사진은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바람이자
방송통신심의위의 존재 이유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한 누리꾼이 블로그에 올린 성기 사진에 대해 음란물 판정을 내렸다. 그것은 더 이상 그 내용을 사회에 유포하지 말라는 뜻이 아닌가? 그러나 심의위원으로 참여한 박경신 교수는 판정에 불복해 “사진들은 자기표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기에 처벌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며, 불가 판정을 내린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함으로써 상식에 반하는 처신을 했다. 비난 글이 쇄도하고, 방송통신심의위에서 다시 그 사진에 심의를 한다고 하자 박 교수는 사진을 내렸다. 그러나 다음날엔 여성 성기가 묘사된 그림을 올려 사회와 기관의 권위에 도전하는 듯한 행동을 계속했다. 박 교수는 또 “국가기관이 일방적으로 엄밀한 기준 없이 표현을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지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심의위원의 직무”라며 “직무 수행을 위해 문제 사진을 게재했다”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국가의 규제와 차단은 국민 모두가 인정하는 피해가 발생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는 박 위원의 주장은 상식일 수 없다. ‘국민 모두’를 어떻게 규정할 것이며, 국민 모두가 피해를 인정하는 일이 이 세상에 있기나 한지 묻고 싶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사회의 미풍양속 선양과 음란물 규제, 차단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공기관이다. 학부모들은 나날이 발달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떠도는 폭력·음란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고자 노심초사한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웹이라는 공개된 공간에 불건전한 유해물을 누군가가 꼭 막아주길 바란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방송통신심의위 아닌가? 방송통신심의위의 성기 사진 삭제 결정은 정당했다. ‘단순한 성기 사진만으로는 성적 흥분이 유발되지 않는다’는 박 교수의 주장은 억지이며 본인에게는 흥분이 안 될지 몰라도 어린 청소년들에게는 호기심과 성적 흥분을 불러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모는 말문이 막힌다. 박 교수는 마치 자기가 예술가라도 되는 듯 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혼자만의 생각을 전체인 양 내세우는데 누가 이것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청소년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사진이나 그림·출판물·영상 등은 사회의 질서와 통념, 유해 환경으로부터 청소년 보호 측면에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것이 방송통신심의위의 존재 이유다. 또 위원 9명 중 6명이 음란물 판정에 동의했다. 그 정도라면 박 교수도 그 결정을 수용하는 열린 사고가 있어야 했다. 물론 방송통신심의위의 모든 결정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박 교수가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좋으나 그 방법이 크게 잘못되었고 그 이후에 대처하는 자세 역시 심의위원이라는 위치에 걸맞은 행동이 아니다. 박 위원이 심의규정에 문제가 있다 생각하면 법조항 개정을 위해 노력해야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개인의 의견이 마치 절대선인 양 행동하는 것은 위원 자격을 스스로 부정하는 경솔하고 무책임한 태도다. 공기관의 결정은 사회적 파장을 낳으므로 위원 개개인의 수준과 처신이 중요하다. 그러나 음란물의 유포를 막아 사회를 계도할 책임이 있는 기관의 인물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니 기관의 신뢰와 격을 떨어뜨린 결과가 됐다. 특히 블로그 검색을 가장 많이 하는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계속적으로 자극한 행위는 용서가 어렵다. 예술과 외설을 구분하는 기준을 뚜렷하게 세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점을 악용해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행위는 정말 치졸하다.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와 영예를 누리면 개인 주장보다는 사회적 책임과 공적 역할에 충실하며 그 사회의 도덕과 판단 기준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점진적으로 모든 것을 수용하는 쪽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언젠가는 박 위원의 주장이 통용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식인들이 더 법과 제도에 충실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우리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성기 사진 하나 감당 못하는 사회인가?
등급표시나 성인인증제,
또는 원하는 사람만 보도록
기술적 장치를 두는 정도가
행정기관이 할 수 있는 통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업시간에 ‘마광수 사건’, ‘그림 모내기 사건’, ‘김인규 사건’ 등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들을 고릿적 얘기처럼 다루곤 했다. 그런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2011년 대한민국 땅에서 이 문제가 다시 ‘현실’로 부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심각하고 요란하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소송의 대상이 되고, 베스트셀러가 ‘군 불온도서’로 지정되는가 하면, ‘술타령’ 노래가 청소년 유해물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고, 인권시민단체들이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를 결성했지만, 역사의 시계는 계속 거꾸로 가고 있다. 그러던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인 박경신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성기 사진을 올려 누리꾼의 판단을 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다시금 음란물에 대한 국가 규제가 정당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먼저 짚고 넘어갈 점은 음란물을 국가가 규제한다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기구가 인터넷의 모든 표현물을 통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떤 표현물은 맥락에 따라 그 의미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음란의 기준은 쉴 새 없이 변하고, 사람에 따라 의견이 제각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특정한 시점에, 어떤 특정한 의견을 받아들여 규제에 나선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텍스트’를 국가가 심판하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런데 그 심판자가 법원이 아니라, ‘방심위’라는 행정기관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오프라인의 ‘음란물’ 하나를 압수하려면, 수사기관의 영장 신청, 법원의 영장 심사와 발부, 집행일과 장소 통지, 영장 제시, 피고인·변호인의 참여, 압수목록 작성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어떤 표현물이 ‘음란물’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절차와 수년 동안 세 차례의 판결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다. 하지만 방심위의 절차는 무척 간단하다. 인터넷에서 유해정보를 찾아내서, 그것을 심의하고, 해당 인터넷서비스 업체에 시정요구를 하면, 업체가 이를 시행한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사람의 의견을 청취하지도 않고, 사전 통보도 없다. ‘쥐도 새도 모르게’ 게시물이 삭제될 뿐이다. 업체들이 이 시정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니, 방심위는 인터넷 규제의 ‘종결자’나 다름없다. 음란물인지의 여부가 법적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심위가 광범위하게 인터넷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 국가기구가 인터넷을 광범위하게 심의하고, 삭제 요구까지 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다시 문제의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박경신 교수는 성기 사진을 올리면서, “이 사진을 보면 성적으로 자극받거나 성적으로 흥분되나요?”라고 물었다. 이 사진을 보고 흥분해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의 해악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국가가 나서서 삭제해야 하는지를 물은 것이다. 실제로 그 사진을 보고 ‘흥분’했다는 사람은 없었지만, 불쾌하고 모욕적이었다고 지적한 사람들은 있었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 것이 문제라면, 원하는 사람만 볼 수 있도록 기술적인 장치를 두면 된다. 아동과 청소년이 보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라면, 등급표시를 하거나 성인인증제를 도입하면 된다. 행정기관 차원의 통제가 필요했다면 이 정도다. 그런데 이 사진들이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도 없이 모두 삭제되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의 블로그에서는 난데없는 대토론의 한마당이 펼쳐졌다. 욕설에 가까운 글도 있고, 제법 진지한 글도 있었다. 그렇게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민주사회의 한 단면이다. 우리 사회가 그깟 성기 사진 하나 감당 못하고 국가에 삭제를 부탁드려야 할 만큼 허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젠 그 정도의 성숙함과 여유로움을 갖춘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딱 하나다. 그것은 바로 이 위대한 토론의 광장에서 방심위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다.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바람이자
방송통신심의위의 존재 이유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한 누리꾼이 블로그에 올린 성기 사진에 대해 음란물 판정을 내렸다. 그것은 더 이상 그 내용을 사회에 유포하지 말라는 뜻이 아닌가? 그러나 심의위원으로 참여한 박경신 교수는 판정에 불복해 “사진들은 자기표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기에 처벌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며, 불가 판정을 내린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함으로써 상식에 반하는 처신을 했다. 비난 글이 쇄도하고, 방송통신심의위에서 다시 그 사진에 심의를 한다고 하자 박 교수는 사진을 내렸다. 그러나 다음날엔 여성 성기가 묘사된 그림을 올려 사회와 기관의 권위에 도전하는 듯한 행동을 계속했다. 박 교수는 또 “국가기관이 일방적으로 엄밀한 기준 없이 표현을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지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심의위원의 직무”라며 “직무 수행을 위해 문제 사진을 게재했다”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국가의 규제와 차단은 국민 모두가 인정하는 피해가 발생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는 박 위원의 주장은 상식일 수 없다. ‘국민 모두’를 어떻게 규정할 것이며, 국민 모두가 피해를 인정하는 일이 이 세상에 있기나 한지 묻고 싶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사회의 미풍양속 선양과 음란물 규제, 차단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공기관이다. 학부모들은 나날이 발달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떠도는 폭력·음란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고자 노심초사한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웹이라는 공개된 공간에 불건전한 유해물을 누군가가 꼭 막아주길 바란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방송통신심의위 아닌가? 방송통신심의위의 성기 사진 삭제 결정은 정당했다. ‘단순한 성기 사진만으로는 성적 흥분이 유발되지 않는다’는 박 교수의 주장은 억지이며 본인에게는 흥분이 안 될지 몰라도 어린 청소년들에게는 호기심과 성적 흥분을 불러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모는 말문이 막힌다. 박 교수는 마치 자기가 예술가라도 되는 듯 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혼자만의 생각을 전체인 양 내세우는데 누가 이것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청소년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사진이나 그림·출판물·영상 등은 사회의 질서와 통념, 유해 환경으로부터 청소년 보호 측면에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것이 방송통신심의위의 존재 이유다. 또 위원 9명 중 6명이 음란물 판정에 동의했다. 그 정도라면 박 교수도 그 결정을 수용하는 열린 사고가 있어야 했다. 물론 방송통신심의위의 모든 결정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박 교수가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좋으나 그 방법이 크게 잘못되었고 그 이후에 대처하는 자세 역시 심의위원이라는 위치에 걸맞은 행동이 아니다. 박 위원이 심의규정에 문제가 있다 생각하면 법조항 개정을 위해 노력해야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개인의 의견이 마치 절대선인 양 행동하는 것은 위원 자격을 스스로 부정하는 경솔하고 무책임한 태도다. 공기관의 결정은 사회적 파장을 낳으므로 위원 개개인의 수준과 처신이 중요하다. 그러나 음란물의 유포를 막아 사회를 계도할 책임이 있는 기관의 인물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니 기관의 신뢰와 격을 떨어뜨린 결과가 됐다. 특히 블로그 검색을 가장 많이 하는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계속적으로 자극한 행위는 용서가 어렵다. 예술과 외설을 구분하는 기준을 뚜렷하게 세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점을 악용해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행위는 정말 치졸하다.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와 영예를 누리면 개인 주장보다는 사회적 책임과 공적 역할에 충실하며 그 사회의 도덕과 판단 기준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점진적으로 모든 것을 수용하는 쪽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언젠가는 박 위원의 주장이 통용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식인들이 더 법과 제도에 충실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우리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성기 사진 하나 감당 못하는 사회인가?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
또는 원하는 사람만 보도록
기술적 장치를 두는 정도가
행정기관이 할 수 있는 통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업시간에 ‘마광수 사건’, ‘그림 모내기 사건’, ‘김인규 사건’ 등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들을 고릿적 얘기처럼 다루곤 했다. 그런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2011년 대한민국 땅에서 이 문제가 다시 ‘현실’로 부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심각하고 요란하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소송의 대상이 되고, 베스트셀러가 ‘군 불온도서’로 지정되는가 하면, ‘술타령’ 노래가 청소년 유해물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고, 인권시민단체들이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를 결성했지만, 역사의 시계는 계속 거꾸로 가고 있다. 그러던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인 박경신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성기 사진을 올려 누리꾼의 판단을 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다시금 음란물에 대한 국가 규제가 정당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먼저 짚고 넘어갈 점은 음란물을 국가가 규제한다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기구가 인터넷의 모든 표현물을 통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떤 표현물은 맥락에 따라 그 의미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음란의 기준은 쉴 새 없이 변하고, 사람에 따라 의견이 제각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특정한 시점에, 어떤 특정한 의견을 받아들여 규제에 나선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텍스트’를 국가가 심판하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런데 그 심판자가 법원이 아니라, ‘방심위’라는 행정기관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오프라인의 ‘음란물’ 하나를 압수하려면, 수사기관의 영장 신청, 법원의 영장 심사와 발부, 집행일과 장소 통지, 영장 제시, 피고인·변호인의 참여, 압수목록 작성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어떤 표현물이 ‘음란물’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절차와 수년 동안 세 차례의 판결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다. 하지만 방심위의 절차는 무척 간단하다. 인터넷에서 유해정보를 찾아내서, 그것을 심의하고, 해당 인터넷서비스 업체에 시정요구를 하면, 업체가 이를 시행한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사람의 의견을 청취하지도 않고, 사전 통보도 없다. ‘쥐도 새도 모르게’ 게시물이 삭제될 뿐이다. 업체들이 이 시정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니, 방심위는 인터넷 규제의 ‘종결자’나 다름없다. 음란물인지의 여부가 법적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심위가 광범위하게 인터넷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 국가기구가 인터넷을 광범위하게 심의하고, 삭제 요구까지 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다시 문제의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박경신 교수는 성기 사진을 올리면서, “이 사진을 보면 성적으로 자극받거나 성적으로 흥분되나요?”라고 물었다. 이 사진을 보고 흥분해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의 해악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국가가 나서서 삭제해야 하는지를 물은 것이다. 실제로 그 사진을 보고 ‘흥분’했다는 사람은 없었지만, 불쾌하고 모욕적이었다고 지적한 사람들은 있었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 것이 문제라면, 원하는 사람만 볼 수 있도록 기술적인 장치를 두면 된다. 아동과 청소년이 보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라면, 등급표시를 하거나 성인인증제를 도입하면 된다. 행정기관 차원의 통제가 필요했다면 이 정도다. 그런데 이 사진들이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도 없이 모두 삭제되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의 블로그에서는 난데없는 대토론의 한마당이 펼쳐졌다. 욕설에 가까운 글도 있고, 제법 진지한 글도 있었다. 그렇게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민주사회의 한 단면이다. 우리 사회가 그깟 성기 사진 하나 감당 못하고 국가에 삭제를 부탁드려야 할 만큼 허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젠 그 정도의 성숙함과 여유로움을 갖춘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딱 하나다. 그것은 바로 이 위대한 토론의 광장에서 방심위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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